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투자자 주택 매입 금지, 제조·모듈러 주택 확대 논쟁과 비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거비 부담은 단순한 금융용어를 넘어 오늘날 가장 민감한 사회적 현안이 되었다. 식료품, 의료, 보육, 자동차, 유가 등 대부분의 생활비 항목에 ‘감당 가능성(affordability)’이라는 화두가 붙어 다니며, 그중에서도 주택 문제는 미국의 주거비 논쟁에서 가장 끈질긴 쟁점으로 자리한다.

2026년 3월 29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상원이 3월 12일 주택 공급 및 주거비 완화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법안인 21세기 ROAD to Housing Act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40개가 넘는 조항이 담겼으며, 상원 표결에서 89대 10의 이례적인 초당적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법안은 자금 조달, 인허가, 용도 규제(zoning), 환경 규제의 완화 등 신축 주택 건설을 가속화하고 비용을 낮추려는 다수의 개혁을 포함한다.

법안은 하원에서 2월에 통과된 축소된 초당적 버전의 많은 조항을 채택했으며, 현재 다시 하원으로 건너가 심의 중이다. 하원에서는 특히 대형 기관투자자의 단독주택 매입 규제 여부를 두고 치열한 표결 공방이 예상된다.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매사추세츠)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대형 투자자의 주택 매수 관행을 비판해 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1월 행정명령으로 이 관행의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법안의 제조(Factory-built) 주택 관련 조항은 빌트-투-렌트(build-to-rent, BTR) 논쟁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공장제조 주택(manufactured homes)에 대한 규정 완화는 주택 공급 확대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제조주택을 영구 섀시(permanent chassis)에 고정할 필요를 없애고, 구매자 대상 연방 주택대출 한도를 상향 조정하며, 제조주택 설치 지역에 대한 용도 규제 완화 등을 허용한다. 이러한 변화는 저가격대의 ‘모바일 홈(mobile homes)’에 따라붙던 낙인을 크게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간 우리의 문제는 주택의 외관과 제공 가능한 입면(elevations)이었다. 연방 건축규정 하에서 더 다양한 주택 유형을 지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조주택협회(Manufactured Housing Institute)의 CEO인 레스리 구치(Dr. Lesli Gooch)가 말했다. 그는 “50년 동안 우리가 지은 모든 집은 영구 섀시에 올려져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manufactured homes image

산업계의 반응으로는, 공장제조 주택 분야의 대표적 기업인 Cavco Industries의 CEO 빌 부어(Bill Boor)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섀시 제거 허용이 설계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구 섀시 주택도 계속 생산하겠지만, 분리 가능한 섀시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은 규제 장벽을 허물고 저비용의 고품질 주택 공급을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Cavco는 입법 변화에 대비해 생산시설 재도구화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에서 가장 큰 사업자는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소유의 클레이턴 홈즈(Clayton Homes)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런 조항들은 주택 공급을 실질적으로 늘리고, 저렴한 가격대의 주택 선택지를 확대해 미국인의 주택소유라는 이상에 접근할 수 있는 현실적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70%가 넘는 미국인들이 주택비 부담을 우려하고 있으며, 단독주택의 전국 중간가격은 대략 $400,000 수준이고, 주택 공급은 약 400만 채 부족한 상태다. 여기에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6%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업계의 평가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Redfin)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릴 페어웨더(Daryl Fairweather)는 제조주택 관련 조항을 ROAD 법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녀는 “토지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에서 제조주택 건설은 중요하다. 건축 가능한 토지가 부족한 곳에서 제조주택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 NAR)의 총괄 홍보 책임자 샤넌 맥간(Shannon McGahn)은 성명에서 법안이 지역사회에 주택을 더 많이 건설할 수 있는 도구와 자원을 제공하고, 공사 지연을 초래하는 연방 절차를 간소화하며, 제조주택과 농촌 주택의 금융 옵션을 갱신한다고 밝혔다.

모듈러(Modular) 주택 업계의 우려도 있다. 모듈러 주택 건축업자 협회(Modular Home Builders Association)의 전무이사 톰 하디맨(Tom Hardiman)은 이번 법안이 제조주택에 명백한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섀시 규제 완화로 인해 소비자가 제조주택과 모듈러 주택을 혼동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소비자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구치 CEO는 이런 소비자 혼동 가능성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연방 품질 보증을 획득한 신축 주택을 본 구매자가 그것이 다른 규격의 주택이라는 점을 오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안은 또한 기존 구조물 옆에 지을 수 있는 보조 주거 단위(ADU, accessory dwelling units) 규제도 완화한다. ADU는 흔히 ‘그랜니 플랫(granny flats)’, ‘인-로우 스위트(in-law suites)’, ‘뒷마당 코테지(backyard cottages)’ 등으로 불리며, 제조주택과 모듈러 주택 모두에게 추가적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어웨더는 “ADU는 중개인과 고객 모두에게 매우 인기 있는 선택지다”고 말했다.


빌트-투-렌트(BTR)와 대형 투자자 논쟁

공장제조주택 관련 개선이 주택 공급 확대 측면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니지만, 여론의 관심은 여전히 투자자 조항에 쏠려 있다. 법안은 대형 기관투자자가 이미 350채 이상의 단독주택을 보유한 경우 신축 단독주택을 추가로 매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포함한다. 다만 예외로 이들이 신규주택을 건설하거나 기존 주택을 임대용으로 개조하는 것은 허용하되, 7년 후에는 해당 주택을 개인 구매자에게 매각해야 한다는 규정이 붙는다.

대통령 트럼프는 BTR(임대용으로 건설되는 단독주택) 시장에 대해 이 7년 규정을 수용함으로써 월가와 주택건설업계의 우려를 다소 달래려 했다. 하원 통과안은 투자자 규정을 포함하지 않았으며, 하원에서는 이를 추가할지 여부로 분열된 상태다.

주택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전미주택건설업자협회(NAHB), 모기지뱅커협회(Mortgage Bankers Association), 내셔널 하우징 컨퍼런스(National Housing Conference) 등은 공동 성명에서 “7년 처분 요건은 사실상 BTR 개발을 중단시켜 공급을 줄이고 임차인 선택지를 축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드핀 보고서는 미국 임대주택 중 단독주택 비중이 31%로 사상 최저 수준임을 지적했다.

NAHB 의장 빌 오웬스(Bill Owens)는 ROAD 법안 가결 당일 성명에서 BTR 금지가 단독주택 생산을 연간 약 40,000채까지 줄일 수 있다고 계량적으로 경고했다.

반대 주장도 있다. 미국 기업연구소(AEI) 주택센터의 보고서는 100채 이상 보유한 투자자들은 미국 주택시장의 1% 미만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AEI의 에드워드 핀토(Edward Pinto) 수석연구원은 BTR이 일부 주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BTR 개발의 72%가 플로리다, 텍사스,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6개 주에 집중되어 있으며, 특정 주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자본 공급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미국의 꿈과 정책적 쟁점

하원이 최종 법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BTR 규제를 철회하라는 압력과,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 간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지지자들은 BTR의 확대가 주택소유의 꿈을 깰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면 최근 조사들은 주택소유가 모든 세대의 보편적 목표는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세대 동력학 연구기관(Center for Generational Kinetics)이 18세에서 70세 사이의 단독주택 임차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만이 미국의 꿈을 주택 소유로 정의했으며, 70%는 유지·보수비용과 세금 부담에서 해방된 것을 안도한다고 답했다. 또한 젠지(Gen Z)의 53%는 임대가 학교나 일자리 접근성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응답했고, X세대는 편리성 때문에 임대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는 2026년 투자자 서한에서 주택 소유의 투자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주택은 보장된 고수익 투자 자산이 아니다. 재산세, 보험료, 유지보수비, 거래비용 등을 고려하면 장기 수익은 더 온건하고 고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미국의 첫 주택 구매 평균 연령은 40세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저소득층을 대변하는 전국저소득주택연합(National Low Income Housing Coalition, NLIHC)은 ROAD 법안이 농촌지역 저소득층의 주거기회 보존, 규제 완화, 민관협력 촉진 등 그들이 우선시한 여러 조항을 포함한다고 평가했다. NLIHC의 공공정책 수석이사 킴 존슨(Kim Johnson)은 한 조항이 소멸되더라도 일정 기간 주거를 유지할 수 있는 ‘바우처 유사’ 장치를 통해 농촌의 약 400,000명의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일정과 향후 전망

법안은 상·하원 조정(conference)을 거쳐 최종 합의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부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상원 법안의 승인을 대가로 지역은행 규제완화 조치들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법안이 자신의 책상에 올라오기 전까지 행정명령으로 요구한 논쟁적 유권자 신분증(SAVE America Act)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다리겠다고 공언한 점이다. 트럼프는 “그것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말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도 크다. AEI의 핀토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고 양측 모두 무언가를 통과시킨 것으로 보이기를 원한다”며 중간선거 압력이 최종 합의의 중요한 동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제조주택(manufactured homes): 연방 HUD의 건축 규정을 따르는 공장제작 주택으로, 전통적으로 영구 섀시(섀시가 달린 채 이동 가능한 구조)에 올려져 현장에 설치되는 형태였다. 이번 법안은 섀시 고정 의무를 해제해 설계와 설치 유연성을 높인다.

모듈러 주택(modular homes): 각 지역의 주 또는 지방 건축 규정을 준수해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주택으로, 전통적 현장 건축(site-built)과 동일한 규격을 적용받아 디자인 다양성이 큰 편이다.

빌트-투-렌트(BTR): 투자자가 단독주택을 신축해 임대 시장에 공급하는 형태로, 최근 일부 주와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자에 대한 신규 매입을 금지하되 BTR 개발·개조에는 예외를 두고 7년 뒤 매각 의무를 부과한다.

ADU(Accessory Dwelling Unit): 기존 주택 부지 내에 추가로 지을 수 있는 소형 별거용 주택을 말하며, 다세대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는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책·시장 영향 분석

첫째, 제조주택 규제 완화와 연방 대출한도 상향은 단기적으로 공급을 빠르게 확장할 잠재력이 있다. 제조주택은 공장 생산의 이점을 통해 토지 비용과 현장 건설 비용을 낮출 수 있어, 특히 토지 확보가 어려운 고토지가 지역에서 실질적인 주택 공급원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레드핀과 NAR의 의견을 종합하면 ADU 규제 완화와 결합될 경우 단기 수요 일부를 흡수하면서 주택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둘째, BTR 규제(7년 처분 의무)가 시행되면 일부 지역에서 BTR 개발이 둔화될 수 있으며, NAHB의 분석처럼 연간 단독주택 공급이 수만 채 감소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플로리다·텍사스 등 BTR 개발이 집중된 6개 주에서는 공급 공백이 더 뚜렷할 수 있다. 이는 해당 지역 임대료 및 주택 가격의 단기적 변동성을 높일 위험이 있다.

셋째, 투자자들의 자본배치 변화가 예상된다. BTR가 제약을 받으면 기관투자자들은 다세대 아파트, 상업용 부동산, 또는 제조주택 단지 등 다른 자산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은 지역별로 다른 영향을 초래하며, 자본이 빠져나가는 지역에서는 건설 프로젝트의 중단 및 고용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넷째, 장기적으로는 규제 완화와 금융지원 확대가 실현될 경우 저가 주택 공급의 구조적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택 비용을 실질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토지 규제 완화, 인프라 투자, 지역사회의 수용성(지역 주민과 지방정부의 용도 변경 수용)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종합하면, ROAD 법안은 제조주택과 ADU를 통한 공급 확대의 잠재력을 제공하면서도, BTR 관련 규제가 도입될 경우 일부 지역에서 공급 충격을 초래할 위험이 있어 정책 설계와 지역별 영향 분석이 중요하다. 향후 법안의 최종 형태와 시행 세부규정에 따라 주택시장과 지방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