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 가격 급락
세계 코코아 선물 가격이 4일(현지시간) 뉴욕 ICE(Intercontinental Exchange)와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각각 2주·1주 만의 저점을 기록하며 후퇴했다. 9월 인도분 ICE 뉴욕 코코아(종목 코드 CCU25)는 전장 대비 −130달러(−1.58%) 하락한 반면, 같은 달 런던 ICE 7번 코코아(CAU25)는 −111파운드(−2.02%) 떨어졌다.
2025년 8월 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재부과 관세 대상에서 코코아가 제외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 후임으로 거론되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대행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은 관세에서 면제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의 공급 긴장 완화 기대가 높아졌다.
코코아 가격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수출 둔화 우려로 한 달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8월 3일 기준 코코아 출하량은 176만t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35% 증가율에 비하면 크게 둔화됐다.
서아프리카 기상 변수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현재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강우량이 30년 평균을 밑돌고 있으며, 고온까지 겹쳐 10월 시작되는 주요 작기(main crop) 포드(열매) 발육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경고했다. 건조 기후는 코코아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수요 부진은 약세 재료다. 스위스 초콜릿 제조사 린트&슈프륭글리(Lindt & Sprüngli)는 지난달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벨기에계 초콜릿 원료업체 바리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 역시 지난 3개월 새 두 차례나 판매량 전망치를 낮추며, 3~5월 판매량이 9.5% 급감해 10년 만의 최대 분기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분쇄(그라인딩) 지표 약화
7월 중순 발표된 Q2(4~6월) 지역별 코코아 그라인딩 통계도 수요 위축을 보여준다. 유럽코코아협회(ECA)는 유럽 분쇄량이 전년 대비 7.2% 감소한 331,762t이라 발표해 시장 예상치(−5%)를 밑돌았다. 아시아코코아협회(COA)는 아시아 분쇄량이 16.3% 감소해 2분기 기준 8년 만의 최저치인 176,644t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북미 분쇄량은 2.8% 줄어든 101,865t을 기록했는데, 감소 폭은 아시아·유럽보다 작았다.
선물가격 급락과 동시에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재고는 7월 22일 236만8,141포대로 10.7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급 확대 신호가 단기 약세를 부추긴 셈이다.
주요 생산국 동향
가나 코코아위원회는 7월 1일 “2025/26년 가나산 생산량이 전년 대비 8.3% 늘어난 65만t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세계 2위 생산국인 가나의 증산 예측은 가격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반면, 나이지리아코코아협회는 2025/26년 나이지리아 생산량이 11% 감소한 30만5,000t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현재(4~9월) 진행 중인 코트디부아르 미드 크롭(mid-crop) 품질 악화도 주목된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 분량의 5~6%가 불량”이라며 평년(1%) 대비 불량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농산물은행 라보뱅크(Rabobank)는 “늦은 우기가 생산량과 품질 모두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미드 크롭 생산량은 40만t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할 전망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 수급 전망
ICCO는 5월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3/24년도 전 세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년 만의 최대 수준이다. 동기간 생산량은 13.1% 감소한 438만t으로 집계됐으며, 재고 대비 분쇄 비율은 46년 만의 최저치인 27%로 추락했다. 다만, 2024/25년에는 14만2,000t의 흑자 전환과 7.8% 증가한 484만t 생산을 예상해 장기적으로는 공급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미국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소로, 농산물·에너지·금속 등 각종 선물·옵션 상품을 상장한다. 그라인딩(Grinding)은 코코아 빈을 분쇄해 버터·케이크 등 2차 원료로 가공하는 공정으로, 업계에서는 이를 실제 초콜릿 수요 지표로 활용한다.
이번 가격 조정은 단기 관세 재료가 시장 심리를 압도한 결과다. 그러나 서아프리카 기상 악화, 코트디부아르 미드 크롭 품질 저하, 국제기구가 제시한 대규모 공급 부족 전망 등 구조적 상승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어 중·장기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