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시한 임박…협상 타결국과 미합의국 전면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 D.C.발(Chip Somodevilla·Getty Images News)—오는 금요일(현지시간)부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할 더 높은 관세율이 전 세계 무역에 작지 않은 충격을 던질 전망이다. 이미 두 차례의 유예를 거쳐온 조치인 만큼 시장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2025년 7월 3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에 10% 기본 관세(baseline tariff)를 공표한 뒤 7월 9일로, 다시 8월 1일로 발효 시점을 연기해 왔다. 기본 관세란 모든 수입품에 일괄 적용되는 최저 관세율을 의미하며, 국가별·품목별로 달리 매기는 ‘상대 관세(reciprocal tariff)’와는 구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타임지 인터뷰에서 “200건이 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주장했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고문은 “90일에 90건”도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으나, 현실은 120일 동안 8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27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유럽연합(EU)과 체결한 협정이 포함된 숫자다.


무역 합의가 이뤄진 국가

영국: 첫 번째 합의국

영국은 5월 이미 미국과 합의한 선두주자다. 합의안은 10% 기본 관세를 기초로 자동차·항공우주 등 일부 품목에 쿼터 및 면제를 설정했다. 그러나 영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하, 디지털 서비스세 폐지 문제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협상 중이다.

베트남: 관세 절반 이하로 축소

7월 2일 발표된 베트남 협정은 기존 46%→20%로 관세가 대폭 낮아졌다. 다만

“타국에서 생산된 물품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재수출될 경우 40% ‘우회(transshipping) 관세’를 부과한다”

는 조항이 포함돼 세부 적용 방식이 불투명하다. ‘우회 수출’은 중국 기업 등이 고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활용한 대표적 방식이다. 폴리티코는 베트남 측이 11% 수준을 기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20%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비관세 장벽 철폐

7월 15일 체결된 인도네시아 합의는 관세를 32%→19%로 낮췄다. 백악관은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등 99% 품목에 대한 인니 수입 관세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비관세 장벽과 기타 규제도 단계적으로 해소하기로 했다.

필리핀: 미세한 인하

7월 22일 필리핀과의 합의는 단 1%p를 줄여 20%→19%로 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리핀은 오픈 마켓을 선언했다”며 향후 군사 협력 강화를 언급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일본: 자동차·쌀 갈등 속 ‘역대 최대 딜’

7월 23일 일본은 관세를 25%→15%로 내리면서 자동차 부문까지 우대 혜택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아마도 역대 최대 합의”라 칭하며 5500억 달러 투자“미국이 90% 이익을 가져간다”고 강조했다. 협상 직전까지도 그는 일본을 “버릇이 없다(spoiled)”며 미국산 쌀 수입을 거부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유럽연합(EU): 불만 속 타결

7월 27일 극적으로 성사된 EU 합의는 30% 위협 관세→15%로 절반 인하됐다. 자동차는 15%로, 항공기·복제약 일부는 1월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다. 그러나 프랑스의 프랑수아 바위루 총리는 “굴복의 행위”라고,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어려운 상황 속 최선”이라 평했다.

한국: 15% 균일 관세 합의

7월 31일 발표된 한국 합의는 일본과 유사하게 15% 일괄 관세를 적용하며 자동차도 15%로 낮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운용·통제할 3500억 달러 투자금”을 강조했으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90% 이익이 미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펀드가 조선·반도체 등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촉진할 것이라 밝혔다.


아직 합의하지 못한 주요 국가

합의에 실패한 국가는 15~20% 새 글로벌 기본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의 무역 흑자가 클수록 상대 관세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인도: 관세 + ‘추가 벌칙’

트럼프 대통령은 7월 30일 25% 관세와 별도의 ‘벌칙(penalty)’을 발표했다. 그는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세를 유지해 왔다”며 러시아산 무기·에너지 구매도 문제 삼았다. 4월 2일 발표된 26%보다 소폭 낮지만, 대통령이 언급한 20~25% 상단에 해당한다.

캐나다: 35% 고율 관세 앞두고 ‘집중 협상’

캐나다는 이미 2월 선제 관세를 경험했으며, 8월 1일부터 35% 관세가 예고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 밀수를 거론하며 추가 인상을 경고했으며, 마크 카니 총리는 “집중 협상의 마지막 단계”라 전했다.

멕시코: 진전 없는 국경 갈등

멕시코는 마약·불법 이민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상시 타깃이 돼 왔다. 8월 1일 30%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나, 최근 협상 진척은 거의 없다. 멕시코 정부는 시한 전 해결을 희망하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호주: 적자국이지만 예외는 없다?

호주는 미국과 무역 적자를 기록해 당초 10% 기본 관세만 적용됐으나, 15~20% 상향 가능성이 제기된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미·호 자유무역협정(FTA)과 적자를 고려해 관세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호주가 미국산 쇠고기 규제 완화에 나선 것도 관세 리스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 ‘휴전’ 속 협상 난항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단골 표적이었다. 4월 2일 34% 관세로 출발한 뒤 보복·재보복으로 미국 수입 145%, 중국 수입 125%까지 치솟았다. 5월 제네바 회의에서 8월 12일까지 30% vs 10%로 임시 감축에 합의했으나, 7월 29일 스톡홀름 회의에서 휴전 연장은 결론 나지 않았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서명 전엔 연장 없다”고 밝혔다.


용어 설명

우회 수출(Transshipping)은 제3국을 경유해 상품 원산지를 숨기거나 관세를 회피하는 행위다. 예컨대 중국 제품을 베트남에서 포장·선적해 ‘베트남산’으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기본 관세(Baseline Tariff)란 특정 국가와 별도 협정이 없을 때 적용되는 최저 관세율로, 트럼프 행정부는 10%에서 최대 20%까지 인상할 방침이다.

상대 관세(Reciprocal Tariff)는 상대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율과 유사하거나 그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는 맞춤형 관세다.


전망 및 시사점

시장 참여자들은 관세 쇼크가 공급망 재편·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히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인도·캐나다·멕시코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글로벌 교역 흐름이 달라질 전망이다. 동시에 한국·일본·EU 사례처럼 대규모 투자 약속이 협상의 결정적 지렛대로 부상하고 있어, 정치·안보 이슈가 통상 정책에 깊숙이 개입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