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리부트’가 촉발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 주식·경제의 10년 지각변동

프롤로그: 이슈가 아니라 ‘지형’이 바뀐다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복귀 가능성을 전제로 ‘25~40% 초고율 관세’를 예고하자 월가와 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2018~2019년 무역전쟁의 데자뷔처럼 보이지만, 필자는 이번 관세 리부트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판단한다. ①대상국이 중국에서 전 세계로 확대됐고, ②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배터리‧의료장비‧식량 등 생필기반)이 포함되며, ③공급망 다변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관세라는 ‘정책 변량’이 글로벌 가치사슬의 상수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1. 트럼프式 관세의 진화: ‘벼랑 끝 전술’에서 ‘상시 압박’으로

범위의 전면화 : 2018년 관세는 철강·알루미늄·반도체 등 전략 품목에 국한됐지만, 2025년판 관세 청사진에는 커피‧자동차‧의약품‧사이버보안 장비까지 폭넓게 포함된다. 결국 생활 소비부터 첨단 제조까지 체인 전 단계가 관세 변동 리스크에 노출된다.

경로의 불확실성 : 트럼프는 데드라인 직전 돌발 발표→연기→부분 철회→재발효라는 예측 불가능성을 협상 카드로 구사해 왔다. 이는 기업 의사결정의 할인율(β)을 높이고, CAPEX 집행 시점을 늦추는 ‘투자 옵션 가치 훼손’으로 귀결된다.

목표의 정치화 : 국가안보·지재권·무역균형에 ESG·인권·환율조작 프레임까지 얹히면서 관세 정책이 사실상 국제 정치 레버리지로 자리 잡았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강한 미국’ 슬로건을 버리기 어려운 구조가 된 셈이다.


2. 공급망 지형도: 리쇼어링→니어쇼어링→프렌드쇼어링의 다중 분할

전략 핵심 개념 대표 수혜·피해 지역
리쇼어링 제조시설을 미국 본토로 귀환 수혜: 美 남부 Sunbelt
피해: 中 동부 연해
니어쇼어링 물류거리 단축, 北·中남미 허브화 수혜: 멕시코·코스타리카
피해: ASEAN 일부
프렌드쇼어링 안보·가치 동맹국으로 분산 수혜: 韓·日·EU 동구권
피해: 러·中 진영

관세 리부트가 현실화되면 기업은 ‘다중 분할’로 요약되는 공급망 체계를 고착화할 것이다. 즉, 본토(리쇼어)+인접국(니어쇼어)+우방국(프렌드쇼어)를 레이어로 쌓아 위험 분산–조달 탄력–정치 리스크 헤지를 병행한다. 불가피하게 비용이 상승하나, 재고일수 축소·효율 물류·환율 다이버시피케이션으로 일부 상계될 수 있다.


3. 미국 주식시장 섹터별 10년 파급 분석

3-1. 수혜 군(군색이익 구조 전환)

  • 인프라·자본재 : 첨단 반도체 공장·전기차 배터리 기가팩토리 건설 붐이 장기 수주잔고로 연결된다. 건설‧산업기계 ETF(예: XLI) 편입 비중 상향이 합리적이다.
  • 항공·방산 : 우방국 프렌드쇼어 허브(폴란드·필리핀) 구축에 따른 물류·방호 수요가 늘어난다. 보잉·록히드마틴은 2028년 이후 잉여현금흐름이 급증할 전망이다.
  • 에너지·소재(친환경 포함) : 북미 희토류·리튬·우라늄 광구 개발이 가속된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세액공제는 배터리 밸류체인 밸류에이션을 지탱할 것이다.

3-2. 피해 군(마진 스퀴즈·수요 축소)

  • 소비재 수입주 : 완구·의류·가구 등 중국 저가 조달 비중이 큰 기업은 관세 전가가 어려워 저마진에 직면한다.
  • 빅리테일 : 월마트·타깃은 생활필수품 비중이 높아 방어적이나, 제너릭 브랜드 가격 인상을 밟아야 해 수익률이 제한된다.
  • 반도체 장비 일부 : 對중국 수출 규제가 추가될 경우 메모리·장비 하위 업체의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4. 거시경제 경로: 단기 스태그플레이션 vs. 중장기 리쇼어링 디스인플레이션

단기(2025~2027): 관세 충격 → 수입물가(PPI)↑ → CPI 0.3~0.5%p 추가 상단 압력 → 가계 실질소득↓ → 소비·서비스 PMI 둔화. 이때 연준은 물가·성장 트레이드오프에 직면, ‘상대적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중기(2028~2030): 리쇼어 설비투자로 국내 고정자본형성률이 3%p 상승, 생산성도 투자 후행 시차(약 4~6분기)를 두고 안정화. 고부가 로봇·AI 자동화로 단위 노동비용(ULC)이 하락, 결과적으로 인플레 압력이 재차 둔화되는 ‘디스인플레이션 2.0’ 시나리오 가능.

장기(2030~2035): 가치사슬 다층화(미주+아세안+동아시아)로 ‘공급망 스태그플레이션 회귀 공격(공급충격)+기술 생산성 방어(수요충격 완충)’ 간 힘겨루기가 반복될 전망이다. 미국 GDP 성장률 중앙값은 1.6%로 소폭 상향이 가능하나, 경기 변동성(시그마)은 확대될 공산이 크다.


5. 투자전략: 인덱스보다 ‘바스켓·옵션 + 현금’

①바스켓 전략 : 리쇼어링 플레이(인프라ETF PAVE, 건자재 DECK), 디지털세 인플라(사이버보안 PANW, ZS), 방산(ITA ETF) 등으로 섹터 바스켓을 구축하고, 소비재 일부를 언더웨이트한다.

②옵션 헷지 : S&P500 ATM 3개월 풋 스프레드(Δ-헤지비 1.2%)와 원자재 콜(예: DBC ETF)을 조합, 관세발 변동성 시 랠리·급락 모두 대응한다.

③현금 관리 : 역수익률 장기화 국면에서 3개월 T-Bill6개월 Agency MBS 로 적절히 롤오버하며 carry를 확보한다.


6. 정책 관전 포인트

  • 연준 : 9월 이후 점도표에 ‘잠재적 관세 시나리오’를 반영할지 여부
  • 의회 : 공화·민주 공히 ‘인도·멕시코 관세 면제’ 논의, 바이파티산 합의 검토
  • EU·동맹국 : 상호주의 관세 먹튀 방지 위해 미국産 저탄소 인증 연계 협상 가능

에필로그: 관세는 새로운 인플레, 그러나 투자 기회는 늘 존재한다

관세 리부트는 초과 비용 충격, 공급망 지형 재편, 정책 후행 리스크를 동반한다. 하지만 산업·지역·통화 다변화 모멘텀은 다시금 생산성 상승과 신산업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투자자는 ‘비용 충격→가격 전가→마진 회복’의 3단계 파동을 염두에 두고, 첫 번째 충격 구간에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단행해야 한다. 위기는 장기 투자자에게 기회의 다른 얼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어떠한 투자 행위도 권유하지 않는다. 데이터는 작성 시점 기준이며 향후 변동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