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도 대형주가 궁극적 승자가 될 가능성

월가가 주목하는 종목 순환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대형주(large caps)에서 소형주(small caps)로, 그리고 모멘텀주에서 상대적 저평가주(laggards)로의 이동이 뚜렷이 관찰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 다수는 이러한 순환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유지 가능성이라는 변수 앞에서 오래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2025년 8월 2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월가 전략가들은 “장기적으로 보면 대형주가 다시 한 번 주도권을 되찾을 것”이라며 관세가 상시화될 경우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기업들이 협상력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1

스티펠 파이낸셜(Stifel Financial)의 워싱턴 정책 수석 전략가 브라이언 가드너는 “대기업은 협상력이 크다”며 “막대한 자본과 글로벌 공급망을 지닌 만큼 경제 환경 변화(altering economic environment)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면 중소기업은 관세 면제 협상을 벌일 여력도 제한적이며, 생산지를 다른 국가로 전환해 관세 리스크를 회피할 역량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소형주는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7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부진하게 발표된 직후 급등했다. 중소기업은 외부 차입 의존도가 높고 내수 비중이 커 저금리 환경의 직접적 수혜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미·중 관세 장벽은 결국 자본력이 풍부한 대형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 — 에드 밀스, 레이몬드 제임스 워싱턴 정책 애널리스트

밀스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 1기(2017~2021년)에도 동일한 흐름이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그는 “취임 초기 소형주 랠리가 있었지만 대형주가 최종 승자로 떠올랐다”며 규모의 경제가 백악관과 직접 ‘딜’을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1월 트럼프 취임일부터 2021년 1월 바이든 취임일까지 S&P500 지수는 약 70% 상승했고, 러셀2000 소형주 지수는 60%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연초~8월 20일)에도 S&P500이 9% 가까이 오른 반면 러셀2000은 2% 미만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대형 IT기업의 전략적 행보
대형주가 관세 역풍을 어떻게 회피할 수 있는지는 애플(Apple)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팀 쿡 CEO는 최근 백악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향후 4년간 미국 내 제조·투자에 1,000억 달러를 추가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주에 미국 행정부는 엔비디아(Nvidia)AMD(Advanced Micro Devices)에 대해 “중국향 반도체 판매 확대를 허용하는 대신 매출의 15%를 연방 정부에 귀속”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밀스는 “미국 내 투자 확대 또는 로비가 관세 면제 혜택으로 이어진다면, ‘수표를 쓸 수 있는’ 대형주가 압도적 우위를 점한다”고 분석한다. 그는 “이는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형주에서 대형주로의 역(逆)순환이 촉발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소형주가 완전히 패배자는 아니다
B. 라일리 웰스 매니지먼트(B. Riley Wealth Management)의 수석 전략가 아트 호건은 “관세 내성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소형주를 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호건은 낮아질 금리 외에도 규제 완화(deregulation)와 견조한 미국 내 성장세가 소형주에 우호적이라고 본다. 그는 “AI 열풍이 당분간 대형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소형주도 동참할 수 있는 무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간 소형주는 대형주에 비해 부진했고, 양 그룹 간 밸류에이션 격차는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호건은 지적한다. 그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소형주를 간과할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 AI 혁신의 수혜는 대형주가 독식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용어 해설

• 대형주(Large Cap): 시가총액이 수천억~수십조 달러에 달하는 기업으로, 유동성과 재무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 소형주(Small Cap):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을 지칭하며, 성장 잠재력은 크지만 변동성도 크다.
• 러셀2000 지수: 미국 소형주 2,000개로 구성된 지수로, 내수 경기 체감지표로 여겨진다.
• 모멘텀주: 최근 주가 상승률이 높아 투자 심리가 집중된 종목.
• 관세(Tariff): 국가 간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보호무역 또는 협상 카드로 활용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요약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 ‘관세 국가’ 기조를 고수할 경우, 규모의 경제·협상력·다각화된 공급망을 가진 대형주가 상대적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금리 인하·규제 완화·내수 회복이라는 3대 변수는 소형주에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투자 포트폴리오는 대형주·소형주를 균형 있게 배분하되, 향후 관세 정책과 연준(Fed)의 속도·강도, 그리고 AI 혁신의 전개 과정을 주시하는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