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 가격이 관세 불확실성 속에 하락했다. 9월물 ICE 아라비카는 전일 대비 -1.77% 내린 5.30센트, 9월물 ICE 로부스타는 -0.53% 떨어진 18달러를 각각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7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산 커피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업계는 해당 조치가 미국 내 브라질 커피 판매를 둔화시키고, 반대로 브라질 현지 재고를 누적시켜 국제 시세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동향1에 따르면 이날 ICE 아라비카 선물 가격은 14.5개월 만의 최저치인 751,044포대 재고 수준과 맞물려 하락폭이 제한되는 듯했으나, 관세 불확실성이 매도세를 자극하며 낙폭을 확대했다. 반면 ICE 로부스타 재고는 지난주 7,029랏으로 1년래 최고치를 기록, 수급 완화 기대가 가격을 압박했다.
국제 커피기구(ICO) 데이터가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ICO는 6월 세계 커피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7.3% 증가한 1,169만 포대라고 발표했으며, 2024년 10월~2025년 6월 누적 수출은 전년 대비 0.2% 감소한 1억 4만 포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산지 미나스제라이스의 강수량은 8월 2일 기준 주간 2.7㎜로 평년의 31%에 불과했다.Somar Meteorologia는 이러한 강수 부족이 생육 단계의 나무에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장기적으로 수확량을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펀드의 과도한 공매도 포지션도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ICE Futures Europe 자료에 따르면 7월 29일 기준 로부스타 선물에 대한 순공매도 규모는 5,854계약으로 2년 만의 최대치다. 대규모 숏 커버링 가능성이 잠재적 상방 요인으로 거론된다.
브라질 수확 진척은 가격 압박 요인이다. 브라질 최대 협동조합인 코옥수페(Cooxupé)는 8월 1일 기준 회원 농가의 수확률이 74%라고 밝혔다. 리서치 업체 Safras & Mercado는 7월 30일 기준 브라질 전체 2025/26 절기 수확이 90% 진행됐다고 전했다. 로부스타는 98%, 아라비카는 85%로 각각 집계됐다.
“풍부한 공급 전망으로 지난달 아라비카 선물은 8개월 만에, 로부스타 선물은 1년 3개월 만에 각각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농무부(USDA)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보고서에서 2025/26 브라질 생산량을 전년 대비 0.5% 증가한 6,500만 포대, 베트남 생산량을 6.9% 늘어난 3,100만 포대로 전망했다.
브라질의 6월 그린빈 수출은 전년 대비 31% 급감했다. Cecafe에 따르면 아라비카 수출은 27% 줄어든 180만 포대, 로부스타는 42% 감소한 47만 6,334포대로 집계됐다.
베트남의 2023/24 생산량은 -20% 줄어든 147만 2,000톤으로 4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베트남 통계청은 2025년 1~7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105만 톤이라고 발표해 공급 회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단기 수급전망도 엇갈린다. USDA는 2025/26 세계 생산이 2.5% 늘어난 1억 7,868만 포대, 재고는 4.9% 증가한 2,282만 포대로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스위스 상사 볼카페(Volcafe)는 2025/26 아라비카 시장이 850만 포대 적자에 직면할 것이라며 5년 연속 공급 부족을 예고했다.
용어 해설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는 커피 품종을 의미한다. 아라비카는 고지대에서 재배되며 향이 부드럽고 산미가 뚜렷해 고가에 거래된다. 로부스타는 저지대에서 재배되어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 강하지만 생산성이 높아 인스턴트 커피 원료로 주로 사용된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런던에 기반을 둔 국제 선물거래소로, 여기서 거래되는 ‘포대(bag)’는 60㎏ 단위, ‘랏(lot)’은 로부스타의 경우 10톤 단위를 가리킨다. 이처럼 규격화된 단위는 시장 참가자 간 거래·정산 편의성을 높여준다.
전문가 시각
시장 참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 커피 관세 적용 여부를 어떻게 결론 내리느냐에 따라 단기 방향성이 좌우될 것으로 본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관세가 현실화되면 미국 바이어들이 콜롬비아·멕시코·호주산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며 “브라질 내 재고 부담이 커질 경우 정작 브라질 선물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관세가 철회될 경우, 현재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된 공포 프리미엄이 해소되면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변동성이 커피 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라니냐·엘니뇨 등 해양·대기 현상에 따라 브라질·베트남·중남미 주요 산지의 강수 패턴이 달라지면서 수급 전망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와 기관투자가들은 알고리즘 트레이딩과 기후 데이터 분석을 접목해 포지션 운용 전략을 세분화하는 추세다.
결국 단기 가격 변동성은 관세·재고·펀드 포지션, 중장기 흐름은 기후와 생산 주기에 의해 결정될 공산이 크다. 업계 전문가들은 “커피 선물을 거래하는 투자자는 생두·환율·물류비 등 복합 변수를 면밀히 감안해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