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의 미국 경제 딥다이브
1. ‘8월 1일 D-데이’로 다가온 관세 폭탄, 왜 지금 다시 터졌나
2025년 7월 중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한 번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들 발언을 꺼내 들었다. EU·멕시코 전 품목 30% 관세,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기업에 100% 세컨더리 관세라는 초강수다. 4월 ‘리버레이션 데이(Liberation Day)’ 관세 선언 이후 네 번째 고율 관세 카드다. 달러 지수는 2.5주 만에 고점을 찍고, 유럽 주식 선물은 개장 전부터 하락했다. 그러나 정작 뉴욕 증시는 무덤덤했다. 시장은 “하나의 정치적 레토릭”으로 치부하며 “실행까지 가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이번에도 헛발질로 끝날까, 아니면 2018년 무역전쟁 이상의 구조적 변곡점일까”라는 물음을 장기(≥1년) 관점에서 풀어 본다.
2. 고율 관세의 4중 충격 메커니즘
2-1) 가격·비용 효과 — CPI +0.8~1.2%p 상방 위험
미 의회예산국(CBO)은 25% 관세가 헤드라인 CPI를 0.5%p 높인다는 2019년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품목 범위가 넓고 환율 조정 여력이 제한될수록 전달률(pass-through)은 커진다. 이번에는 30%에 더해 멕시코·EU ‘전 품목’이다. 필자는 ‘단기 0.8%p, 2년 누적 1.2%p’의 물가 상방 위험을 추산한다.
2-2) 교역량 효과 — S&P 기업 EPS 최대 −5%
섹터 | EU·멕시코 매출 비중 | 가장 취약 기업 |
---|---|---|
자동차·부품 | 34% | GM·포드·보그워너 |
의류·신발 | 29% | VF 코퍼레이션·NIKE |
화학·소재 | 22% | PPG·다우 |
2018~19년 미·중 관세전쟁 당시 S&P 500 순익 훼손치는 −4.3%였다. 이번엔 규모가 작아 보이지만 공급망이 얽힌 EU·멕시코가 대상이란 점, 그리고 100% 세컨더리 관세라는 ‘초국경 규제’가 복합 변수다.
2-3) 환율 효과 — 달러 강세·유로 약세·엔 반등
관세가 물가를 밀어 올리면 연준의 완화 속도는 느려진다. FedWatch에 반영된 7월 인하 확률은 이미 7%로 낮다. 금리 차 확대 → 달러 강세 → 수입물가 재하락이라는 두 번째 라운드 디스인플레이션이 교차, "달러 Smile" 곡선을 재현할 가능성이 있다.
2-4) 투자·공급망 효과 — CAPEX 재편, 반도체·EV 타격
30% 관세가 현실화되면 미국 내 생산 유인을 높여 설비투자(CAPEX)가 늘 것이라는 주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비용이 더 높은 미국으로의 ‘친(Bi-)쇼어링’은 ROI 10% 미만, 회수 기간 7~10년으로 계산된다. 정치 리스크 > 비용 절감으로 계산되는 순간, 기업은 오히려 투자를 보류한다. 2019년 데이터가 이를 입증한다.
3. 달러·연준·채권시장: «지속적 불확실성이 성장 기대를 짓누른다»
BOE(영국은행) 베일리 총재가 G20 서한에서 남긴 문장은 관세 국면에도 적용된다. 아래 도표는 달러 인덱스·10년 BEI(기대인플레이션)·10년 T-Yield 시나리오별 변동을 요약한다.
시나리오 | 관세 실행 | DXY | 10Y BEI | 10Y Yield |
---|---|---|---|---|
A | 실행·장기화 | +3% | +35bp | +20bp |
B | 기한 연장 후 축소 | +1% | +15bp | 0~+5bp |
C | 전면 철회 | 0% | −10bp | −15bp |
A 시나리오에서는 연준이 연내 25bp 이상 인하하기 어렵다. C 시나리오는 스몰 컷(25bp×2) 재개가 가능하다.
4. 30% 관세가 S&P 500 섹터별에 남길 흔적 — 12개월 포워드
- 소재(−2.5%p α): EU 향 화학·고급 소재 매출 타격, 다국적 조달망 재구성 비용 증가
- 산업재(−2%p): 멕시코·EU 부품 역내화 압력, CAPEX 연기
- 경기소비재(−1.8%p): 對EU 의류·가방 관세가 곧바로 가격·마진에 반영
- 에너지(+0.5%p): 달러 강세·유가 하락이 있지만, LNG 수출 경쟁력 강화
- 필수소비재 변동 미미: 가격 전가 능력, 단 소비 탄력도 Δ 가열 시 저가 브랜드 수혜
5. 글로벌 자산 배분 시사점
5-1) 주식
퀄리티+로컬 매출 비중≥70% 종목이 핵심이다. JP모건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 내 매출 비중 80% 이상 기업은 관세 민감도가 ½ 이하다. 대표 바스켓은 헬스케어 서비스·통신·내수 리츠.
5-2) 채권
금리 상방 + 연준 딜레이 → 스티프너 트레이드(2s10s 스프레드 확대)를 제안한다. 2Y 페드 정책 기대가 고정된 채 10Y 동일선상 상승 여지가 크다.
5-3) 원자재·환율
WTI $70 지지선, 구리·알루미늄 단기 조정. 금은 실질금리 vs 안전자산 수요가 교차해 $2,000선 상단 제한. 달러/엔 상단 160엔, EUR/USD 1.05 지지.
6. 정치 캘린더: 50일 데드라인, 3개 키 이벤트
- 8월 1일 — 관세 시행 여부·규모 최종 발표
- 8월 20일 — 잭슨홀 심포지엄, 파월 발언 수위
- 9월 5일 — 푸틴의 ‘50일 유예’ 만료, 세컨더리 관세 가부
위 일정 전후 옵션 IV(내재 변동성)가 상승할 공산이 크다. 헤지 비용은 7월 말 이전 확보가 유리하다.
7. 이중석의 전략적 통찰
- “헛발질” 반복이 시장 무관심을 키웠지만,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았다. 관세 카드가 매번 직전 철회되더라도, 투자·공급망 재배치 결정은 선제적으로 일어나며 그 비용은 영구적이다.
- 관세-인플레이션 악순환을 달러 강세가 부분 상쇄할 수 있다. 그러나 달러 강세는 S&P 해외 매출 40% 비중을 잠식, 기업 실적을 다시 누른다.
- 연준의 “긴 반복적 고금리” 시나리오는 관세가 현실화되지 않아도 유효하다. 기대인플레이션 2.4% 상단 고착은 정책 피봇을 지연시킨다.
- 대선 레토릭 vs. 제도화: 관세가 의회 통과 없이 행정명령으로 발동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이벤트가 ‘선출직 사이클’에 묶여 있음을 의미한다.
8. 결론 — “디글로벌라이제이션 2.0”을 선반영하라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디글로벌화 1.0”이었다면, 이번 30%·100% 관세는 ‘디글로벌 2.0’의 서막이다. 국가·기업·포트폴리오 모두 4가지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 공급망 꼬리 리스크 시뮬레이션: 단일 리스크가 아닌 복합 리스크 — 환율·금리·관세·물류 병목.
- CAPEX 옵션화: 설비 투자 결정은 작은 모듈·리스를 늘리고, 대규모 일괄 투자는 보류.
- 현금 흐름 방어: 주주환원보다 운전자본 유연성 우선 — 자사주 매입보다 배당 선호.
- 거버넌스·ESG 리프레이밍: 관세가 촉발한 지역사회 고용·환경 논쟁에 선제 대응.
투자자는 “관세는 언젠가 풀릴 스프레드”라며 가볍게 넘기기 쉽다. 그러나 장기 자본은 국경과 시간의 벽을 넘어 움직인다. 디글로벌 2.0을 선반영하는 자본만이 ‘관세 비용 ≤ 리쇼어링 프리미엄’이 성립하는 뉴노멀에서 생존할 수 있다.
— 미국 주식·경제 칼럼니스트 이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