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lian Technology는 주로 서방 브랜드를 대상으로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중국 남부 동관(동관시)의 기업이다. 이 회사는 미국 수주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주문이 몇 달간 동결되고 고객사들이 중국 외 지역에 생산기지를 마련하라고 요구받는 혼란을 겪었다.
2026년 4월 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중국 제조업에 상처를 주려는 목적이었지만, 한 전자기기 제조업체에게 2025년의 격동은 오히려 중국의 대체하기 어려운 경쟁력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보도는 다비드 커튼(David Kirton)이 현지에서 취재한 내용에 기반한다.
관세 부과와 그에 따른 보복 조치, 수요 위축 등은 많은 중국 기업에 혼란을 가져왔다. 중국의 공식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해 대부분 기간 위축을 보였고, 2025년 4월에는 2023년 12월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베이징의 보복은 미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일부 광물·금속에 대한 수출 통제로 이어졌고, 이는 미국의 조달에 큰 제약을 가해 관세 부담을 완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2026년 3월에는 중국의 공식 PMI가 1년 만에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Agilian은 연간 매출이 약 $3,000만 수준인 기업으로, 관세 혼란 이후 회복 국면에 접어들며 자국 내 기반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했다. 그러나 동시에 고객사 요청에 대응해 일부 생산의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추진하기도 했다.
무역·관세의 연쇄적 영향과 통계
공식 통계에서도 무역의 변화가 드러난다. 중국의 2026년 1~2월 무역흑자는 $2,136억으로 전년 동기 $1,692.1억에서 상승했다. 또한, 2025년 중국의 무역흑자는 사상 최대치인 $1.2조로 늘었는데, 이는 네덜란드의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수준이다. 다만 대(對)미국 수출은 2025년에 20% 감소해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체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
이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글로벌 무역 담당 책임자인 닉 마로(Nick Marro)는 “자료는 트럼프 관세가 중국 제조업의 모멘텀을 근본적으로 저지하지는 못했다는 점을 확인시킨다”며, “관세는 무역 연결고리와 공급망의 재구조화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현장: 동관 공장의 대응
Agilian 최고경영자(CEO) 파비앙 고소르구스(Fabien Gaussorgues)는 회사의 미국 수주가 동결되자 고객들이 중국 밖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도록 강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부사장 르노 안조란(Renaud Anjoran)은 2024년 트럼프의 지지율 상승세가 관세 우려로 이어지자 고객사들이 사전 조치로 북미 창고로 제품을 선적하라고 요구했고, 이로 인해 보관 비용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재선된 직후에는 고객사들의 ‘패닉’ 수준의 심야 전화가 빈번해졌고, 한 고객은 말레이시아 페낭에 가족이 있어 그곳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Agilian은 이미 인도에 법인을 설립했지만, 대부분 고객은 인도의 생산 속도와 통관 지연을 우려해 인도 운영에 소극적이었다. 고소르구스는 “인도는 시간이 걸린다. 공식 회사 설립에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2025년 4월 2일에는 중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추가로 34%포인트 인상되자 Agilian 고객들에게는 “재난”에 해당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다수의 주문이 취소됐다. 동관 공장(면적 12,000제곱미터(130,000제곱피트))에는 팔레트가 쌓여가기 시작했다.
양국 간 긴장은 격화되어 양측의 관세가 한때 100%를 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안조란은 “사물이 멈췄다(Things were frozen)”고 회고했다. 이에 회사는 페낭의 공장과 파트너를 찾기로 결정했고, 남중국해로부터 떨어져 있어 군사적 충돌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때문에 페낭이 선호됐다.
Agilian은 또한 인도 다르와드(Dharwad)에서 산업용 임대 공간을 물색했고, 미국으로의 생산 이전도 검토했으나 미국 내 공급망이 완전하지 않아 관세 대상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거나 더 높은 인건비를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플랜B의 한계와 현지화의 어려움
2025년 중반까지 Agilian의 인도 팀은 4,000제곱미터 규모의 산업용 건물을 찾아 몇몇 제품의 현지 생산 가능성을 논의했다. 중국과의 ‘엠바고(봉쇄)’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해 일부 고객은 인도를 더 수용 가능한 대안으로 여겼다. 그러나 5월 워싱턴-베이징 합의로 대부분의 관세가 해소되자, 다르와드 공장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고 8월에는 트럼프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인도에 대한 관세를 50% 올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조란은 “우리는 다국가 제조사가 되고 싶다. 장기적 관점에 집중해야 한다”며 페낭 및 인도 등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페낭에서는 2025년 중반에 예비 생산(pre-production) 가동이 시작됐고 팀은 “모든 일이 중국보다 훨씬, 훨씬 오래 걸린다”는 점을 체감했다.
관세 완화와 회복
여름을 거치며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는 미국의 특정 산업(자동차, 국방 등)이 중국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가공되는 소재에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10월 트럼프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회동은 관세를 다시 10%포인트 인하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그 무렵부터 Agilian 고객들은 관세 및 오프쇼어링에 대한 문의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Agilian은 2025년 하반기에 전례 없는 생산시간 증가를 경험했다. 하반기 생산시간은 상반기 대비 29% 증가했으며, 관세가 여전히 높지만 수용 가능한 수준이 되자 고객사들은 주문을 해동하고 신규 수주를 냈다. 안조란은 만약 관세가 다시 100%로 되돌아간다면 미국 노출 고객들이 생산을 중단하고 선적을 보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소르구스는 Agilian이 인도와 말레이시아의 생산시설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이를 “보험 정책(insurance policy)”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중국산 부품의 비용 하락과 품질 향상은 동관 소재 기반의 불가결성을 확인시켰다. 그는 향후 3년 내 매출을 30% 성장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주요 인물 발언
“자료는 트럼프의 관세가 중국 제조업의 모멘텀을 근본적으로 저지하지는 못했다.” — 닉 마로,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중국은 희토류를 ‘대량 파괴의 지렛대(leverage of mass destruction)’로 보여줬다. 이는 무역의 핵무기와 같다.” — 드니 드푸(Denis Depoux), 로랜드버거 총괄매니저
용어 설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제조업 활동의 경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로, 50을 기준으로 초과(확장)·미만(수축)을 나타낸다. 수치가 높을수록 제조업의 활동과 고용, 주문 등 전반적인 회복을 의미한다. 또한 수출 통제(export controls)는 정부가 특정 품목의 해외 반출을 제한하는 조치로, 전략적 자원이나 첨단 소재에 적용될 경우 수입국의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희토류(rare earths)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군수품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이어서 공급망에서 큰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전문가 분석 및 향후 전망
이번 사례는 몇 가지 핵심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공급망의 복원력(resilience) 확보는 단순히 생산시설의 분산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도·말레이시아·미국으로의 이전은 비용, 품질 통제, 통관·허가·공급자 네트워크 확보 등에서 중국 내 생산과 비교할 때 시간적·비용적 불확실성이 크다. Agilian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전환 비용과 생산성 저하가 상당해 단기간 내 완전한 이전은 현실적이지 않다.
둘째, 관세·수출통제·정치적 리스크는 기업의 가격정책 및 공급 계약에 즉시 반영돼 소비재 및 중간재의 가격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관세가 소비자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이 더 높은 재고 보유, 다지역 소싱, 전략적 비축을 통해 비용을 전가하거나 마진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동차, 방위산업, 첨단전자에 필요한 소재의 공급 제약은 해당 산업의 부품가격 상승과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정책적 완화(관세 인하·무역협정)가 이뤄질 경우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도 확인된다. Agilian의 하반기 생산 급증(상반기 대비 29% 증가)은 수요가 억눌려 있다가 해동될 경우 단기간 내 강한 반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험 정책”으로서의 생산 다변화는 유지하되, 중국 내 기반을 핵심 경쟁력으로 남겨두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마지막으로, 2026년 5월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긴장을 완화하고 추가적인 구조적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 방문이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보다는 양국 간 대화·프레임워크 합의를 통해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것을 막는 수준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와 수출통제는 정치적 변수에 민감하므로 기업들은 시나리오 기반의 대응 계획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결론
Agilian의 경험은 중국 내 공급망의 비용·시간 효율성과 한편으로는 정치적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기업은 다국가 생산 역량을 보험처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 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이중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향후 관세·수출통제의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조업체와 구매자 모두 단기 유동성 관리와 장기적 공급망 설계에서 균형을 찾는 노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