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여파 속 티센크루프, 연간 매출·투자 전망 대폭 하향

프랑크푸르트/뒤셀도르프 — 독일 종합 제조업체 티센크루프(Thyssenkrupp AG)가 자동차·기계·건축 자재 등 핵심 제품 수요 부진을 이유로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전체 매출과 설비 투자 전망을 또다시 낮췄다. 회사 측은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재도입한 수입 관세(import tariffs)가 세계 무역 흐름을 교란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광범위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티센크루프는 2025 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5%~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이전에 제시했던 ‘최대 3% 감소’ 전망보다 대폭 낮아진 수치다. 또한 설비 및 전략적 투자를 포함한 자본 지출(capex) 계획도 같은 폭으로 축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분기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라며, 중동 지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 추가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티센크루프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철강제조, 잠수함·함정 건조, 산업플랜트 엔지니어링 등으로 폭넓게 구성돼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매출원을 차지하는 철강·자동차용 부품 부문이 관세 장벽(tariff barrier)과 고금리·고물가 환경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사 실적 전체가 둔화되는 추세다. 미겔 로페스(Miguel Lopez)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기계·건설 등 주요 고객 산업에서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3분기 핵심 지표

이번 발표는 2025 회계연도 3분기(4~6월) 실적 공개와 맞물려 나왔다. 조정 영업이익(EBIT)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1억 5,500만 유로를 기록했으나,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컨센서스(1억 7,400만 유로)를 10% 이상 밑도는 수준이다. 연간 기준 조정 EBIT 가이던스도 6억~10억 유로 범위 하단에 머물 것으로 변경했다. 이는 달러-유로 환율(1달러=0.8544유로)을 감안하면 미화 7억 달러 안팎이다.

재무 담당 임원은 “자본 효율화와 비용 절감을 강화한 덕분에 영업이익이 소폭 개선됐지만, 매출 급감세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특히 유럽·미국 완성차 OEM의 부품 발주가 예년 대비 15% 가까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 관세가 불러온 파급 효과

관세란 국가가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 형태의 무역 장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에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번 관세 재도입은 명목상 자국 산업 보호가 목적이지만, 세계 공급망(supply chain) 차원에서는 물류 비용 급등과 수주 변동성 확대를 야기한다. 티센크루프는 “관세 영향으로 선적 일정이 불규칙해지고, 원자재 가격까지 요동치면서 생산 계획을 짜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 연간 철강 수입 물량의 12% 이상이 미국을 거쳐 글로벌 시장으로 재수출된다. 관세 부과로 이 경로가 막히면 유럽 철강 가격이 단기에 최대 8% 상승할 소지가 있다. 티센크루프가 매출보다 EBIT 가이던스를 더 크게 낮춘 이유도 바로 이같은 비용 압박 때문으로 풀이된다.


• 주가와 투자 심리

실적 발표 직후 프랑크푸르트 증시 개장 전 티센크루프 주가는 2.3% 하락 출발이 예고됐다. 증권가에서는 ‘방어적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 적시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단기 실적 회복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한 애널리스트는 “투자 지출을 줄이면 현금흐름 개선엔 도움이 되지만, 중장기 성장 동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독일 경제 전체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완성차·기계·철강 등 제조업 비중이 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은 미·중 갈등, 에너지 가격 불안, 고금리 등 다중 충격을 이미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티센크루프의 실적 하향은 독일 제조업 전반의 체감경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 용어와 배경 설명

1EBIT(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es)는 이자 및 법인세 비용을 차감하기 전의 영업 성과를 가리킨다. 기업의 핵심 영업이익력을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애널리스트들이 널리 활용한다.

2Capex(capital expenditure)는 공장·설비·기술 등에 지출하는 자본적 비용을 뜻한다. Capex가 줄면 단기적으로 현금흐름이 개선되지만, 장기 성장 여력은 축소될 수 있다.


• 향후 관전 포인트

티센크루프는 “중동 정세 악화 시 원자재·물류 비용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 우려했다. 특히 해상 물류를 통해 철광석·석탄을 들여와 제철소에 투입하는 철강업 특성상, 홍해·지중해 항로 리스크가 커지면 생산 비용이 예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증권업계는 독일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 전력가격 인하 지원책’과 EU 차원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속도를 변수로 본다. 전력료와 탄소배출 비용이 억제된다면 티센크루프는 비용 측면에서 어느 정도 숨통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실적 가이던스 하향은 관세·지정학·내수 둔화라는 ‘3중(三重) 악재’가 글로벌 제조업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향후 몇 분기 동안 매출 반등을 위해서는 관세 완화, 수요 회복, 내부 구조조정 등 복합적 해법이 요구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