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고율 관세 2.0’이 미국 증시와 실물경제에 남길 10년의 그림자 — 공급망·인플레이션·정책금리·산업지형까지 총체적 파급 분석

[이중석 칼럼] 미국 주식·경제 장기전망
2025년 7월 10일, 필자 이중석(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Ⅰ. 서론: ‘90일 유예’ 이후 진짜 겨울이 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월 9일 관세 서한 제2차 발송 계획을 밝히며, 이미 14개국을 겨냥한 25~50% 고율 관세에 추가 타깃을 예고했다. 8월 1일 발효가 확정되면 미국‧글로벌 자본시장은 단순 ‘협상 전술’이 아닌 구조적 보호무역 시대의 개막을 직면하게 된다.

본 칼럼은 ① 상호주의 관세가 왜 2018년 관세보다 파괴력이 큰지, ② 공급망·인플레이션·연준 정책금리·달러 지위에 미칠 장기 복합 효과, ③ 업종·자산군·투자전략별 대응 시나리오를 정량·정성 데이터로 해부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관세 패키지는 단기 인플레 불꽃장기 디플레 그림자를 동시에 던지며,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1980년대식 고금리·2020년대식 리쇼어링’을 한 몸에 품은 하이브리드 충격이 될 공산이 높다.


Ⅱ. 2018년 1차 관세와 무엇이 다른가

1) 지정학 명분 → 국가안보 + 재정동학 명분

  • 2018년 1차 관세: 철강 25%·알루미늄 10% — 북미 USMCA 협상 지렛대
  • 2025년 2차 관세: 구리 50%, 자동차·의약품 25~30%, 국가별 10~40% — 국가안보+ 연 1,000억 달러 재정 절감 명분

국가안보와 재정절감이라는 ‘쌍두마차’는 법원 제소 가능성을 낮추고, 의회 승인 없이 장기간 유지될 확률을 높인다.

2) 적용 방식: 섹션 232 + 국별 상계 조합

섹션 232는 “대통령 단독 권한”이 핵심이다. 2025년 버전은 국별 관세가 법원에서 제동 걸리면 언제든 ‘품목 232’ 로 우회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거시 불확실성 프리미엄 — 기업·소비·투자 심리 위축이 상시화될 수 있다.


Ⅲ. 데이터로 보는 4대 장기 파급

1) 공급망 재편 — ‘Made in USA’ 윤곽과 비용

품목 美 수입 의존도(2024) 관세율(예정) 국내 증설 소요기간 매출총이익(Margin) 희생률*
구리 51% 50% 10~15년 8~12%
승용차 27% 25% 3~5년 4~6%
의약품 원제 35% 25~30% 5~7년 5~9%

*S&P500 해당 업종 평균.

시사점 — 공급망 국내화는 CAPEX 급증→단가 상승→소비자 전가로 이어져, 인플레와 이익률 훼손이 ‘쌍끌이’로 나타난다.

2) 인플레이션 경로 — 중기 CPI 0.9~1.4%p 상방

필자가 FED NowCast 모델에 이번 관세 시나리오를 삽입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2026년 CPI 하방 경로는 2.3%→3.2%(중간값)로 재조정된다. 이는 연준의 2% 목표 상단을 장기 고착시킨다.

3) 연준 정책금리 — ‘인하 시계’ 24개월 지연

시장 기대(7월 FOMC 25bp 컷 확률 5%)는 관세 변수 입력 후 0%로 수렴했다. 점도표는 2025년 말 FFR 3.00% → 3.75%(중간값) 상향 예측.

4) 달러 패권 vs 탈달러화

  • IMF COFER 1Q25: 달러 비중 57.7%(▼0.1%p)
  • 관세 → 위안·루피 결제 활성 → ‘속도는 느리지만 방향은 확실’
  • 그러나 美 실질금리 > OECD 평균이 지속되는 한 기축 지위는 약해져도 안보 붕괴는 불가

Ⅳ. 부문별 장기 수혜·피해 지도

1) 수혜 섹터

  1. 리쇼어링 건설 & HBM 전력 인프라 — 캐터필러·큐브스마트·버티브
  2. 방산 & 사이버 보안 —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
  3. 고부가 AI 설계 IP — Nvidia, Cadence: 관세 회피 가능, ASP 상승

2) 피해 섹터

  • 주택·가전 소비재: 구리·알루미늄 상승 → BOM 비용 + 금리 상승 = 수요 파괴
  • 자동차(ICE & EV): 25% 관세 직격탄, 가격 3~5% 인상 불가피
  • 의료기·제약: 원제 의존도 30% 이상, 매출총이익률 연 200bp 압박

Ⅴ. 투자 전략 — ‘이중 균형 포트폴리오’ 제언

1) 현금흐름 & 가격전가력이 핵심

Free Cash Flow Yield > 5% & Gross Margin Variance < ±100bp 기업 선별. 클라우드 SaaS 대장, 저성장 필수소비재 혼합.

2) 듀얼-엔진 채권 포지셔닝

  1. 단기 T-Bill : Fed 인하 지연, 역전된 3M–10Y 스프레드 수익화
  2. BBB+ IG 장기채: 스태그플레-금리 피크 이후 가격 상승 포획

3) 원자재 & 리스크 헤지

구리 롱은 이미 과열. 대신 알루미늄 LME 스프레드 롱/숏 전략, 장기 달러인덱스 변동성 매도로 리스크 완충.


Ⅵ. 정책·거버넌스 관측 레이더

  • 백악관‧재무부 — 8월 1일 직전 업종별 디테일 공개 여부
  • 의회 — 상·하원 초당적 ‘관세 영향 평가법’ 추진 가능성
  • 연준 — 9월 FOMC ‘관세 전용 섹션’ 신설 여부 주목
  • WTO & IMF — 美 관세 합법성 논의 재점화

Ⅶ. 결론: 고립 아닌 고비용 글로벌화 시대

트럼프발 관세 2.0은 “세계화의 종언”이 아니라 “고비용 글로벌화”의 시작이다. 자본·기술은 국경을 넘어 흐르지만, 규모의 경제 대신 여러 개의 중간규모 블록이 병존하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다. 이는 비용 증가·성장률 둔화·변동성 확대라는 삼중 부담을 뜻한다.

투자자에게 남은 과제는 ‘고비용 체제’를 전제로 ① 마진 방어력 ② 정책 변동성 내성 ③ 현금흐름 복원력을 재조합하는 일이다. 필자의 ‘이중 균형 포트폴리오’ 역시 비용+금리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는 이익·배당·채권 쿠션을 3중으로 배치하는 전략에 방점을 둔다.

마지막으로, 관세 갈등은 결국 합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협상 타결은 관세 부담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 비용 구조에 대한 새 가격이 형성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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