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연준 인선·영국은행의 ‘매파적 금리 인하’ 여파로 달러 약세

싱가포르발 로이터통신이 2025년 8월 8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번 주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며 주간 하락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화 약세의 1차 요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 공석에 스티븐 미런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임시로 지명한 결정이다. 시장은 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제롬 파월 현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에 ‘완화적(비둘기파) 성향’의 차기 의장 인선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은 영국중앙은행(BOE)의 8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내렸지만, 9명의 통화정책위원(MPC) 가운데 4명이 동결을 주장한 ‘5대 4’의 팽팽한 투표 결과가 발표된 점이다. 투자자들은 이를 ‘매파적 금리 인하(hawkish cut)’로 해석하며 파운드화 강세를 지지했다.


1. 달러 인덱스·주요 통화 동향

달러화 가치를 가늠하는 달러 인덱스(ICE DXY)는 주초 대비 0.7% 하락98.04p 선에서 거래됐다. 일본 엔화는 달러당 147.07엔으로 사실상 보합권이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전날 급등분을 유지하며 $1.3439에 형성돼 6월 말 이후 최고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민감하게 지켜보는 미국 고용·소비지표 둔화 조짐은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를 부추기며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네버거 버먼의 애덤 그로칭거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초까지 연속 4회, 누적 100bp의 연준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2. 트럼프의 연준 인선—파월 후임 구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돌연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연준 이사를 대신할 공석에 스티븐 미런을 지명했다. 미런은 2025년 11월 상원 인준 전까지 ‘acting governor’ 자격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런은 저금리를 선호하겠지만,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준금리 인하를 무리하게 밀어붙이진 않을 것”이라고 조지프 카푸르소 호주연방은행 국제경제팀장은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줄곧 ‘금리 인하 불충분’을 이유로 불만을 표해왔다는 점에서, 차기 연준 의장에 대한 ‘완화적 색채’ 인선을 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크리스토퍼 월러 현 연준 이사가 차기 의장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고 전했다.


3. 연준 금리전망—시장 기대와 연준 메시지

CME FedWatch에 따르면 9월 17일 종료 예정인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은 93%까지 치솟았다. 연내 최소 2회 인하가 가격에 반영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고용시장 위험이 커졌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추가 데이터를 확인하기 전까지 단정적으로 금리인하를 약속하기에는 이르다”고 8일(현지시간) 선을 그었다. 보스틱 총재는 올해 FOMC 투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 용어해설: ‘매파(Hawk)’와 ‘비둘기파(Dove)’
통화정책에서 매파는 물가 안정과 금리 인상을 중시하는 경향, 비둘기파는 경기 부양과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경향을 뜻한다. 이번 BOE 결정은 금리를 인하했으나 동결 의견이 절반에 가까워 ‘매파적 인하’로 불린다.


4. 영국중앙은행—“매파적 25bp 인하”

BOE의 8월 회의에서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높은 서비스물가와 임금 압력을 거론하며 “물가 목표 2% 복귀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을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5(인하) 대 4(동결) 결과를 두고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장 매파적인 25bp 인하”라고 분석했다.

파운드화는 이에 힘입어 주간 기준 1.5% 넘게 상승하며 달러 대비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이는 달러 약세와 맞물려 영국 수입업체들의 원가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수출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5. 지정학적 변수—미·러 정상회담 재개 움직임

환율시장에는 미국·러시아 정상회담 재개라는 새로운 재료도 부각됐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담당 보좌관은 8일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수일 내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성사될 경우 2021년 6월 이후 첫 미·러 정상회담이다.

ANZ는 보고서에서 “주말을 앞두고 지정학 이슈가 외환시장 주요 동인이 될 것”이라며, 달러·유로·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로 유로화는 미·러 대화 기대에 힘입어 2주 만에 고점을 시도했다.


6. 종합 전망—달러 약세 vs 파운드·유로 강세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2025년 하반기 글로벌 외환시장은 ‘연준 완화 기대’‘주요국 금리 정상화 지연’이라는 이중 요인으로 달러 약세 흐름이 지속될 여지가 크다. 단, 미국·러시아 정상회담, 미국 대선 레이스, 중국 경기 둔화 등 지정학·정치 이슈가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어 변동성 확대에는 주의가 요구된다.

트레이더들은 9월 FOMC 전까지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비농업고용 보고서(NFP)를 주시하며 베팅을 조정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서비스 부문 고용 둔화 신호가 확정될 경우, ‘100bp 인하’ 시나리오는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달러화는 구조적 조정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반면 파운드와 유로는 매파적 스탠스 지속 여부, 지정학 뉴스플로우, 경제지표 혼조 등 복합적인 변수를 반영하며 탄력적인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