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의 월간 고용보고서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에리카 맥엔타퍼 전 국장을 해임한 배경을 거듭 설명하고 있다. 그는 BLS가 민주당 정권 하에서 자신에게 불리하도록 통계를 왜곡했다고 비난했지만,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8월 6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CNBC ‘스콰크박스’와의 인터뷰에서 “2024년 대선 직전에 나라가 불타오르는 것 같은 수치를 내놓더니, 불과 2주 뒤 90만 개 일자리를 깎아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진행자가 반박하자 “숫자가 조작됐다(the numbers were rigged)”며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전 고용 호조–선거 후 대폭 하향’이라는 두 단계 시나리오를 제시했으나, 실제 공개‧수정 일정은 그의 설명과 다르다. BLS는 2024년 8월에 이미 대규모 하향 조정 결과(전년 3월까지 81만8,000개 감소)를 발표했고, 이는 대선 두 달 전이자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시점이었다. 이후 2025년 2월 최종 벤치마크에서 하향 폭은 59만8,000개로 축소됐다.
■ ‘벤치마크 리비전(Benchmark Revision)’이란?
BLS는 매년 고용·실업 통계 샘플조사를 주(州) 고용보험 세금 자료와 대조해 ‘벤치마크 리비전’을 실시한다. 이는 조사표본이 아닌 전수 행정자료를 활용해 오차를 바로잡는 과정으로, 학계와 시장에서 ‘골드 스탠더드’로 통한다. 때문에 단기간에 임의 조작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주장인 “선거 직전 ‘놀라운 수치’ 발표” 역시 사실과 달랐다. 2024년 11월 1일 공개된 대선 직전 최종 고용보고서는 10월 비농업 고용이 1만2,000명 증가에 그쳤다고 밝혀,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시 파업(보잉·미 항만노조)과 허리케인으로 현장 데이터 수집이 차질을 빚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부진한 수치를 즉각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오늘의 고용보고서는 국가적 굴욕… 거짓말쟁이 카멀라”라고 비난하며 “아메리카는 쇠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LS는 이후 이 미약한 증가분을 상향 수정했다.
맥엔타퍼 전 국장은 오바마–바이든 정부에서 임명된 비정치적 통계전문가로, 학계와 월가에서 신뢰를 받아 왔다.
전·현 정부 관리와 전문가들은 “BLS 시스템상 한 명이 데이터를 흔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트럼프의 의혹 제기가 근거 없다고 반박
한다.
■ 해임 이후 시장 충격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5년 8월 1일, 7월 고용 발표에서 2개월 합산 25만8,000개 일자리가 추가 하향 조정된 직후 소셜미디어에 “선거 전 숫자를 조작한 책임자”라며 맥엔타퍼를 전격 해임했다. 같은 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500포인트 넘게 급락했고, 정부 통계 신뢰성 훼손 우려가 커졌다.
백악관은 케빈 해셋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을 통해 “연이은 하향 수정이야말로 조작 근거”라고 주장했으나, 학술단체 팩트체크.org는 “그 어떤 물증도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익명 관계자는 CNBC에 “맥엔타퍼가 현장 조사 문제를 늦게 보고했다”는 공세를 폈지만, 이는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사유와도 다소 엇갈린다.
■ 전문가 시각과 전망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정부가 BLS 독립성을 훼손할 경우 “미국 경제지표 전반의 신뢰가 흔들려 채권·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대통령이 통계기관장 교체를 반복할 경우 정책 신뢰 프리미엄이 낮아져 국채 발행비용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만간 차기 국장과 연준 이사를 지명할 것”이라며 인선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야당과 학계는 “데이터 독립성 회복이 시급하다”며 상원 인준 과정에서 자격·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 용어 설명
• BLS(Bureau of Labor Statistics) : 미 노동부 산하 통계기관으로 소비자물가(CPI), 고용보고서(Non-farm Payrolls) 등 핵심 경제지표를 생산한다.
• 벤치마크 리비전 : 매년 8월과 이듬해 2월, 고용보험 자료를 토대로 기존 샘플 조사치를 조정하는 절차.
• Truth Social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전문가 의견 : 필자는 통계기관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향후 경기 예측 오류가 누적돼 정책 결정‧금융투자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한다. 현재 논란은 단순 인사 갈등이 아닌, 데이터 거버넌스의 근간을 시험하는 분수령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