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동향】 미국 달러화가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약 3년 만에 가장 강한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며 급등했다. 반면 일본 엔화는 4개월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고, 유로화·스위스프랑·캐나다 달러(일명 ‘루니’)1 역시 줄줄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통신·도쿄발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전날 ‘무역 불공정 시정’을 명분으로 전 세계 30여 개 교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율을 일제히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가 시장 심리를 자극하며 안전 통화로 여겨지는 달러 쏠림 현상이 가속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산 수입품에 대해 기존 예고치(31%)보다 8%포인트 높은 39% 관세를, 캐나다산 제품에는 35% 관세를 각각 부과하겠다고 확정했다. 관세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투자자들은 양국 통화 가치를 비관적으로 전망했고, 그 여파로 스위스프랑은 달러 대비 0.26% 하락해 0.8120프랑, 캐나다 달러는 0.12% 밀려 1.3872캐나다달러를 기록했다.
엔화는 전날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 인상에 서두르지 않겠다”고 시사한 직후 급락세를 탔다. 1일 장 초반 한때 달러당 150.89엔까지 밀리며 3월 28일 이후 최저치를 찍은 뒤 150.64엔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아베노믹스 초기에나 볼 수 있던 극단적 약세 구간이다.
유로화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달러·유로 간 불균형 무역 합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1.1401이라는 6월 10일 이후 최저치에 근접한 $1.1420 수준에서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관세 환경이 유럽연합(EU)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주 외환시장의 핵심 드라이버는 단연 ‘트럼프발 관세 쇼크’와 그에 따른 유로 가치의 전면 재평가다.” — 마이크 훌라한, 뉴질랜드 일렉터스 파이낸셜 이사
훌라한 이사는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가 더 이어질 여지가 있다”며 “관세 소식이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됐지만, 유럽·캐나다·스위스 통화에는 여전히 역풍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조치와 별개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또다시 공개 비난했다. 그는 전날 연설에서 파월 의장을 “terrible(끔찍한) 의장”이라 평하며, 자신이 파월을 임명한 것은 “mistake(실수)”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의 연이어 터지는 ‘해고 시사’와 ‘금리 대폭 인하 요구’는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을 촉발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달러 가치는 이번 주 오히려 상승 흐름을 이어 갔다.
달러지수(DXY)는 유로·엔·프랑·캐나다 달러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다. 지수는 전일 뉴욕장에서 100.10까지 치솟으며 5월 29일 이후 처음으로 100선을 돌파했다.
◆ 숫자로 보는 이번 주 환율 흐름
• 달러지수: 100.10(+ 주간 1.9%)
• 엔/달러: 150.64엔(- 주간 2.3% 엔 약세)
• 유로/달러: 1.1420달러(- 주간 1.6% 유로 약세)
• 프랑/달러: 0.8120프랑(- 주간 0.8% 프랑 약세)
• 루니/달러: 1.3872캐나다달러(- 주간 1.1% 루니 약세)
용어 설명2
1) 루니(Loonie)는 캐나다 1달러 동전에 새겨진 물새 ‘루운(Loons)’에서 유래한 캐나다 달러화의 애칭이다.
2) 달러지수(DXY)는 미 달러의 국제적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6개 통화(유로 57.6%, 엔 13.6%, 파운드 11.9%, 캐나다 달러 9.1%, 크로네 4.2%, 프랑 3.6%)를 가중 평균해 산출한다.
전문가 시각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수입 물가 상승 →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연쇄 반응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엔화와 유로화의 추가 약세가 현실화될 경우, 일본·유로존 중앙은행은 정책 여력을 더욱 잃을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달러 강세를 기반으로 자본 유입이 늘어 국채 발행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
• 8월 말 잭슨홀 심포지엄에서의 파월 의장 발언
• 미국·EU 추가 무역 협상 일정
• BOJ 통화정책회의에서의 금리 인상 시기 신호
결국 시장은 “정책 불확실성”과 “거시 펀더멘털”이라는 두 갈래 변수를 동시에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 관세 드라이브가 잦아들지 않는 한, 글로벌 외환시장은 당분간 고위험·고변동성 국면을 이어 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