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불안·수요 둔화 우려에 국제유가 1%대 하락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22일(현지시간)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전일 대비 0.99달러(-1.47%) 내린 배럴당 66.56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달물 RBOB 휘발유 선물도 0.0300달러(-1.41%) 빠지며 2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2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하락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에너지 수요 감소 가능성이 겹쳐 나타난 결과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협상을 마치지 못한 국가들에 대해 8월 1일부터 보복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성장 전망이 흔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WTI 선물 차트

관세 우려 속에서도 DXY 달러지수는 1.5주 만의 저점으로 밀려 달러 약세가 원유 하락폭을 일부 제한했다. 그러나 경기 연동 수요 둔화 우려가 더 컸다.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7월 제조업 지수는 ‑20으로 전월 대비 12포인트 급락하며 11개월 최저치를 찍었다. 시장 전망(-2)을 크게 밑돌아 에너지 소비 위축 가능성을 키웠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공개한 분기별 은행대출조사에서도 2분기 유로존 대출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RBOB 휘발유 차트

공급 측면에서는 이라크가 2023년 3월 이후 중단됐던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을 통해 쿠르드 자치정부(KRG)의 원유 수출을 재개하기로 승인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쿠르드 지역은 수출 재개 시 하루 23만 배럴을 공급할 계획이며, 이는 OPEC 2위 생산국인 이라크의 전체 공급량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유럽연합(EU) 추가 제재는 가격 하방을 일정 부분 막아주는 요인이다. EU는 러시아 은행 20곳을 국제결제망 SWIFT에서 추가 차단하고, 러시아 석유 정제품이 제3국에서 재수출되는 경우까지 제한을 확대했다. 인도 최대 규모 정유사 중 하나인 니야라 에너지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또 러시아 그늘선단(shadow fleet) 소속 선박 105척을 추가 제재해 제재 대상 선박은 400척을 넘겼다.


OPEC+ 증산 계획과 추가 조정 논의

7월 5일 OPEC+는 8월부터 하루 54만8000배럴 증산하기로 해 시장 예상(41만1000배럴)을 웃돌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과잉 생산 국가를 압박하기 위해 유사한 규모의 추가 증산을 시사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2026년 9월까지 220만 배럴의 감산이 단계적으로 완전히 해제된다.

다만 블룸버그는 7월 10일 “OPEC+가 9월 증산 이후 10월부터 증산 일시 중단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늘고 있다며 2025년 4분기에는 수요 대비 1.5%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고·선박·설비 가동 지표

조사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월 18일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는 6631만 배럴로 전주 대비 14% 감소했다.

시장 컨센서스는 23일 발표될 EIA 주간 재고에서 원유 재고가 150만 배럴, 휘발유 재고가 20만 배럴 각각 감소할 것으로 본다.

앞서 7월 11일 기준 EIA 통계에선 원유 재고가 385.9만 배럴 줄어 3주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휘발유 재고는 339.9만 배럴,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417.3만 배럴 늘었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간 0.1% 줄어 1337만5000배럴로, 2024년 12월 첫째 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보다 소폭 낮았다.

원유·가스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는 7월 18일 주간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가 2기 줄어 422기라고 집계했다. 이는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이며, 2022년 12월 기록했던 627기 대비 가동률이 크게 낮아졌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경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세계 유가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 휘발유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청정연료 기준에 맞춰 산소 첨가제를 섞기 전 단계의 휘발유를 의미한다.
DXY 달러지수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로, 달러 강·약세는 원자재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