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폭 금리 인하 압박에도 연준, 기준금리 동결 전망

[워싱턴] (로이터)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다수의 시장 참여자와 전문가들이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연준 본부를 이례적으로 찾아 대대적인 금리 인하를 촉구했지만, 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분기 연간화 기준 3%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발표되자 즉각 ‘Truth Social’ 플랫폼에 글을 올려 “예상보다 좋은 수치”라며 “사람들이 주택을 구입하고 기존 대출을 재융자할 수 있도록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통상적으로 ‘잠재 성장률을 넘어선 성장’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우려하며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최소한 동결로 대응해 온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통념과 배치된다. 이번 성장률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입(輸入) 급증·급감이라는 일시적 요인이 주도했으며, 주택 투자·기업 설비 투자·민간 소비 등 내수 전반의 약세가 가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국내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민간 최종 판매는 연율 1.2% 증가에 그쳐 연준 내부에서도 ‘9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의 인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연준은 31일 오후 2시(미 동부시간) 통화정책 성명을 발표하며, 제롬 파월 의장은 30분 뒤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압박과 정책위원들의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를 현 4.25~4.50%에서 최저 1%까지 인하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고수함으로써 정부의 재정조달 비용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불필요하게 높이고 있다”며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러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책위원 다수는 이번 회의에서 0.25%p 인하조차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사회 구성원 중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미셸 보먼 부의장(감독 담당)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만일 동결 결정이 내려질 경우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두 명의 거버너가 동시에 소수의견을 기록한다면 1993년 이후 처음이다.

9월 인하 ‘신호’에 시장 촉각

시장 참가자들은 성명서 문구와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 9월 인하 여부를 가늠할 ‘힌트’가 드러날지 주목하고 있다. 6월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들은 연내 두 차례 0.25%p 인하를 중간 전망치로 제시했고, 연방기금선물(FF) 시장도 이를 가격에 반영해 왔다.

“연준은 다섯 번째 회의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하고, 정책 가이던스를 대체로 유지할 것”이라고 도이치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매슈 루제티는 전망했다. 그는 “보먼과 월러 이사가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제티는 또 “파월 의장이 9월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도, 의도적으로 확률을 높이지도 않을 것”이라며 “두 차례의 추가 고용·물가 지표를 확인한 뒤 회의별로 결정한다는 데이터 중심 접근법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실업률·관세 변수

현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준 목표 2%를 상회하고, 실업률은 역사적 저점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관세 부담의 물가 전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교차하면서, 정책위원들은 ‘인내심 있는 대기 전략’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 12월 이후 연준은 ‘경기 흐름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지속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관세 부과·이민 억제·대규모 재정지출 계획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계심이 그 배경이었다. 실제로 최근 CPI에서는 일부 재화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은 위험이 아니다”라며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파월 의장이 “정부의 적자 조달 비용을 끌어올리고 주택시장 회복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리노베이션 논쟁’과 파월 거취

관심을 모았던 ‘연준 건물 리노베이션’ 논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사를 둘러본 뒤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일단락됐다. 파월 의장은 “내년 5월 임기 종료까지 의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용어 풀이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미국 통화정책의 공식 결정 기구로,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설정한다.
디센트(dissent): 위원회 공식 결정에 반대 의견을 기록하는 행위로, 내부 의견 차이를 시장에 신호하는 수단이다.
Truth Social: 트럼프 전용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공식 성명·정치 메시지가 주로 게시된다.

전문적 분석 및 전망

현재 물가와 고용 지표가 견조함에도, 내수 냉각 조짐과 관세 충격이 겹치면서 연준이 선제적 완화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9월 회의까지 발표될 두 달치 CPI·고용보고서에서 물가 상승세가 안정적이거나 둔화되는 모습이 확인된다면, FOMC 다수는 금리 인하로 기울어질 수 있다. 반대로 서비스 물가와 임금 상승률이 동시에 재가속한다면, 동결 기조가 연장될 전망이다. 시장은 ‘파월의 미묘한 어조 변화’에 주목하며 연준이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이라는 원칙을 반복하더라도, 문장 구조나 표현 선택에서 작은 힌트를 찾으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