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무역 긴장 속 기업별 상반된 실적 전망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고율 관세가 일본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을 극명하게 갈라놓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대미(對美) 수출 비용 증가와 엔화 강세를 이유로 실적 전망을 대폭 낮춘 반면, 소니와 혼다는 예상보다 양호한 영향을 근거로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부터 미국 시장에 수입되는 글로벌 상품 전반에 부과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규 관세가 발효됐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각자의 사업 구조와 공급망 의존도에 따라 손익 전망을 새롭게 조정하며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은 전 세계 기업들의 경영 전략을 뒤흔들고 있다. 다수 국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발 빠르게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일본은 자동차·전자·반도체·의약품 등 제조업 의존도가 높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미국의 다섯 번째 교역 파트너로, 양국 교역 규모는 2024년 기준 2,300억 달러, 쌍방향 무역흑자는 일본이 7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도요타, 영업이익 전망 16%↓…“시장 환경 예측 난망”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자동차는 2025년 3월 회계연도 영업이익 전망치를 종전 1조 6,700억 엔에서 1조 4,000억 엔(95억 달러)으로 16% 하향했다. 재무 책임자 아즈마 다카노리 CFO는 “
솔직히 시장 환경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라며, 관세와 엔고(円高)를 동시에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미국 고객을 위한 현지 생산 및 공급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지한다”며 “재고가 적고 인센티브도 낮은 탓에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도요타는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차량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어, 마진 압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소니·혼다·스바루, 관세 충격 ‘완화’…주가 상승
반면 소니는 연간 영업이익 전망을 1조 2,800억 엔에서 1조 3,300억 엔(90억 달러)으로 4% 상향했다. 소니는 5월에 1,000억 엔으로 추산했던 관세 비용을 700억 엔으로 하향 조정하며 “타격이 당초 예상보다 적다”고 밝혔다.
혼다도 전날(8월 6일) 관세 영향을 6,500억 엔에서 4,500억 엔으로 31% 축소해 발표했다. 다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다”는 단서를 달았다. 스바루 역시 관세 부담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주식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도요타 주가는 1.5% 하락했으나, 소니는 4.1%, 스바루는 2.6%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기업별 관세 노출도와 대응 전략을 선별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업계 ‘100% 관세’ 직격탄…미국 내 생산 기업은 예외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반도체 제품에 대해 100% 관세를 매겼다. 그러나 ‘Made in USA’ 또는 미국 내 투자 계획이 있는 업체는 예외를 인정했다. 일본은 대미 직접투자 잔액이 2024년 말 기준 8,190억 달러로 최대 규모지만,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 생산 확대에는 소극적이었다.
이에 따라 일본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은 2.7%,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 Advantest는 1%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다. 반면 미국 공장 증설이 활발한 대만 TSMC는 5%, 한국 삼성전자는 2.5% 상승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자국 반도체·의약품에 대해 다른 국가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조치 시점은 미정이다. 또한 도요타 등 자동차 업계가 적용받는 27.5%의 총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한 양국 합의를 “신속 이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용어·배경 설명
1 관세(Tariff)란 국가가 수입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와 재정 수입 확보가 목적이다. 트럼프 정부는 무역적자 축소를 명분으로 고율 관세를 단행해 왔다.
2 엔고(円高)는 엔화 가치가 다른 통화 대비 상승하는 현상이다. 일본 수출기업은 달러 수입을 엔화로 환산할 때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적 리스크에 직면한다.
3 Made in USA 예외는 미국 내 생산시설 또는 투자 계획이 있는 기업에 관세 혜택을 부여해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전망과 시사점
이번 관세는 기업별 공급망 다변화 수준, 현지 생산 비중, 브랜드 가격 결정력에 따라 손익 구조를 달리한다. 도요타처럼 미국 현지 생산 기지가 크더라도 글로벌 부품 조달망이 복잡하면 관세 부담이 남는다. 반대로 소니·혼다 등은 고부가가치 제품 구성이 많고 공급망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단기 충격을 완화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 확대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기업이 고율 관세 회피를 위해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짓거나, 현지 부품 조달을 늘리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치·외교 리스크가 불확실한 만큼, 투자 타이밍을 정밀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 외에도 엔화 강세, 미·중·일 삼각 관계 등 거시 변수들이 맞물려 기업 실적 가변성이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무역 압박 수위를 추가로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관세 국면은 업종·기업별 ‘옥석 가리기’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지화 전략, 가격 전가(轉嫁) 능력, 달러 대비 환헤지 정책 등 핵심 변수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