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백악관 갈등, 경제 예측 논쟁으로 확산
월스트리트의 대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미국 행정부와의 갈등 한가운데 다시 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자사의 관세 비용 분석 보고서를 공개적으로 공격했지만, 골드만삭스는 연구 방법론과 전망을 바꿀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재확인했다.
2025년 8월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머리클(David Mericle)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고객에게 최선의 경제 전망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할 뿐”이라며 “이번 보고서처럼 필요한 정보를 꾸준히 내놓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 방식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1. 사건의 발단 — 트럼프의 ‘관세 부담’ 설전
머리클 팀이 8월 10일 발표한 14쪽짜리 보고서는 “미국 소비자가 지금까지 관세 비용의 약 24%를 부담했으며, 향후 관세가 동일한 방식으로 부과·유지될 경우 그 부담이 3분의 2 수준으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각 소셜미디어(플랫폼 명 미표기)에서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CEO)은 대형 금융기관을 이끌 자격이 없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잘못된 예측’을 내놨다”
며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 내내 “해외 기업·정부가 관세를 부담하고, 미국 가계는 영향이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경제학계와 다수 투자은행 조사에서는 ‘미국 수입업체→소비자 가격 전가’ 구조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 머리클의 답변 — “과학적 방법·정량 분석이 우선”
머리클 수석은 CNBC 앵커가 “대통령의 공격이 당신 팀에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주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우리는 철저히 데이터 기반 모델링과 과거 사례 비교에 의존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정치적 논평도 예측 변수로 삼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시장 참여자에게 객관적 리서치 생산을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골드만삭스 경제연구소는 통상 GDP 성장률·물가·고용지표를 포함해 3~5년 장기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이 보고서는 관세 수준·환율·소비자물가지수(CPI) 등 10개 이상 거시 변수를 회귀분석해 잠재 부담률을 추산했다. 관세의 후방(해외 공급자)·전방(미국 소매상·소비자) 전가율을 따로 분리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3. Tariff란 무엇인가? — 용어·배경 해설
관세(Tariff)는 국가가 해외에서 들어오는 상품·서비스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수입품 가격을 높여 자국 산업을 보호하거나 협상 지렛대로 활용된다. 트럼프는 2018년 이른바 ‘무역 전쟁’을 개시해, 중국·유럽·멕시코 등 동맹·경쟁국 가릴 것 없이 평균 20% 안팎의 관세를 가했다. 이는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약 10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경제학에서는 관세 납부 주체를 ‘법적 부담(Statutory Incidence)’과 ‘경제적 부담(Economic Incidence)’으로 구분한다. 법적으로는 수입업체가 납세하지만, 시장 구조·수요 탄력성에 따라 실제 부담은 공급자·소비자·유통업체 간 분배된다. 머리클 보고서는 이 점을 정량화했다.
4. 시장·투자 업계 반응
정책 불확실성은 뉴욕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S&P500 지수는 보고서가 나온 8월 10일 이후 2.1% 하락했다가 트럼프 발언 직후 약세폭을 더 키웠다. 시카고옵션거래소(VIX) 지수도 13.2 → 15.8로 급등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정책 발언이 팩트·분석을 뒤덮을 때 투자 판단이 어려워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월가의 또 다른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별도 노트에서 “관세의 거시적 영향은 재정·통화정책 조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가계 소비 감소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트럼프 진영 일부 보좌진은 “연구 모델 오차범위”를 지적하며 골드만에 추가 해명을 요구했다.
5. 전문가 시각 — 데이터 투명성의 가치
본지(記者)는 이번 사안을 ‘정책-시장-학계’ 삼각 갈등으로 본다. 선출 권력은 정치적 메시지를 극대화하려 하고, 시장은 이익을, 학계·리서치 기관은 정확성을 우선한다. 연구 보고서가 공격받을 때, 장기적으로 손상되는 것은 데이터 투명성·정책 신뢰도다. 정확한 정보가 제때 공유돼야 기업·가계·투자자의 의사결정 비용이 낮아진다.
머리클의 발언은 “백악관이 바뀌어도 데이터는 남는다”는 함의를 지닌다. 관세 효과는 단기 수요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교역 구조 최적화 등 중장기 변수로 확장된다. 객관적 지표·모델링을 기반으로 한 리서치가 흔들릴 경우, 그 비용은 다시 가계·기업 몫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6. 향후 주목 포인트
첫째, 트럼프 진영의 추가 정책 공세다. 공화당 대선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대중(對中) 강경관세’ 카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골드만삭스 연구팀의 후속 보고서다. 머리클은 “분기마다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추가 데이터가 공개될 때 시장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물가와 실질구매력 지표가 실제로 보고서 예측대로 움직이는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만약 관세 전가율이 66%까지 상승한다면, 연준(Fed)의 정책 금리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은 ‘인플레이션 재점화 vs. 경기 회복’이라는 이중 과제 속에서 복잡한 신호를 해독해야 한다.
“우리는 데이터에 기초해 최대한 정확한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 외압이 있어도 분석은 계속될 것이다.” — 데이비드 머리클, CNBC 인터뷰 中
머리클의 이 발언은 월가 연구 생태계가 직면한 도전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데이터·분석 도구·전문가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추정·소음·정치적 레토릭에 휘둘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와 골드만삭스 간의 이번 설전은 단순한 ‘말싸움’을 넘어,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공급망, 통화정책이라는 거시 담론으로 번지고 있다. 관세 효과를 둘러싼 데이터 공방은 향후 정책 수립·투자 전략에서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