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충격 속 월마트 상품 가격 변화 — 어디는 올랐고 어디는 그대로인가

SECAUCUS(뉴저지) — 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Walmart)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진열대 가격표에서 관세 인상의 초기 징후를 엿보고 있다.

2025년 7월 1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월마트는 5월 실적 발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새로운 관세(tariff)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으며, 두 달여가 지난 현재 일부 생활용품 가격이 실제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 매장 이미지

CNBC는 뉴저지주 세코커스에 위치한 월마트 한 곳에서 7주간 의류·전자·장난감·식료품 등 약 50개 품목의 가격을 주기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프라이팬·청바지·유아용 카시트 등 12개 내외 품목에서 인상 폭이 확인됐다. 이들 제품 상당수는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국가에서 제조됐다. 다만, 가격 인상이 전적으로 관세 때문인지, 혹은 공급망·프로모션 종료 등 다른 요인도 개입됐는지는 불확실하다.


전국 물가 동향과 월마트의 대표성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여러 교역 파트너에 대해 고율 관세를 시행하면서, 소비자 지갑에 미칠 파장을 둘러싼 우려가 커졌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으며, 특히 관세에 민감한 의류·가정용품 부문은 각각 0.4%, 1% 상승해 평균을 웃돌았다.

월마트는 4,500개 이상의 매장을 통해 미국인의 일상 소비를 좌우하는 ‘가격 바로미터’로 통한다. 재무책임자(Chief Financial Officer) 존 데이비드 레이니는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일 낮은 가격이라는 DNA를 갖고 있지만, 이번 인상 규모는 어떤 소매업체도 흡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관세를 삼켜라(EAT THE TARIFFS)”라는 발언으로 반박했다.

※ 용어 설명
‘관세(tariff)’란 수입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수지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 사례처럼 관세율이 급격히 오르면 수입원가가 뛰어 기업이 이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가격이 오른 품목

조사 기간 동안 대부분의 상품 가격은 유지됐으나, 일부 품목은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① 주방용품 ‘뷰티풀(Beautiful)’ 세트
헐리우드 배우 드류 배리모어가 공동 설립한 월마트 전용 브랜드다. 12피스 냄비 세트가 99달러에서 149달러로, 지름 12인치 프라이팬이 24.97달러에서 31.97달러로 뛰었다. 제품 라벨에는 중국산임이 명시돼 있으며, 중국산 가정용품에는 올해 30% 관세가 새로 적용됐다.

② 그레이코(Graco) 유모차 & 카시트
현장 조사 시작 당시 199.99달러(롤백가·원가는 249달러)였으나 299달러로 인상됐다. 제조국도 중국. 모회사 뉴웰 브랜즈는 4월 실적발표에서 “유아용 제품 가격을 약 20%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③ 리바이 시그니처 남성 청바지
23.98달러에서 24.98달러로 1달러 상승했다. 리바이 CFO 하르밋 싱은 “상반된 원산지(파키스탄·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등)에 10% 관세가 매겨지고 있으며, 8월 1일부터는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가격이 내린 품목

올랐던 제품이 있는 반면, 마텔사의 ‘바비 스윔’ 인형은 7.97달러에서 5.97달러로 하락했다. 제조국이 인도네시아인 이 인형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논쟁 중 “아이들은 인형이 적어도 행복할 것”이라 발언해 화제가 됐다.


관세 외 물가 변동 요인

관세만이 가격을 결정하지 않는다. 달걀·우유·커피처럼 농축수산물은 기상·질병·세계 시장 변수에 좌우된다.

달걀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여파가 완화되며, 월마트 PB ‘그레이트 밸류(Great Value)’ 기준 12개입이 3.47달러에서 2.72달러로 내려갔다. 반면 우유커피는 상승했다. J.M. 스머커가 보유한 ‘폴저스’ 40.3온스 제품은 16.43달러에서 19.24달러로 17%가량 뛰었다. 이는 브라질·베트남 등 주산지의 기상이변과,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산 생두에 50% 관세를 예고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매업계의 대응 전략

서커나(Circana) 리테일 고문 마셜 코헨은 “관세 충격이 우려보단 완만했지만, 일부 카테고리에서는 이미 두 자릿수 가격 상승이 현실화됐다”라고 분석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3월 8일 대비 5월 31일 주간 가격은 유아용 가구·카시트 +23~27%, 폴로셔츠 +21%, 봉제인형 +19%, 전기칫솔 +12%, TV +12%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아직 지갑을 닫지 않았다. 식음료 판매량은 작년 수준을 유지하고, 비필수 품목도 1% 감소에 그쳤다.” — 마셜 코헨, Circana

전미소매연맹(NRF) 조너선 골드 부사장은 “유통·브랜드 기업들이 조기 수입(early import), 외국무역구역(FTZ), 보세창고를 활용해 관세 부담을 지연하거나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자주 변동돼 가격 책정(prediction)이 난제로 남아 있다고도 전했다.


향후 전망과 소비자 지갑

코헨 고문은 “연말 쇼핑 시즌이 다가오면 크리스마스 장식·장난감 등 아시아 생산 비중이 큰 상품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업들이 10~12% 수준으로 단계적 인상을 도입하고 있으나, 추가 관세 또는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면 더 큰 폭으로 전가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CNBC의 아멜리아 루카스(Amelia Lucas) 기자가 일부 자료 취재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