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다시 켜진 관세 시계, 왜 지금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7월 7일 돌연 발표한 ‘일본·한국산 전(全)품목 25% 관세’는 2018~2020년 1차 무역전쟁보다도 충격의 파급 범위가 크다. 특정 섹터가 아니라 모든 수입품에 일괄 세율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관세 원자폭탄’에 비유된다. 본 칼럼은 향후 최소 10년에 걸쳐 미국·동아시아·글로벌 공급망에 드리울 거시적 여파를 다각도로 조망한다.
1. 관세 쇼크의 구조적 배경
1) 美 무역수지 적자와 대선 정치학
- 2024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1조1,744억 달러(미 상무부).
- 제조업 일자리 회귀 공약은 2026년 중간선거·2028년 대선을 겨냥한 핵심 슬로건.
- 일본·한국은 對美 흑자 상위 5개국이며, 對中 고율관세 이후 ‘대체 공급처’ 역할을 키워 왔음.
2) 공급망 다극화와 주권 제조(Reshoring)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中 전력난이 촉발한 ‘리쇼어링 1차 붐’은 이미 진행 중이다. 이번 전면관세는 이에 ‘가속 페달’을 밟을 공산이 크다.
2. 거시 파급경로 5단계
단계 | 주요 메커니즘 | 장기 영향(5~10년) |
---|---|---|
① 수입단가 상승 | 25% 관세 → CPI 0.6~1.2%p 상방 압력 | 연준의 완화 여지 축소, 실질금리↑ |
② 기업 마진 압박 | 中 대체 비용+관세 부담 → EPS 디플레 | S&P500 ROE 40bp 하락(시뮬레이션) |
③ 설비투자 재배치 | 日·韓 기업 생산거점 멕시코·美 남부 이전 | NAFTA 권역 내 CAPEX 연 8% 성장 |
④ 환율 불안 | 엔·원 약세, 달러·멕시코페소 강세 | G4통화 변동성 지수 25%↑ |
⑤ 글로벌 거버넌스 | WTO 무력화·영내 블록화 심화 | 교역 증가율 1990~2010년 평균의 ½로 둔화 |
3. 산업별 장기 승자와 패자
① 반도체‧첨단부품
패자: 한국·일본 파운드리·디스플레이 업체는 단기 수출차질.
승자: 美 내 파운드리(인텔 오하이오·TSMC 애리조나)와 멕시코 EMS.
② 자동차
일본·한국 완성차: MSRP 인상 압력으로 점유율 2~3%p 하락 예상.
미국 남부 EV 클러스터(조지아·앨라배마) 증설 레이스 가속.
③ 소비재·리테일
월마트·아마존 PB(PB) 공급선의 ‘차이나→아세안→멕시코’ 전환 가속. 중저가 의류 인플레 고착.
④ 자본재·플랜트
GE Vernova·ABB 등 美·EU 국적 기업,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칩스법(Chips Act) 세액공제와 관세 이중 수혜.
4. 금융시장 시나리오
1) 채권
- 10년물 미 국채금리, 1년 내 40~60bp 상단 확장 전망.
- 장기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며 ‘뉴 뉴 노멀’ 금리 3.5~4.0% 정착.
2) 주식
MSCI USA vs. ACWI 주가수익률 격차는 2020~2024년 랠리가 둔화, 다중 압축(multiple compression) 구간 진입.
3) 달러
수입물가 상승→연준 긴축 장기화 기대→달러인덱스 105~112 박스권. 그러나 쌍무적 보복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달러 시스템 회피 움직임 가속.
5. 정책·기업 전략 지침
미국 정부
- 관세수입을 재생에너지·인프라 보조금으로 환류, 인플레이션 중립화.
- 한·일과 ‘관세 상쇄형 R&D 공동펀드’ 설립, 동맹 이탈 방지.
일본·한국 정부
- WTO·IPEF 이중 트랙 대응, 디지털 통상·데이터 국경 협상 지렛대로 활용.
- 멕시코·캐나다 공장 투자 시 美 IRA 세액 공제 연계.
멀티내셔널 기업
“China+1” 전략 → “USMCA+1” 전략으로 업데이트. 2026년 이전 수직계열 서플라이 체인 확보 시 관세 회피·허브 구축 효과 극대화.
6. 투자 포트폴리오 제언(2025~2030)
- ETF‧인덱스: USMCA 인프라 추종 ETF, 美 중소형 자본재 ETF, 멕시코 IPC30 ETF.
- 섹터: 전력·데이터센터(수혜), 유럽 럭셔리·아시아 가전(피해).
- 채권: 인플레 연동채(TIPS)·변동금리채(FRN) 비중 확대.
- 원자재: 구리·알루미늄·우라늄(재생·원전 동시 수요) 포지션 구축.
7. 결론: ‘탈세계화 2.0’의 방향성과 투자자의 대응
25% 전면관세는 단순한 세율 변동이 아니라 글로벌 교역 규칙 자체를 힘의 논리로 재설정하려는 시도다. 이에 따라 지정학→공급망→물가→통화정책→자산가격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재편이 최소 10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투자자는 1) 생산입지 분산, 2) 에너지·자본재 슈퍼사이클, 3) 금융인프라 디지털화라는 세 가지 장기 트렌드에 주목해야 한다. ‘관세 25%’는 거대한 탈세계화 2.0의 시발점일 뿐이며, 선제적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국경을 넘는 자본·데이터 흐름에 대한 거시적 시야가 필수적이다.
이중석(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