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중석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1. 서론 – 다시 떠오른 ‘관세 시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월 초로 예고된 90일 관세 유예 종료 시점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고 공언하며 글로벌 교역 질서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이미 4월 2일 발효된 ‘상호 관세 행정명령’은 무역 파트너국 상품에 평균 10%의 임시 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나, 백악관이 행정명령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7월 8~9일 이후 EU·중국·캐나다 등 주요국에 최대 50% 관세가 일거에 부활한다. 본 칼럼은 트럼프발 관세 재점화가 향후 최소 5~10년간 미국 경제·주식시장, 그리고 연준 정책·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구조적 파급효과를 데이터로 추적·분석하고자 한다.
2. 왜 ‘관세’가 장기변수가 되었나?
- 정책 지속성: 트럼프 1기(2017~2020) 때 도입된 관세의 상당 부분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되며 ‘초당적 보호무역’ 기조가 굳어졌다.
- 가격 전가 메커니즘: 2022~2024년 데이터를 보면, 관세 부과 6개월 내 소비자물가에 45~60%가 전가되는 것으로 추정돼 물가·금리 경로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 공급망 리스크 프리미엄: 미국 기업은 관세 불확실성을 ‘정책 할인율(policy discount rate)’에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CAPEX 사이클 지연·주가 밸류에이션 조정으로 이어진다.
3. 거시경제 경로 분석
변수 | 단기(2025~2026) | 중기(2027~2029) | 장기(2030~) |
---|---|---|---|
인플레이션(PCE YoY) | +1.0%p (기저효과 제외) | +0.4%p (공급망 적응) | +0.2%p (리쇼어링 완성) |
실질 GDP 성장률 | -0.6%p | -0.3%p | -0.1%p |
연준 정책금리(중립) | +75bp 상향 압력 | +25bp | 중립 회귀 |
위 시뮬레이션은 FRB/US 모델과 IMF GVAR 프레임워크를 결합해 자체 추정한 값이다. 관세 충격은 초기 1~2년에 물가 압력과 성장둔화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섀도를 드리우지만, 이후 기업의 리쇼어링·친미 공급망 조정이 가시화되며 효과가 축소된다. 다만 물가 목표(2%) 안착이 지연돼 연준의 장기 중립금리(r*)가 50bp가량 영구 상향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4. 부문별 승자와 패자
4.1 제조업 – ‘리쇼어링 골드러시’의 최대 수혜
세제 인센티브, Buy American 조달규정 강화와 맞물려 관세는 고비용이지만 예측가능한 장벽으로 작용한다. 2024년 이후 발표된 신규 제조 공장 프로젝트 178건 중 63%가 반도체·배터리·방위산업에 집중됐다. 관세가 유지될 경우 2030년까지 미국 제조업 고용은 연 1.2% 증가하며, GDP 기여도는 0.3%p 확대될 전망이다.
4.2 소비재·리테일 – 주가 디스카운트의 진앙지
나이키·월마트·타깃 등 다국적 소싱 의존도가 높은 업체는 소비자 가격 전가 한계에 직면한다. 최소 10% 관세가 지속되면 마진이 평균 120bp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가율 50%를 가정할 때, 2025~2027년 EPS 성장률 컨센서스는 3.8%→2.0%로 하향될 수 있다.
4.3 원자재·에너지 – 이중효과
- 에너지: 관세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제재와 결합돼 에너지 안보 투자 확대·LNG 수출 허가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
- 금속: 알루미늄·철강에 추가 관세시 국내 가격이 LME 대비 프리미엄 15~20%로 벌어져 제조 코스트 압박.
5. 연준 독립성 vs. 정치 압력 – 관세가 금리정책을 흡수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내릴 의지가 없는 인물은 연준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관세 충격이 물가를 재차 끌어올리면 연준 내부의 비둘기·매파 스펙트럼이 재편될 것이다. 필자는 ‘정치화된 연준’과 ‘관세발 인플레’의 충돌을 다음과 같이 전망한다.
- 2025~26년: 관세 인상 → PCE 코어 0.3~0.5%p 상향 → 시장금리 상승 → 트럼프, 금리 인하 압박 강화.
- 2027년 이후: 공급망 적응이 진행되고 인플레가 둔화되면, 정치권은 다시 성장 우선으로 선회 → ‘프로트럼프’ 연준 이사진이 출범할 경우 물가 안정보다 성장에 무게.
이 과정에서 장기 명목금리(10Y UST)는 2024년 4.3% → 2026년 5.0% 내외로 상승할 수 있으나, 성장률 하향이 제한적이면 디스인플레이션 국면에서 4%대 후반으로 안착할 것이다.
6.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프레임워크
현재 S&P 500 선행 PER는 23.3배(1999년 닷컴 고점 24.4배 근접). 관세 재부과가 현실화되면 우리 모델(ERP 가산 방식)은 다음과 같은 조정폭을 시사한다.
시나리오 | 관세 강도 | ERP 조정 | 목표 PER | 지수 레벨(2025E EPS=300) |
---|---|---|---|---|
Base | 10% 상시 | +50bp | 21.0배 | 6,300 |
Bear | 50% 전면 | +150bp | 18.0배 | 5,400 |
Bull | 협상 타결 | +10bp | 23.0배 | 6,900 |
즉 ‘50% 전면 재부과’가 현실화되면 지수 15% 조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상당 부분을 가격에 반영 중이며, 리쇼어링·AI 자동화·생산성 향상이 밸류에이션 바닥을 지탱할 전망이다.
7. 달러·국채·크레딧 시장 충격
- 달러: 초기에는 리스크 오프 + 금리 상향으로 달러 강세(DXY +3~4%). 그러나 무역적자 확대·신흥국 보복관세에 따른 수출 감소가 이어지면 쌍둥이 적자 우려로 2026년 이후 약세 전환.
- 국채: 장기물은 인플레 프리미엄 반영으로 커브 스티프닝. 2s10s 역전폭은 -30bp까지 축소 후 2027년 플러스로 복귀.
- 크레딧: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350bp→500bp 확대 가능. 그러나 은행 자본비율 개선·M&A 감소로 전면적 위기는 제한.
8. 글로벌 차원 – ‘미국 vs. 세계’로 갈라지는 교역지도
EU·캐나다·멕시코 등 전통 동맹국조차 디지털세·탄소국경세 등 맞대응 수단을 가동 중이다. 관세 상호주의가 고착화되면:
- 환적 무역 증가: 베트남·멕시코를 통한 ‘우회 수출’ 규모가 2024년 1,400억→2027년 2,300억 달러.
- FTA 재정의: WTO 체제가 유명무실해지고, 블록별 ‘공급망 안전보장 협정’ 체제로 재편.
- 글로벌 생산성 저하: OECD 추정치 기준, 누적 GDP -0.8% (2030년).
9. 리스크 지표 실시간 대시보드
필자는 다음 세 가지 선행지표를 ‘관세 스트레스 인덱스’로 제시한다.
- 해상운임(Baltic Dry) 변동성
- 미·중 10년물 국채 금리 차이
- 미국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CAPEX/매출 비율
세 지표가 동시에 1표준편차 이상 악화될 때 S&P 500 -7% 내외의 단기 조정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2018·2020·2024년 사례).
10. 투자전략 – ‘관세 시대’의 포트폴리오 구축
10.1 자산배분 가이드라인
자산 | 추천 비중 | 근거 |
---|---|---|
미국 제조업 ETF (XLI) | 20% | 리쇼어링 수혜 |
농산물 선물 ETF (DBA) | 10% | 보복관세 가능성 → 식료품 가격 상승 헤지 |
AI/자동화 개별주 | 15% | 노동·단가 압력 상쇄 |
미국 중단기 국채 | 25% | 경기둔화 방어 |
투자등급 회사채 | 15% | 금리 상승에도 스프레드 안정 |
현금·단기 MMF | 15% | 변동성 완충·기회 자본 |
10.2 섹터·종목 아이디어
- Buy: Caterpillar, Eaton – 인프라·제조 CAPEX 수혜.
- Hold: Microsoft, Alphabet – 글로벌 매출 비중 高 이나 AI 성장 스토리로 방어.
- Sell: Walmart, Dollar Tree – 가격 전가 한계·마진 압박.
11. 결론 – 관세는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다
이번 관세 재점화는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미국 경제 패러다임 ‘리쇼어링·안보·정치화된 통화정책’이 결합된 구조적 변화다. 투자자는 S&P 500 70% 상승이 보여준 ‘레질리언스’에만 안주할 수 없다. 관세가 가져올 물가 상방·성장 하방·정책 불확실성은 2030년대까지 미국 자본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재정의할 것이며, 이는 곧 밸류에이션의 뉴노멀을 의미한다. 한편으로 장기투자자는 리쇼어링·자동화·친환경 인프라라는 신성장 축을 선점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결국 관세는 “세금”이 아닌 “시대의 좌표”다. 경제주체가 이 좌표를 정확히 읽고, 유연하게 대응할 때만이 장기적 승자가 될 것이다.
2025년 6월 30일 · 이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