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 관세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글로벌 기업 경영진이 혼란과 우려에 빠졌다. 2025년 8월 7일(현지시간) 새벽 0시를 기점으로 인도네시아발 화물 컨테이너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탄중프리옥 항에 하역되는 모습은 그象徴이다. 미국은 이날 인도네시아산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19%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2025년 8월 7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에 유리한 무역 시스템 재편을 목표로 ‘상호주의 관세’라는 명칭의 새 관세제를 가동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개월간의 유예와 협상 끝에 이날 0시(미 동부시간)부터 10%에서 50%까지 상향된 관세율을 수십 개 교역 파트너국에 일괄 적용했다. 대부분의 미국 수입품에는 이제 기준 관세율(baseline tariff) 10%이 적용되며, 예일대 정책연구소 ‘예일 버짓 랩’은 1 이번 조치로 실질 평균 관세율이 17% 이상으로 상승했다고 추산했다. 이는 1935년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스위스 보험사 취리히 인슈어런스(Zurich Insurance)의 최고경영자(CEO) 마리오 그레코는 이날 로이터와의 컨퍼런스콜에서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CNBC ‘스쿼크 박스 유럽’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번 관세 공세는
‘혼란을 유발하기 위한 게임의 일부’
로 보인다”며, 회사는 다양한 시장 환경에 대비돼 있지만 명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보험 대기업 알리안츠(Allianz)의 CEO 올리버 바테 역시 “관세 상황이 이해가 안 간다면 인간을 혼란스럽게 할 무언가가 없다는 뜻”이라며, “고객들은 우리가 보호를 제공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외환시장 변동성과 금융시장 불안이 회계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 풀이: ‘기준 관세율(baseline tariff)’은 특정 국가가 대부분의 교역 상대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최저 관세율을 의미한다. 예일 버짓 랩(Yale Budget Lab)은 미국 예일대 공공정책대학원 내 연구 조직으로, 재정·무역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싱크탱크다.
관세 인하를 일부 이끌어낸 국가는 영국·일본·한국 등으로, 이들은 초기에 발표됐던 수준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받는다. 유럽연합(EU) 역시 미국과의 ‘프레임워크 협정’을 통해 대부분의 EU산 제품에 15% 관세를 부과받기로 합의했다. 반면, 브라질 50%·스위스 39%·캐나다 35%·인도 25% 등 다른 국가들은 더 높은 수준의 관세를 피하지 못했다.
독일 생활소비재·접착제 업체 헨켈(Henkel)의 CEO 카르스텐 크노벨은 “매우 도전적이고 불확실한 시장 환경”이라며, 지정학적 긴장과 무역·관세 갈등, 여러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해운기업 중 하나인 덴마크 머스크(Maersk)의 CEO 빈센트 클레르 역시 CNBC에 “확실성 부족이 중·장기적 시야에서 가장 큰 우려”라고 밝혔다. 그는 “투자를 결정하거나 전략을 세울 때 신뢰할 수 있는 기준 관세 체계가 있어야 한다”며, 불확실성이 투자 지연과 글로벌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 ‘글로벌 무역의 풍향계’로 불리는 머스크는, 기업들이 새 무역 질서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의 적응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멘스(Siemens) CEO 롤란트 부슈는 관세시한이 지나면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는 “더 낮은 관세를 원했지만, 이번 회계연도에 당사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은 경미하다”고 평가했다.
분석·전망: 이번 관세 인상으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9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호무역이 강화되면 단기적으로는 특정 산업과 고용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무역 파트너의 상호 보복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초래해 장기적으로 비용 상승과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달러 강세와 외환 변동성은 다국적 보험사·제조사의 재무제표를 더욱 요동치게 만들 전망이다.
결국 국제 무역의 ‘뉴 노멀’이란 표현이 현실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관세율뿐 아니라 환율·금리·정책 변수를 동시에 고려하는 복합 시나리오 플래닝을 요구받고 있다. 관세 구도가 장기화된다면 글로벌투자 동향과 공급망 전략이 어떻게 재편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