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바라는 연준 금리 인하, 고용시장 악화가 동반되어야 현실화될 가능성

워싱턴발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36조 달러에 달하는 미 연방정부 부채의 이자 부담높은 주택 구입 비용이라는 두 가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는 정치권이 통상적으로 꺼려하는 세 번째 과제, 즉 실업률 상승이라는 ‘금기 영역’이 불가피하게 거론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수입 관세 인상불법 이민 단속 강화 조치가 국내외 경제 전반에 미친 충격은 초기 예상보다는 제한적이었다. 물가는 여전히 상승 압력을 받고 있으며 경제 성장률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 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는 완화됐고 실업률 역시 연준이 판단하는 ‘완전고용’ 수준에서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노동시장이 확연히 꺾이는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 금리를 내릴 만한 설득력 있는 이유가 없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30일(현지 시각) 기자회견 발언은, 기준금리 인하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명확히 전달했다. 특히 관세로 인해 누적되고 있는 가격 압력을 고려할 때, 성장 둔화와 그에 따른 실업률 상승이 동반돼야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① 파월 의장의 신중론과 ‘실업률 변수’

전 연준 이사 래리 마이어는 이번 FOMC 결과(기준금리 4.25~4.50% 동결)를 분석하며 “노동시장이 현재와 같이 견조하다면 9월 회의에서도 동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다만, 파월 의장은 ‘합당한 근거’가 마련되면 언제든 금리를 내릴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7월 31일 발표된 상무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서는 관세 영향을 받은 가정용 가구·레크리에이션 장비 등 품목군에서 물가 상승세가 뚜렷했다. 소비 지출(미 국내총생산의 ⅔ 비중)은 2분기 말로 갈수록 둔화했으며,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에는 실질 가처분소득이 관세로 줄어들면서 소비 성장세가 더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② 관세가 남긴 경제적 흔적

파월 의장은 “현 시점에서 경제 건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실업률”이라고 강조했다. 6월 실업률 4.1%는 지난 1년간 큰 변동이 없었으며, 이는 연준 내부 다수가 “금리 조정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됐다. 그러나 두 명의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미셸 보먼(모두 트럼프 지명)은 소수의견으로 0.25%p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실업률 지표의 선제 대응 필요성을 제기했다.

월러 이사는 관세 인상을 “한 번의 가격 레벨 이동”으로 보고,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지속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 그는 되레 수요 위축 가능성을 연준이 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두 이사는 공통적으로 고용시장 악화를 연준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③ 9월 FOMC 전까지 남은 변수

연준은 9월 16~17일 회의 전까지 두 달분의 물가 지표와 한 차례 추가 고용 지표를 확인할 예정이다. 파월 의장은 “하락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사전 약속(pre-commitment)을 명확히 거부해, 시장이 기대해 온 ‘9월 금리 인하 시그널’은 상당 부분 희석됐다.

연준은 2024년 세 차례 금리를 인하했으며 마지막 인하는 12월이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인하 확률은 FOMC 직전 60%를 상회했으나 현재 39%로 급락했다. 이는 한 달 전 75%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④ 시장 전망 엇갈려…“9월 인하 가능성 아직 남아”

캐피털이코노믹스 해리 체임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핵심 PCE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2%)를 웃도는 상황에서는 관세발 물가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며 9월 인하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반면 골드만삭스데이비드 머리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효과가 예상보다 미미하거나, 다른 요인으로 물가가 둔화하고, 노동지표가 월간 변동성 탓에 일시적인 충격을 주면 9월 인하 명분이 남는다”고 판단했다. 그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보면 결정은 여전히 논쟁 중”이라고 부연했다.


◆ 용어 풀이

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로, 소비자가 실제 지출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반영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가중치가 폭넓고 수정주기가 긴 것이 특징이다.

②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연준 이사회(7명)와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5명)가 참여해 미국의 기준금리 및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다. 회의는 통상 1년에 8차례 열리며, 필요 시 비정례회의가 소집되기도 한다.

③ CME 페드워치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연준의 금리 선물 가격을 분석해 시장 내 금리 인하·인상 확률을 실시간 산출·제공하는 도구다.


■ 전망과 시사점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완전고용이라는 두 기둥이 동시에 서 있는 한, 연준의 정책 피벗을 이끌 촉매는 고용지표의 악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고, 실질 소득이 둔화되면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결국 고용시장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낮은 금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높은 실업률이라는 정치·경제적 대가 없이는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