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로 유럽 증시 상승폭 제한될 듯…로이터 설문 분석

런던발 로이터(Reuters)—로이터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유럽 주식시장은 올해 말 현재 수준보다 소폭 높은 수준에서 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화적 재정ㆍ통화 정책이 지수를 지지하겠지만, 미국 정부의 수입 관세라는 불확실성이 상승 폭을 제한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2025년 8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은 연말 570포인트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8월 18일 종가 554포인트 대비 약 3% 추가 상승 여력을 시사한다.

유로존 대형 50개 기업으로 구성된 Euro STOXX 50 역시 올해 5,550포인트에서 거래를 마칠 것으로 예상돼 월요일 종가 대비 2%의 상승 폭이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여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유럽연합(EU)과 영국을 포함한 교역 상대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EU·미국 간 무역협정 타결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으나, 미국으로 수입되는 대다수 상품에는 여전히 15% 관세가 적용돼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순이익을 압박할 전망이다.

Morningstar의 수석 주식 전략가 마이클 필드(Michael Field)는 “합의된 관세가 하반기부터 전면적으로 적용되면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많은 산업이 이미 유통망과 고객 기반을 조정했기 때문에 치명적인 타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 기업들은 2분기에도 미국 수입관세 인상에 맞서며 5분기 연속 순이익 증가를 간신히 이어 갔다.

유럽 초반 강세, 이어질까?

올해 초 유럽 증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돋보였다. 독일이 대규모 재정정책 완화에 나서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국내 성장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 빅테크가 추진하던 인공지능(AI) 붐과 설비투자(CapEx) 계획이 계속해서 이익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단기적으로 기우로 판명됐다. 마이크로소프트(NASDAQ:MSFT), 메타 플랫폼스(NASDAQ:META), 알파벳(NASDAQ:GOOGL) 등이 데이터센터 대규모 증설에 참여하면서, 업계 전체 설비투자는 올해 3,3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1달러=약 1,330원 기준

반면 유럽 경제 성장률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며, 독일 정부의 지출 확대 효과가 실제 경기로 파급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STOXX 600은 연초 대비 9% 상승했으나, 미국 S&P 500 지수는 거의 10% 상승하며 격차를 좁혔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13% 상승했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 리서치의 유럽 주식·크로스애셋 전략팀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완화한 뒤 단기적으로 미국 주식의 상대적 강세를 예상했고, 그 흐름은 상당 부분 현실화됐다”며 “현재는 전술적으로 중립을 유지하지만, 전략적으로는 여전히 유럽 주식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는 STOXX 600이 연말 59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이번 설문 참여 기관 중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가치 평가 측면에서, STOXX 600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14.3배로 거래돼 S&P 500 대비 36% 할인된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기록한 역사적 할인율 41%에 근접한다.

바클레이스(Barclays) 주식 전략팀은 “상대적 저평가, 가벼운 포지셔닝, 그리고 EU·미국 간 성장률 격차 축소가 중기적으로 유럽 주식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새로운 고점을 탐색하되, 경기 민감주 및 수출주 중 일부 후발주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별 주요 지수 전망

독일 블루칩 지수인 DAX는 올해 들어 22% 이상 상승해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설문에 따르면 DAX는 2025년 말 24,500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추가 상승 여력은 약 1%다.

금년 DAX 상승세는 국방주 라인메탈(Rheinmetall)이 150% 이상, 은행주 코머츠방크와 도이체방크가 각각 135%, 90% 급등한 것이 주된 동력으로 작용했다.

한편, 이달 사상 최고치를 재차 기록한 영국 FTSE 100 지수는 연말까지 2% 이상 추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용어 해설

STOXX 600은 유럽 17개국 600개 주요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로, 유럽 전역의 시가총액 가중 현황을 보여준다. PER은 ‘Price to Earnings Ratio’의 약자로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눠 기업의 상대적 밸류에이션을 가늠할 때 사용한다.


종합하면, 유럽 증시는 완화적 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워싱턴발 관세 정책이라는 불확실성이 상단을 억누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주식이 미국 대비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과 재정지출 확대 효과를 근거로 중장기적 반등을 주장하지만, 관세의 실질적 영향이 드러나는 하반기에는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