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충격과 인도 의류산업의 고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차기 행정부가 인도산 의류에 대해 최대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예고한 뒤, 인도 봉제업체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펄글로벌(Pearl Global)은 대표적 피해 기업으로, 이 회사는 갭(Gap), 콜스(Kohl’s) 등 미국 주요 의류 유통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공세가 발표된 직후부터 펄글로벌 팔랍 바네르지(Pallab Banerjee) 대표는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고객사로부터 “관세 부담을 나누든지, 아니면 생산지를 인도 밖으로 옮기라”는 ‘절박한 전화’를 받고 있다.
펄글로벌은 관세 회피를 위해 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베트남·과테말라 등 4개국 17개 공장을 활용하겠다고 제안하며 고객 달래기에 나섰다. 바네르지 대표는 “모든 고객이 이미 전화를 걸어와 인도 대신 다른 국가에서 물량을 생산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아시아 의류 공급망의 ‘기회’에서 ‘위기’로
애초 4월에 발표된 1차 관세안은 인도에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25%)를 부과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추진하는 미국 바이어들에게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미·인도 관계 악화로 관세율은 순식간에 두 배로 뛰어 50%로 확정됐고, 방글라데시·베트남(20%), 중국(30%)보다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펄글로벌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이 미국 시장에서 발생한다. 일부 고객사는 관세 비용을 나눠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바네르지 대표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산업 전체가 침체 국면”…네팔·에티오피아까지 거론
50% 관세는 8월 28일 추가 25%가 발효되면 완전히 적용된다. 이는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한 데 대한 ‘징벌적 관세’까지 포함된 것이다. 미국 바이어와 인도 공급업체는 이전 비용, 물류 리스크, 인도 정부의 정책 목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생산 이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인도 수출업체 일부는 “네팔·에티오피아 등 신흥 봉제 허브로도 이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도 국경 내 공장만으로 운영되는 업체일수록 타격이 크다.
대표적 사례가 리차코 익스포츠(RichaCo Exports)다. 2025년 들어 미국으로 1억1,100만 달러 규모의 의류를 선적했는데, 전량을 인도 내 20여 개 공장에서 생산했다. 전체 매출의 95%가 미국에서 발생해 관세 인상은 곧 ‘치명타’다. 디네시 라헤자(Dinesh Raheja) 총괄은 “네팔 카트만두에 제조 기지 설립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며 “산업이 침체기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주얼리·패션 전반으로 퍼지는 관세 리스크
관세 충격은 의류를 넘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인도 최대 보석·시계 기업 타이탄(Titan)은 이번 주 로이터에 “미국 시장에 대한 저관세 접근을 유지하기 위해 중동 지역 생산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도 의류 기업 레이몬드(Raymond)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밋 아가르왈(Amit Agarwal)은 “우리는 10% 관세만 적용되는 에티오피아 공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3개월 안에 추가 라인을 신설해 미국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Tiruppur 니트웨어 허브의 ‘패닉 세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제재는 인도의 ‘니트웨어 수도’로 불리는 남부 티루푸르(Tiruppur)에도 번져 갔다. 연간 의류 수출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이 지역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공급망 다변화 수혜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주문 보류” 연락이 잇따른다. 코튼 블러섬 인디아(Cotton Blossom India)의 나빈 마이클 존(Naveen Micheal John) 전무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언더웨어 주문을 받은 바이어가 ‘실을 아직 구매하지 않았다면 발주를 멈춰 달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티루푸르산 의류는 1달러 안팎에 공급되기도 하며, 일반 남녀 티셔츠 가격도 $3.5~$5 수준이다. 관세가 50%로 뛰면 가격 경쟁력은 사실상 사라진다. 티루푸르 수출협회(N. Thirukkumaran 사무총장)는 “지역 업계가 생존을 걱정할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 진단 및 전망
무역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 의류 리테일러들의 리스크 분산 전략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던 바이어들이 인도로 몰렸으나, 다시 방글라데시·베트남·아프리카로 다변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또한 인도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메이드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 추진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노동력 부족, 생산능력 제한, 물류 인프라 문제를 안고 있던 업계는 관세폭탄까지 직면해 정책적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Tariff)란?
관세는 특정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주로 국내 산업 보호, 무역 불균형 조정, 안보·외교적 압박 등 다양한 목적을 갖는다. 이번 사례처럼 ‘정치·안보적 제재’ 성격이 강한 관세는 국제 무역 환경을 급변시켜 기업들의 생산·투자 전략을 바꾸게 만든다.
결론
트럼프 행정부의 50% 관세 결정은 인도 의류 산업 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주요 바이어들은 이미 ‘생산 베이스 이전’을 압박하며 공급처 재편에 나섰다. 인도 정부와 업계가 어떠한 대응책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아시아 봉제 지형도는 물론 글로벌 의류 공급망이 크게 다시 그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