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 관세를 선언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일부 산업은 여전히 충격의 여파를 겪고 있다. 관세 정책의 잦은 변동 속에서 기업들은 공급망 재편과 비용 부담 전가, 투자 재조정 등 다양한 대응을 강요받았다.
2026년 4월 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상호) 관세와 기본 10%의 글로벌 관세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관세 체계를 발표한 이후 지난 1년간 일부 업종은 크게 타격을 받았고, 다른 업종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유통, 자동차, 소비재(Consumer Packaged Goods, CPG), 제약 업종이 대표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공급망 전문가 벵키 라메쉬(Venky Ramesh·AlixPartners)는 “미국 기업 경영진은 어디에서 구매할지와 수입 가능성 여부를 놓고 재검토해야 했다”며 “비용의 약 80%~85%가 국내(기업 또는 소비자)에서 흡수됐다. 즉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거나,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둘을 혼합한 방식이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4월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관세(상호 관세)와 명시되지 않은 국가에 대한 기본 10% 관세를 발표했다. 이후 몇 달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관세를 협상으로 완화하거나 재조정하는 등 정책을 자주 변경했다.
관세와 무역정책의 잦은 변동은 기업들로 하여금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유연성을 높이도록 압박했다. 중국·베트남·멕시코 등에서의 운영 이전은 수입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낳았지만, 많은 산업에서 이는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라메쉬는 초기 몇 달 간 일부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선제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공격적(aggressive)’인 조치를 취했으나, 정책의 변동성이 커지자 기업들은 속도를 늦추고 시나리오 모델링에 자원을 투입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공급업체 기반을 옮기는 것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기업들은 점진적으로 진행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 한다”는 그의 설명은 기업들의 신중한 전환 전략을 뒷받침한다.
법적 측면에서는 2026년 2월 20일 연방대법원이 IEEPA(1977년 국제긴급경제권한법)를 근거로 한 국가별 관세를 위헌으로 판결무역법(Trade Act of 1974) 제122조를 근거로 150일간의 글로벌 관세 10%를 다시 선포했고, 이후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1962년 무역확대법(Trade Expansion Act) 제232조에 근거한 국가안보 관련 품목(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용어 설명(간단 정리)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1977) :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위기 시 긴급 경제제재와 조치를 부여하는 권한을 규정한 법이다. 이번에는 이 법을 근거로 한 국가별(상호) 관세가 법원에서 위헌 판정을 받았다.
무역법 1974 제122조 : 대통령에게 특정 행위에 대해 관세·무역조치를 취할 권한을 부여하는 별도 법적 근거다.
무역확대법 1962 제232조 :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수입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으로, 철강·알루미늄·반도체 등 전략재에 적용된다.
라메쉬는 2025년 미국으로의 전체 수입량이 오히려 전년보다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기업들이 관세가 본격화되기 전 재고를 앞당겨 반입(pull forward inventory)한 영향이 크다. 그는 또한 “이번 1년은 기업 문화 자체를 바꿨다. 공급망이 모든 기업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며 “기업들은 이제 급격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며, 정책 변화에 대한 민감도도 예전보다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업종별 영향
유통(리테일)
유통업은 관세 충격을 비교적 크게 받은 업종 중 하나다. 월마트(Walmart)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는 다양한 수익원과 강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던 반면, 중소형 소매업체는 큰 압박을 받았다. 많은 유통업체는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공급원을 분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홈디포(Home Depot)의 최고재무책임자 리처드 맥페일(Richard McPhail)은 회사 구매의 어느 한 국가 비중을 10%로 제한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홈디포 판매물량의 절반 이상은 미국 내에서 조달된다.
코어사이트 리서치(Coresight Research) 사장 맥스 칸(Max Kahn)은 “팬데믹 시기부터 시작된 공급망 유연성 확보 노력이 관세로 더 가속화됐다. 이제 예기치 않은 충격은 어느 정도 ‘비즈니스의 일상’이 되었다”고 말했다. 관세는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월마트·베스트바이(Best Buy)·메이시스(Macy’s) 등은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하거나 비용을 흡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분기 실적 발표에서 소매업체 경영진들은 관세 분쟁이 끝났다고 섣불리 선언하지 않았다. 아베크롬비 앤 피치(Abercrombie & Fitch)는 3월에 신설된 15% 관세 가정을 자사 실적 전망에 반영하며 명확한 가이던스를 제시한 반면,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과 갭(Gap)은 일부 기간에 관세 가정을 그대로 두거나 향후 분기에 재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달러트리(Dollar Tree) CFO 스튜어트 글렌디닝은 이미 현재 재고에는 관세가 적용되었기 때문에 단기간에 큰 절감 효과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동차
자동차 산업은 관세 충격을 크게 받은 부문이다. 도요타는 1조4천억 엔(약 95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 영향을 예측했고, GM·포드·스텔란티스 등 디트로이트 빅3는 합계 약 6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부문은 주로 제232조 관세의 영향을 받았으나, 정부가 부품과 완성차에 중복 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을 완화(‘디스태킹’)하면서 피해는 초기 우려보다는 줄었다.
GM의 재무책임자 폴 제이콥슨은 2026년에는 순관세(net tariffs)가 2025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GM은 2025년에 관세로 인해 약 31억 달러의 비용을 발생시켰고, 이는 회사의 기존 추정치(35억~45억 달러)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포드는 미 행정부와 협력해 ‘강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국 자동차 산업’을 촉진하는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본계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닛산·혼다 등은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일본 등지로 수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비재(CPG)
대부분의 소비재 기업은 미국 내에서 제조를 하지만, 기초 원자재(예: 기저귀·화장지의 펄프, 음료 캔의 알루미늄 등)는 수입에 의존한다. 이러한 원자재는 공급망 이동이 제한적이므로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향신료 회사 맥코믹(McCormick)은 2025회계연도 관세로 7천만 달러의 비용을 전망했으나, 비용 절감·가격 인상·저관세 국가로의 소싱 전환으로 순영향을 2천만 달러 수준으로 줄였다. 프록터 앤 갬블(P&G)은 연간 약 10억 달러의 관세 영향을 이유로 자사 제품의 25%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맥주 제조사 컨스텔레이션(Consetellation Brands)은 캔용 알루미늄 관세로 2026 회계연도에 약 2천만 달러의 손실을 추정했다.
반면 JM 스머커(J.M. Smucker)는 포크커스(Folgers)·카페 부스텔로(Cafe Bustelo) 등 커피 브랜드에 대해 당초 계획했던 가격 인상을 철회하고 7천5백만 달러의 마진 손실을 흡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농산물은 행정명령으로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제약
제약업계는 일부 다른 업종보다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2025년 11월 이후 화이자(Pfizer), 일라이 릴리(Eli Lilly), 머크(Merck), 길리어드(Gilead),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ristol Myers Squibb),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 GSK, 노바티스(Novartis) 등 다수의 주요 제약사가 트럼프 행정부와 약가 인하 합의(소위 ‘최혜국 대우’ 정책 관련)를 체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약사들이 가격 인하에 합의하는 대가로 3년간의 제약 관세 면제와 미국 내 제조 투자 확대를 유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약사와의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기업들에 대해 특허 약품 및 원료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제약사들이 온쇼어링(onshoring, 국내 생산 전환)을 계획할 경우 단계적으로 관세를 낮추거나 일정 기간 완화하는 정책을 함께 제시했다. 실제로 애브비(AbbVie)는 향후 10년간 100억 달러 이상을 미국 내 제조와 역량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존슨앤드존슨(J&J)은 2025년 3월 미국에 5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4개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정책·시장 영향 분석 및 향후 전망
관세 부과와 관련한 잦은 규정 변경은 기업의 의사결정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재고 전방 수입(pull forward)과 같은 전략으로 단기 충격을 흡수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각화, 제조 생산의 지역 재배치, 그리고 원자재 소싱 전략의 재정비에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경제적 함의를 가진다.
첫째, 소비자 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규모 수입 원자재에 의존하는 품목(음료용 알루미늄, 제지 원료, 일부 조미료류 등)은 관세 비용이 제품가격으로 전가될 확률이 크다.
둘째, 자동차·중공업 등 자본재 중심 업종은 생산 거점 재편 비용과 규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결정의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 다만 일부 기업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통해 장기적인 리스크를 줄이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향후 몇 년간 미국 내 제조업 고용·투자의 일부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제약업계의 온쇼어링 유도와 관세 면제 제도는 장기적으로 의약품 공급망의 일부 국내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안정적 공급과 전략적 자급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지만, 초기 투자비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하면, 관세는 일시적 충격을 넘어 기업들의 공급망 설계 철학을 바꾸는 촉매제가 되었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가격 상승과 기업 이익률 압박을 유발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지 다각화와 국내 투자 확대를 통해 공급망 탄력성이 제고되고 전략적 자립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책의 지속성과 법적·정책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향후 관세 수준과 적용 범위의 변화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발표 이후 1년간 기업들의 비용구조와 공급망 전략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유통업은 대형 업체와 중소업체 간의 양극화가 뚜렷해졌고, 자동차 업종은 실제 비용 부담이 당초 예측보다는 완화된 면이 있으나 여전히 막대한 수준의 부담을 떠안았다. 소비재 업계는 원자재 의존성으로 인해 가격전가 사례가 상존하며, 제약업계는 관세·약가 협상이라는 이중의 압박 속에서도 온쇼어링을 통한 투자 확대가 관찰된다. 향후 소비자 물가와 산업투자는 관세 정책의 향방과 기업들의 구조적 대응에 따라 상당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사는 CNBC의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독자를 위해 재구성·분석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