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초(超)관세 체제’의 구조적 충격과 미국 주식·경제의 10년 로드맵

■ 머리말 : 관세율 90년 만의 최고치, 이것은 단순한 무역분쟁이 아니다

2025년 8월 7일 0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가 공식 발효됐다.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단숨에 17%를 넘어 1930년 스무트-홀리 법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에는 최대 100%, 브라질산 제품에는 50%,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는 35%가 부과된다. 관세율이 실무 단계에서 마지막으로 이만큼 뛰어오른 것은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찾아보기 어렵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조치의 장기적 파급력은 세 가지 축에서 나타난다. ①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및 비용 재설정, ② 연준·재정 당국의 정책 여력 약화, ③ 기업 이익률과 밸류에이션 구조의 전면 재평가. 본 칼럼은 이 세 축을 중심으로 향후 10년 미국 주식과 거시경제에 미칠 구조적 변화를 분석한다.


■ 1. 데이터로 보는 ‘초관세’의 스케일

구분 관세 이전 평균 관세율(2024) 관세 이후 평균 관세율(2025) 증가폭
전체 상품 2.3% 17.1% +14.8%p
반도체 0~7% 10~100% 최대 +93%p
의약품 0~4% 10~50% 최대 +46%p
철강·알루미늄 25%(트럼프 1기) 35% +10%p

자료 : 예일 버짓 랩·미 무역대표부(USTR)·각국 관세청

위 표가 보여주듯, 핵심 전략물자(반도체·의약품·배터리 소재)의 국가별 추가 세율은 다층적이다. 미국 공장은 감세·보조금을 받는 대신 해외 공장은 관세와 규제라는 ‘이중 차별’에 직면한다. 이를 가리켜 월가는 “카로트 앤 스틱 2.0”이라고 부른다.


■ 2. 시계(視界) 1년 : 비용·물가·실적 쇼크의 3중고

2-1) 소비자물가 0.6~0.8%p 추가 상승 예상

미 시카고대 BEA-DSGE 모델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일괄 10% 관세만으로도 12개월 뒤 CPI는 0.6%p 상승한다. 반도체·배터리·가전 등 고관세 품목을 감안하면 1%p 내외 추가 압력이 현실적이다. 현재 2.7%까지 내려온 헤드라인 CPI는 다시 3% 중반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연준의 ‘소프트랜딩 시나리오’에 균열을 낸다. FOMC 점도표가 암시한 2026년 중립금리 3.0% 달성 경로가 25~50bp 밀릴 수 있다. 시장금리 상승이 곧바로 주식 밸류에이션 할인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2-2) S&P500 EPS 추정치 –4.2%

팩트셋·리피니티브 컨센서스를 관세 시나리오에 삽입하면, 2026년 S&P500 EPS는 약 –4.2% 하향 조정된다. 제조업 체인이 길수록 타격이 크다. IT 하드웨어와 자동차는 –8% 내외, 소비 staples –2%, 에너지·헬스케어 –1% 수준이다. 반면 국책 보조금을 받는 국방·인프라 섹터는 +3% 역풍을 맞는다.


■ 3. 시계 3년 : 공급망 재배치, ‘미국·동맹 vs 비동맹’ 이중화

3-1) 반도체 : 동맹형 클러스터와 백워드 통합

TSMC·삼성·인텔·글로벌파운드리 등은 이미 총 4,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팹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관세 인상은 투자 실행 속도를 앞당긴다. 그러나 투자 리드타임(평균 3.5년)을 감안하면 2028년까지 최첨단 파운드리 캐퍼시티의 25%만이 미국 본토로 이전될 수 있다. 그사이 칩 부족과 가격 변동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설계·후공정·패키징 업체와 소재·장비사까지 ‘백워드 통합(Backward Integration)’ 압력이 거세질 것이다. ASML·Tokyo Electron·Applied Materials 주가는 미국 내 증설 모멘텀에 직접적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3-2) 자동차·배터리 : IRA와 관세의 협공

GM·포드가 LFP 배터리를 중국 CATL로부터 완제품 수입해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택한 근본 배경 역시 IRA 세액공제 요건 때문이다. 향후 50% 관세가 확정되면 OEM은 두 갈래 선택지를 마주한다. ① 미국 내 신규 배터리·광물 밸류체인 구축, ② 멕시코·캐나다 등 USMCA 우회 생산. E.V. 평균 판매가가 하락하려면 ①의 속도가 ②보다 빨라야 한다.


■ 4. 시계 10년 : 실질 성장률과 주식 위험 프리미엄의 구조 변화

4-1) 실질 GDP 성장률 –0.2~–0.3%p 영구 손실

미시간대 DSGE 연구팀은 ‘관세 + 보복 관세’ 시나리오에서 미국의 장기 잠재성장률이 0.22%p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 글로벌 분업(비효율 ↓)이 후퇴하고 R&D 자본재 가격이 오르는 탓이다. 다만 친환경/국방/데이터센터 투자가 총고정자본형성(GFCF)을 끌어올려 –0.3%p 이상 손실은 방어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4-2) ERP(주식 위험 프리미엄) +50~70bp

1970년대 석유파동 후 ERP가 130bp 상승했던 선례를 적용하면, 공급망·무역 변수로 인한 장기 불확실성이 ERP 0.5~0.7%p 확대를 정당화한다. 이는 PER(주가수익비율) 1.5~2.0배수 하향 압력과 동의어다. 특히 해외 생산 비중 50% 이상 기업의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 5. 섹터·산업별 장기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

  • 국방·우주·인프라 : 예산 확대와 ‘미국산 조달 규정’ 덕에 Structural Bull 유지.
  • 반도체 장비·소재 : CapEx 슈퍼사이클 최대 수혜. 중소형 소재주는 M&A 프리미엄까지.
  • 미국 내 고정형 재생에너지·전력 : 에너지 안보 강화로 유틸리티의 RoE 리레이팅 기대.
  • 경기소비재·IT 하드웨어 : 관세·임금 인플레 이중 부담. 공급망 ‘어나더 차이나(Another China)’ 구축에 성공한 업체 선별 필요.
  • 대형 플랫폼·AI 클라우드 : 하이밸류 성장·캐시카우 조합. ERP 상승분을 상쇄할 만한 ‘혁신 프리미엄’ 보유.

■ 6. 투자자 행동 지침 : 3단계 ‘CAR’ 모델 제언

필자가 제안하는 CAR 모델은 다음과 같다.

  1. C(Clarify) : 관세 적용 범위·세율·유예기간 등 팩트를 망라해 투자 종목별 관세 Elasticity를 수치화한다.
  2. A(Adjust) : 관세 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가격 전가 능력, 혹은 공급망 내재화 능력을 기준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정한다.
  3. R(Rotate) : ERP 상승기에 강세를 보이는 방어·현금흐름 섹터로 자금을 회전시킨다. 단, 장기 혁신 트렌드(반도체·AI·헬스케어 GLP-1) 노출은 유지한다.

■ 7. 결론 : ‘관세 시대 2.0’의 승자·패자와 정책 당국의 선택

트럼프발 초관세 체제는 미국 기업에 비용 충격이라는 단기 고통을 주는 동시에, 국내 투자·친환경·국방 산업에 장기 기회를 제공한다. 연준은 재차 물가·성장을 재균형해야 하고, 재무부는 관세 수입·보조금 지출이라는 통화적·재정적 실험을 이어갈 것이다. 투자가는 변동성 하에서 ‘미국 내 현물·현금·혁신’ 삼각 축을 견고히 하면서도, 글로벌 디커플링의 반대급부 즉 신흥국 내수·비달러권 통화 강세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관세는 세계화 1.0 시대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앞으로 10년, 시장은 비용이 아닌 가치사슬의 위치와 전략적 안전에 프리미엄을 부여할 것이다. 그리고 그 좌표는 ‘미국 본토 + 동맹국 클러스터’라는 새로운 지리경제(Geoeconomic) 지도로 찍히게 될 것이다.

이중석 / 미주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