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각성 AI’ 연방정부 도입 차단…AI 수출 강국 전략 발표

[워싱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에서 열린 ‘Winning the AI Race’ 정상회의에서 세 건의 인공지능(AI)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연방정부에 각성(woke) AI는 없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을 “AI 수출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하며, 정부 조달 과정에서 이념 편향 모델을 배제하고 민간 혁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2025년 7월 24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서명된 첫 번째 행정명령인 ‘PREVENTING WOKE AI IN THE FEDERAL GOVERNMENT’는 “연방정부는 진실성과 정확성을 이념적 아젠다에 희생시키는 모델을 조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못박았다. 해당 명령은 특히 다양성·형평성·포용(DEI) 정책을 “가장 만연하고 파괴적인 이념”으로 지목하며, 정부가 사용하는 대형언어모델(LLM)에서 DEI 편향을 제거하도록 요구한다.

DEI와 LLM, 무엇이 문제인가

DEI는 Diversity, Equity & Inclusion의 약자로, 조직 내부의 인종·성별·성적 지향·장애 등을 고려한 포용적 문화를 조성하자는 개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개념이 AI 학습 자료에 과도하게 반영될 경우, ‘역차별’ 논란과 함께 역사적·과학적 사실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LLM은 Large Language Model의 줄임말로,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과 유사한 언어 생성 능력을 갖춘 AI를 뜻한다. 행정명령은 “LLM은 사용자 요청에 의해 유발되지 않는 한, 개발자가 의도적으로 편향적 판단을 출력에 주입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LLM은 중립적이고 비당파적인 도구가 되어야 하며, DEI와 같은 이념적 도그마에 유리하도록 응답을 조작해서는 안 된다.” — 행정명령 전문 중

행정명령은 AI가 미국인의 학습·정보 소비 방식에 점점 더 깊숙이 관여한다는 점을 인정하며, “신뢰할 수 있는 출력(reliable outputs)이 필수적”이라고 못 박았다. 또한 DEI가 AI 결과물에 인종·성별 기준의 차별적 결과를 불러오거나, 비판적 인종이론·교차성·시스테믹 레이시즘 등 학문적 개념을 무분별하게 주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 사례는 거론되지 않았으나, 명령문은 “일부 대형 모델이 교황이나 미국 건국의 아버지 같은 역사적 인물의 인종·성별을 임의로 바꿔서 이미지를 생성한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구글은 이미지 생성 모델 Gemini가 역사적 사진을 부정확하게 재현했다는 비판을 받자 해당 기능을 일시 중단하고, 수 개월 뒤 개선 버전을 재출시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신 정부가 조달해야 할 모델의 기준으로 ‘truth-seeking AI’를 제시했다. 이는 “역사적 정확성, 과학적 탐구, 객관성을 우선하며, 정보가 불완전하거나 상충될 경우 불확실성을 솔직히 인정하는” 모델이다. 다만 명령문은 “민간 시장에서 AI 모델의 기능을 규제하는 데 연방정부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서명된 두 번째 행정명령은 AI 혁신 가속화를 위해 “과도한 연방 규제를 제거”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세 번째 명령은 ‘American AI Exports Program’을 신설해 미국의 AI 기술 스택을 해외에 전파하고, 동맹국·파트너국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이 세 가지 명령은 행정부가 발표한 ‘Winning the AI Race: America’s AI Action Plan’의 일환이다. 해당 계획은 혁신 가속화, AI 인프라 구축, 국제 외교·안보 리더십 등 세 축에서 90가지 연방 정책 행동을 제시했다.

기자 분석: 규제보다 경쟁력 강화에 무게

이번 조치는 ‘편향 제거’와 ‘규제 완화’라는 두 개의 축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연방정부 내 DEI 프로그램 예산을 삭감해 왔으며, 이번 AI 명령은 같은 기조를 기술 영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AI 업계는 편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성(safety)’과 ‘공정성(fairness)’을 동시에 추구해 왔으나, 행정부는 fairness의 해석이 정치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완화가 단기적인 개발 속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연방 조달 시장을 노리는 AI 업체들은 새 지침에 맞춰 모델 학습 데이터를 재구성해야 하며, ‘정치적 편향’ 여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추가 부담이 생길 전망이다. 또 ‘AI 수출 프로그램’은 반도체·클라우드·모델 제공사 간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동맹국의 데이터 보호 규제와 충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제적으로는 중국·유럽연합(EU)이 각각 ‘AI 굴기’와 ‘AI 법’으로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미국이 정책 연합국 확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글로벌 AI 규범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EU가 강조하는 ‘위험 기반 접근법’과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자율·혁신 우선주의’ 간 충돌이 표면화될 경우, 다국적 기업들은 복잡한 규제 준수 전략을 짜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truth-seeking이라는 지향 자체는 공감대를 얻을 수 있지만, 이를 ‘반(反)DEI’와 동일 선상에 놓을 경우 기술·사회적 파장이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LLM이 훈련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와 고성능 반도체가 필수이므로, 수출 촉진 정책이 실제로는 미국 제조·클라우드 생태계 강화라는 경제적 목적을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우리는 AI에서 깨어 있는(woke) 허위가 아니라 진실과 미국적 가치를 수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정명령들이 향후 의회 논의와 2026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구체화될지, 그리고 글로벌 AI 생태계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