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뉴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대규모 관세 정책이 전 산업계로 파급되면서, 캐터필러·메리어트·몰슨쿠어스 등 업종 대표 기업들이 원가 상승·수요 둔화라는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상장사들이 2025년 예상 순이익에서 약 150억 달러(약 19조6,000억 원)가량의 손실을 관세로 인해 떠안을 전망이다. 산업재·제조업·자동차 업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금융·기술 부문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았다.
■ 관세 정책과 기업 실적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의 무역 불균형 해소와 제조업 부흥”을 위한 필수 조치라며, 수입 제품에 부과되는 가격 인상분이 결국 국내 일자리와 투자를 되살릴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관세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시장전략가는 “
‘캐나다·중국·인도 등 주요 교역국과의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며 관세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번 실적 시즌은 관세가 원자재 가격 상승→제품 단가 인상→소비 심리 위축이라는 전형적 악순환을 촉발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예컨대, 건설·광산 장비업체 캐터필러는 매출이 0.7% 줄어든 반면 판매원가가 6.5% 급등했다. 조 크리드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 하반기 관세 압력이 수익성에 더 큰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맥주 제조사 몰슨쿠어스는 알루미늄 가격 급등으로 올 하반기 2,000만~3,500만 달러 추가 비용을 예상했다. 미국 내 알루미늄 수입 관세는 3월 25%에서 6월 50%로 두 배 인상됐다.
■ 시장의 ‘버티기’와 반전 가능성
관세 정책이 잇달아 수정되는 가운데도 미국 증시는 예상외의 회복력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 명명한 대규모 추가 관세 발표 이후, S&P500 지수는 4월 저점 대비 급반등하며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는 AI 투자 붐을 타고 실적과 주가 모두를 끌어올렸다.
LSEG 집계에 따르면, S&P500 편입 370개 기업 중 80.3%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분기 이익을 발표했으며, 평균 EPS 성장률은 11.9%에 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강세장 속 숨은 균열’에 주목한다.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킴 포레스트 최고투자책임자는 “
일부 업종은 관세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있는 반면, 다른 업종은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며 “향후 몇 분기 더 지켜봐야 전모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에버코어 ISI는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재확산을 이유로 9~10월 중 7~15% 조정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AI 중심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본 시각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 개별 업종 타격 사례
원재료 가격 상승은 Yum! Brands(타코벨 모회사)와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에도 직격탄이 됐다. 이들은 할인 메뉴로 수요를 방어하고 있으나, 외식 지출 축소 세태가 뚜렷해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여행 수요 둔화를 이유로 2025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농산물 가공 거대기업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는 5년 만에 최저 수준의 분기 이익을 발표했다.
시장 조사 결과, 100개 이상 글로벌 기업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가이던스를 취소·하향했으나, 장기적으로 ‘녹색 싹’이 나타날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 업계 전망과 전문가 코멘트
베어드의 투자전략 분석가 로스 메이필드는 “해방의 날 관세가 일단락되며 기업들이 조금씩 낙관론을 되찾고 있다”면서도, “관세 부담의 일정 부분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S&P500 영업이익률이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소폭 하락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업들은 관세 환경 속에서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며, 일부 마진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다.” — 로스 메이필드, 베어드 투자전략가
■ 용어 풀이 및 배경 설명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4월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새 관세를 대규모로 단행한 날을 지칭한다.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은 AI·클라우드·반도체 분야에서 시가총액을 이끄는 7대 빅테크 기업(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 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 플랫폼즈·테슬라)을 일컫는 월가 신조어다.
■ 기자의 분석 및 전망
현 관세 국면은 원가·수요·마진이라는 세 축에서 기업이익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AI 투자 열풍과 미국 소비시장의 구조적 탄력성이 증시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정책 변수가 빈번한 만큼, 업종·기업별 차별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제조·소비재 업종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큰 변동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