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401(k) 개편안, 사모펀드 투자 길 열리나

[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01(k) 등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서 사모펀드(private equity, 이하 PE)와 기타 대체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해당 정책이 시행되면 지금까지 공모주식·채권·상장지수펀드(ETF) 위주였던 연금 포트폴리오에 비상장 기업 지분과 헤지펀드, 부동산 사모펀드 등 고위험·고수익 자산이 편입될 수 있어 투자 지형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2025년 8월 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직연금 투자 다변화를 통해 근로자에게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익성만큼이나 높은 수수료·세금·유동성 리스크를 경고하며, 제도 도입 전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퇴직연금 이미지

투자 선택지 확대 기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활동하는 금융·조세 변호사 채드 D. 커밍스(Cummings & Cummings Law 대표)는 “평범한 근로자도 비상장 기업과 공모시장 밖 자산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론적으로는 더 높은 수익률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401(k) 이용자는 선택 가능한 펀드 수가 늘어날 뿐 아니라, 기존 주식·채권 대비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담아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사모펀드

하지만 즉시 적용은 어려워

커밍스 변호사는 “가능성(potentially)이란 단어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노동부(DOL) 규정에 따라 새로운 상품을 401(k) 편입 자산으로 등록하려면 규정 제·개정, 401(k) 운용사 내부 심사, 고용주 승인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실제 투자자들이 상품을 접하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PE 편입의 그늘: 높은 비용·투명성 부족

터보택스(TurboTax) 전 최고경영자이자 페이팔(PayPal) 창립 CEO로 명성이 높은 빌 해리스(Bill Harris)는 보다 직설적이다. 그는 “PE 펀드는 일반 투자자의 401(k)에 들어갈 자산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평균적인 401(k) 상품이 고비용 뮤추얼펀드에서 저비용 ETF로 이동하는 시점에, 다시 수수료가 높은 사모펀드를 도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 빌 해리스 전 PayPal CEO

해리스에 따르면 대다수 PE 펀드는 연간 2% 내외의 운용보수에 더해, 만기 시 성과의 20%가량을 성과보수(carry)로 가져간다. 반면 ETF는 0.03% 수준의 초저비용 상품도 많다. 수수료 구조 차이가 장기 복리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세금 역설: 장기·단기 과세 역전

또 다른 문제는 과세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PE 분배금은 장기보유 양도소득으로 간주돼 최대 20%의 연방세율만 적용된다. 그러나 401(k) 계좌 안에서 발생한 이익은 은퇴 후 인출 시 모두 일반소득으로 전환돼 최대 37%까지 과세될 수 있다. 세금 메리트가 오히려 사라지는 셈이다.

유동성 부족: 10년 잠금(lock-up)도 감수

해리스는 “PE 펀드는 본질적으로 폐쇄형 구조를 띠기 때문에 7~10년간 자금 인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갑작스러운 생활자금 수요, 또는 은퇴 일정 변경에 직면했을 때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치명적 위험요인이다.


고용주의 책임과 절차

노동부 규정은 고용주와 플랜 관리자에게 ‘최선의 이익(fidelity)’ 의무를 부과한다. PE 상품을 401(k)에 편입하려면 ▲투자 위험도 ▲비용 구조 ▲장기 적합성 등을 심사해야 한다. 또한 참여 직원에게 충분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하고, 선택권이 강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커밍스 변호사는 “고용주는 자사 직원의 은퇴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PE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할 상당한 법적·윤리적 근거도 존재함을 의미한다.

투자자 행동 지침: ‘알고 투자하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원칙은 ▲투자 대상 이해 ▲리스크 허용 범위 파악 ▲장기 투자 기간 확보 등이다. 커밍스 변호사는 “주식·채권 차이조차 모호한 투자자라면 PE는 적합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반대로 10년 이상 장기 투자 가능하고, 자금 회수가 급하지 않으며, 수익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일부분 편입을 고려할 수 있다.


용어 해설: 잘 모르면 피해야 하는 시장

사모펀드(Private Equity)는 소수 투자자에게만 자금을 모집해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고, 가치를 높여 되파는 전략을 구사한다. 공모펀드와 달리 정보 공시 의무가 제한적이어서 투명성이 떨어지며, 투자금이 장기간 묶인다.

ETF(Exchange Traded Fund)는 주식시장에 상장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인덱스 추종형 펀드다. 낮은 운용보수와 높은 유동성으로 401(k) 및 ISA 등에서 기본 투자수단으로 활용된다.

두 상품은 수익·비용·리스크·유동성이 극명하게 다르므로, 무엇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재무 상황과 투자 성향에 달려 있다.


기자 시각: 규제 완화가 만능 열쇠는 아니다

연금 투자 다각화는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PE는 프로 투자자도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고위험 상품이다. 특히 401(k) 계좌는 대부분 노후 자금의 ‘전 재산’에 해당한다. 과도한 변동성에 노출될 경우 은퇴 설계가 무너질 위험이 큰 만큼, 정부는 ▲수수료 상한선 ▲정보 공시 강화 ▲고위험 투자 비중 제한 등 안전장치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더 높은 수익률’이라는 달콤한 문구 뒤에 숨은 위험 요소를 냉정히 파악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해하지 못하는 상품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본 기사는 고뱅킹레이트(GOBankingRates.com) 2025년 8월 2일자 기사 ‘Trump’s 401(k) Overhaul: What Retirement Savers Need To Know Now’를 토대로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