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의 美 경제 딥다이브|오피니언·칼럼
1. 서론 ― “관세는 끝났다”는 믿음이 붕괴되다
2018~2020년 미‧중 무역전쟁이 한풀 꺾인 뒤 시장은 “공급망은 점진적으로 복원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2025년 8월 1일부로 예고된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 30% 관세는 그 신념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관세 대상은 EU·중국·브라질을 포괄하며, 철강·알루미늄·자동차·전자·농산물 등 글로벌 밸류체인의 핵심 품목을 망라한다. 이미 브라질 화학업계는 수출 계약이 줄취소되고,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단가 인상과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본 칼럼은 “관세 상시화 시대”라는 프리즘으로 향후 10년간 미국 경제와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칠 구조적 영향을 분석한다. 특히 다음 다섯 가지 질문에 집중한다.
- 관세 전가가 언제, 어떤 경로로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것인가?
- 연준의 통화정책 반응 함수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 미국 기업 마진과 배당·자사주 매입 루트는 어디까지 훼손될까?
- 공급망 지리학은 ‘리쇼어링·니어쇼어링·프렌드쇼어링’ 중 무엇을 선택할까?
- 투자자가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할 때 주목해야 할 자산군은 무엇인가?
2. 관세 Pass-Through 매커니즘 ― “기업→소비자” 시차 6~9개월
품목 | 관세율 | 미국 수입 비중 | 1단계 전가(기업) | 2단계 전가(소비자) |
---|---|---|---|---|
자동차·부품 | 25→30% | EU 17%, 日 12% | 즉시(재고 3개월) | T+2Q |
철강·알루미늄 | 50% | 브라질 21% | 즉시(스팟) | T+1Q |
가전·전자 | 15% | 中 37% | T+1Q | T+3Q |
농산물 가공품 | 10% | EU 15% | T+2Q | T+4Q |
도이치은행·파이퍼샌들러·UBS 자료를 종합하면, 기업은 관세의 60% 내외를 직접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시장지배력이 강한 업종일수록 가격 전가가 용이해 6~9개월 시차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된다. 이는 연준이 예상하는 ‘물가 하향 안정’ 궤적을 다시 우상향시키는 요인이다.
3. 연준 시나리오 매트릭스 ― “동결→인플레 재가열→지연 인하”
- 베이스(55%) : 7월·9월 동결, 12월 25bp 인하. 관세 효과가 2026년 상반기 코어 CPI 0.8%p 상방 압력 → 중립금리(r*) 재평가.
- 매파 리스크(30%) : 관세 전가 가속 + 임금 재상승 → 2026년 1분기 코어 CPI 3.5% 상회. 연준 2026년 말까지 실효금리 3.5% 고착.
- 비둘기 꼬리(15%) : 글로벌 수요 급랭·달러 급등으로 관세 효과 상쇄. 2026년 연속 인하 재개.
필자 견해는 베이스+매파 합산 85%다. 즉 ‘긴 금리 동결, 짧은 인하 사이클’이 중장기 채권 듀레이션 전략에 핵심 변수가 된다는 뜻이다.
4. 기업 마진 & S&P 500 EPS 임팩트
파이퍼샌들러는 관세 전면화 시 2026년 S&P 500 순이익률을 60bp 훼손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익 민감도(Elasticity)가 큰 섹터는 다음과 같다.
- 소비재(−9.1%) : P&G, 나이키, 푸마 등 브랜드 기업. 단, 가격 전가 속도에 따라 변동.
- 산업재(−6.4%) : 캐터필러, 트라톤. 원자재+부품 동시 타격.
- 정보기술(−4.8%) : 애플, HP. 중국 공급망 비중.
- 헬스케어(−1.8%) : 원재·원료 비중 제한적.
흥미롭게도 에너지·방산은 플러스 마진이 예상된다. 미국 내 CAPEX·재고 축적이 증가하고, 우크라이나·대만 지정학 리스크가 동반 부각되기 때문이다.
5. 공급망 지리학: 리쇼어링·니어쇼어링·프렌드쇼어링의 승자
5.1 미국 내 리쇼어링
셀틱 인베스트먼트 집계 기준, 2022~2024년 3년간 발표된 ‘미국 복귀’ 제조 CAPEX는 4,900억 달러에 달한다. 관세 상시화가 현실이 되면, 반도체·배터리·의약품 분야를 중심으로 2025~2030년 누적 1.2조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5.2 니어쇼어링(멕시코·캐나다)
USMCA(新 NAFTA) 체계하에 멕시코는 자동차·가전, 캐나다는 광물·에너지 중간재 허브로 부상. 골드만삭스는 “멕시코의 대미 수출 비중이 2030년 21%→29%로 상승” 시나리오를 제시.
5.3 프렌드쇼어링(인도·베트남·폴란드)
관세·안보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정치 동맹국’으로 생산 라인 다변화. 애플의 인도 아이폰 생산 비중 2023년 7%→2027년 25% 추정.
6. 투자전략 로드맵 ― 자산군별 장기 포지셔닝
자산군 | 관세 장기화 시 베타(β) | 전략 | 대표 ETF/티커 |
---|---|---|---|
중소형 가치주 | + | 리쇼어링 수혜, 내수 비중 ↑ | RZV, IWN |
달러 인덱스 | + | 무역전쟁→안전자산 달러 수요 | UUP |
20Y+ 국채 | – | 인플레 재가열·장기 금리 상방 | TBT(인버스) |
신흥국 주식 | ± | 니어쇼어링 수혜국(멕시코, 인도) 선별 | EWW, INDA |
골드·은 | + | 실물 헤지·정책 불확실성 | GLD, SLV |
7. 리스크 감시 지표 3선
- ISM 제조업·서비스업 가격지불(PMI Prices Paid) : 관세 전가 시작점을 포착.
- 소매업체 인벤토리/매출비율(I/S) : 재고 축소→가격 전가 시그널.
- CFTC 투기포지션 내 10Y 채권 순숏 규모 : 장기 금리 변동성 선행.
8. 결론 ― “관세 상시화 = 저금리·저인플레 시대 종언”
트럼프 행정부의 30% 관세 카드가 현실화되면, ‘저금리·저인플레이션·글로벌 공급망 효율’에 기댄 지난 20년간의 투자 패러다임은 막을 내린다. 기업 마진 압축→소비자 물가 재상승→통화정책 상한선 상향이라는 연쇄효과는 “느리지만 확실한” 속도로 자산가격과 포트폴리오 지형을 재편할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1) 리쇼어링·니어쇼어링 진입장벽을 지닌 기업, (2) 고정비 탄력적 구조를 갖춘 내수 가치주, (3) 금·농산물 등 실물 헤지 자산 비중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이는 단순 단기 트레이드가 아니라, 향후 10년을 대비하는 구조적 자산배분 의 문제다.
― 이상, 객관적 데이터와 시장 상식에 기반한 이중석의 분석이다.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이며, 필자는 본 칼럼에서 언급된 종목·ETF에 대해 이해관계가 없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