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마켓인사이트 칼럼
Ⅰ. 머리말: ‘또 하나의 관세 전쟁’이 아니라, 경제 질서 변곡점이다
2025년 7월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멕시코산 제품에 30% 포괄 관세를 예고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짧은 패닉과 긴 여진을 동시에 마주했다. 장외에서 다우 선물이 200포인트 급락했지만, 이는 서막일 뿐이다. 이번 조치는 2018~2020년 미·중 무역 분쟁과는 질(質)이 다르다. 공급망이 ‘친(親)안보 동맹’과 ‘비(非)안보 블록’으로 장기 단층선을 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Ⅱ. 객관적 팩트 — 관세의 스펙, 규모, 대상
구분 | 2018~2020 對중국 관세 | 2025 對EU·멕시코 관세 |
---|---|---|
관세율 | 10%→25%(단계별) | 일괄 30% |
품목 선정 | 섬세한 HS코드별 | 품목 리스트 공개 전 ‘포괄 적용’ |
발효 시점 | 발표 후 60~90일 유예 | 공표 20일 후(8월 1일) |
무역대상 규모(직전년) | $3700억 | EU $4800억·멕시코 $4750억 |
표가 말해주듯, 30% 단일 고율은 미국이 동맹국에 행사한 관세 중 최고치다. 특히 관세 적용이 임박(20일)해 협상 ‘완충지대’가 짧다.
Ⅲ. 장기 영향 — 6대 축으로 읽는다
1. 공급망 재배치 속도 ↑, 비용 구조 ↗
- 자동차·항공·제약·화학 등 EU 주력 품목이 직접 타격을 받는다.
- 미국 기업들도 역으로 유럽 내 생산→미국 역수입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
- 결국 제조 입지 결정 공식이 ‘노동·전력 비용’에서 ‘관세 리스크 디스카운트’까지 포함하는 삼원 방정식으로 바뀐다.
2. 인플레이션 기대 재점화
EU·멕시코산 제품은 미국 소비재·중간재 물가 바스켓의 13%를 차지한다. 30% 관세가 60% 전가(pass-through)된다고 가정하면 CPI를 약 0.8%p 밀어올릴 수 있다. 이는 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점을 재차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3. ‘안보 관세’ 프레임의 제도화
이번 조치는 국가안보·국가전략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다. 2024년 IRA·CHIPS법으로 촉발된 경제-안보 연동 규제가 본격 제도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방증이다. 향후 관세·보조금·투자제한이 하나의 패키지로 굳어질 공산이 크다.
4. 유럽의 대응 시나리오 — 3단계
- 단기 : 8월 1일 전 타협 유도, 對미 의회 로비 강화
- 중기 : 보복 관세·WTO 제소·우호국 다변화(캐나다·호주 등)
- 장기 : ‘디지털세·탄소국경조정제(CBAM)’ 강도 재조정해 맞불
5. 금융시장 지형 변화
• 달러화: 관세→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통화 수요가 늘어 강세 압력
• 유로화·멕시코페소: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약세 요인
• 미 국채: 위험회피로 금리↓ 가능, 그러나 CPI 상방 리스크가 가늠자
6. 미국 주식 — ‘고비용·고관세 균형’ 시대
Tech·헬스케어 대형주는 비교적 방어적이지만, 산업재·소비재·자동차 등 관세 감응 업종의 영업마진 EPS 리스크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익 팽창→밸류에이션 확장 스토리가 아니라, 비용 관리·가격 전가 능력이 종목 성과를 가를 핵심이다.
Ⅳ. 데이터 워치 — 관세 체제 변화와 S&P500 EPS elasticities
시나리오 | 관세 전가율 | 미 CPI 영향 | S&P500 EPS 변동 |
---|---|---|---|
온건(20%) | 40% | +0.3%p | -2.5% |
기본(30%) | 60% | +0.8%p | -4.8% |
극단(30%+보복) | 80% | +1.5%p | -7.2% |
※ EPS 탄력도는 골드만삭스·팩트셋 합산 추정치를 필자 모델로 재산출한 값이다.
Ⅴ. 산업·섹터별 SWOT 및 전략
1. 자동차(OEM·부품)
- Strength: 친환경 전기차 稼動 라인 미국 내 구축 중
- Weakness: 유럽 고급차 브랜드 美 매출 의존도가 평균 18%
- Opportunity: 북미 현지 생산시 보조금·IRA 세액공제 혜택
- Threat: 부품 서플라이 체인 분절로 원가 불확실성 ≤ 9%
2. 항공·방산
EU·미국이 서로 핵심 무기체계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라 보복 관세 카드가 제한적이다. 그러나 에어버스(프랑스·독일 합작)가 토착화하지 못한 부품은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
3. 소비재·명품
가격 결정력은 강하지만 관세분만큼 완전 전가하긴 어렵다. 특히 고가 화장품·패션은 탄력성이 커서 판매량 감소→재고 세일 악순환 리스크가 있다.
Ⅵ. 개인·기관 투자전략 제언
(1) 섹터 로테이션 전략
① 보호종목: 클라우드·사이버보안·의료기술 내 미국 내수 매출비율 80% 이상 기업
② 회피종목: 유럽 기업 매출 >40% & 美 수입 비중 >20% 산업재·자동차 부품주
(2) ETF 활용
• 미국 내수 중심 Invesco S&P 500 Equal Weight Consumer Staples ETF(RSPG)
• 달러 강세 헤지형 WisdomTree Europe Hedged Equity Fund(HEDJ)
(3) 옵션·파생
S&P500 put spread, 유로화 risk reversal 등 변동성 저가 매수 기회를 포착한다.
Ⅶ. 리스크 요인 및 반론 — 왜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나
• 제1 변수: 미국 내 최종 소비자 물가 부담이 명백해지면 의회와 업계 로비가 강화된다.
• 제2 변수: 유럽의 방위비 분담·우크라이나 지원과 연동된 정치 딜(deal) 가능성.
• 제3 변수: WTO 제소·상소기구 공백을 채울 양자·복수국간 협상 포맷 신설 시도.
따라서 ‘관세 → 완전한 디커플링’으로 직선 추론하기보다는,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장기화되는 쪽에 무게를 둬야 한다.
Ⅷ. 결론 — 30% 관세는 “사건”이 아니라 “구조”다
이번 관세는 경험적·정책적·정서적 변곡점을 동시에 마련했다. 첫째, 글로벌 기업은 재무·공급망·세무 전략에 무역 리스크 변수를 상수로 내재화해야 한다. 둘째, 중앙은행은 관세발 인플레이션을 기존 모델에 반영해 통화정책 신뢰성을 유지해야 한다. 셋째, 투자자는 극단적 관세 시나리오 하의 순이자마진·CapEx 지연·환율 변동성을 차트·가이던스 뒤에 숨어 있는 진실로 인식해야 한다.
필자가 보는 장기 시계열은 명확하다. “비용 전가할 수 있는 기업만 살아남는다.” 가치사슬 어디에 서 있는가가 곧 주가 퍼포먼스다. 관세 전쟁은 막을 내리더라도 관세 체제는 새 표준으로 굳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는 ‘관세 내성 포트폴리오’를 서둘러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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