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코노미스트 칼럼] 2025년 8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생산을 약속하지 않는 모든 반도체·칩 수입품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선언했다. 이 한 줄의 메시지는 주식·채권·원자재·외환 시장을 순식간에 뒤흔들었다. 필자는 이번 조치를 미국 증시·경제의 향후 10년을 규정지을 ‘게임 체인저’로 규정한다.
1. 정책 개요 — “Make Chips in America, or Pay Twice”
- 관세율: 100%(ad valorem)
- 적용 범위: 반도체 완제품·패키지·첨단 부품·테스트용 웨이퍼 등 HS코드 8542 전 품목
- 면제 조건: ① 미국 내 가동 중 공장 보유 ② 24개월 이내 착공을 증명하는 투자 계약 체결 ③ 미 상무부 면허 취득
- 발효 시점: 관보 고시 후 30일
- 법적 근거: 무역확장법 232조 및 대통령 행정명령
사실상 “리쇼어링(Reshoring) 강제형 관세“다. 2022년 CHIPS Act가 ‘당근’이었다면, 이번 관세는 ‘채찍’이다.
2. 숫자로 보는 피해·수혜
구분 | 현 수입액(2024, 억달러) | 예상 관세 부담(억달러) | 잠재적 리쇼어링 투자(억달러) |
---|---|---|---|
대만 | 540 | 540 | 700 |
한국 | 180 | 180 | 250 |
일본 | 90 | 90 | 120 |
EU | 60 | 60 | 80 |
합계 | 870 | 870 | 1,150 |
*자료: U.S. Census Bureau, SIA, 필자 추정
3. 증시·산업별 장기 파장
3.1 반도체 장비·소재: Boom
미국 내 신규 팹 건설이 폭증하면 노광장비(ASML), 식각·증착(AMAT, LRCX), CMP(Siltronic)부터 특수가스·포토레지스트까지 밸류체인 전반이 수혜산업으로 부상한다. 장비업체는 평균 3~5년짜리 장기 공급계약(LSA)을 묶어두는 관행이 있어 수주 백로그가 역사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3.2 팹리스·IT하드웨어: Margin Shock → 재평가
애플·엔비디아·AMD 등 설계 전문 업체는 단기적으로 가격 전가 불가능 구간에 직면한다. iPhone·AI GPU 원가 +40~50%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그러나 미 국내 생산으로 수출 규제 리스크가 줄어드는 순간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 사라진다. 중장기적으로는 리레이팅(재평가)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
3.3 자동차·가전·IoT: 인플레이션 재점화
차량당 반도체 BOM(원가) 비중이 2021년 650달러→2025년 1,200달러로 두 배에 달한다. 관세분까지 전가되면 완성차 가격이 평균 1,500달러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서비스·임대료를 제외한 상품 섹터 인플레이션의 부활을 의미한다.
4. 거시경제 경로: 4단계 시나리오
- 2025~2026 관세 충격 → PPI 0.6%p·CPI 0.3%p 상방 압력
- 2026~2028 대규모 설비투자 → 제조업 고용 +25만 명, Fed 고용·물가 딜레마
- 2028~2030 생산 본격화 → 순수입 감소, 무역적자 400억 달러 축소
- 2030+ 기술 자립도 상승, 전략산업 프리미엄 확대
5. Fed·채권시장 시각
물가 압력이 재부상하면 연준은 ‘경기방어용 선제적 금리 인하’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한다. 10년물 국채금리는 관세 선언 당일 18bp 급등(4.21%→4.39%)했으며, 장·단기 스프레드는 재스티프닝(re-steepening) 국면에 진입했다. 필자는 2026년까지 10년물 금리가 5.0% 트라이얼을 가질 확률을 40%로 본다.
6. 지정학·글로벌 자본 흐름
① 대만·한국·일본: 미국 내 증설 인센티브를 활용하되, 생산 기밀·AI 가속기 등 민감 기술을 국내에 남겨 듀얼 밸류체인을 구축.
② 중국: 양자·차세대 메모리 등 ‘디커플링 내생화’ 가속. 국유 펀드 자금 3차 레깅 5,000억 위안 집행설.
③ 유럽: ‘European Chips Act’로 2027년 자급률 20% 목표, 美 관계 재정립 요구 커질 전망.
7. 투자 전략 — ‘New Fab Five’ 체크리스트
- TSMC Arizona — 2026E 양산, Apple·AMD 우선 배정
- Samsung Taylor — 2027E, 차량용·PIM(처리내장메모리) 강점
- Intel Ohio — 2028E, 파운드리2.0 고객 확보가 관건
- Micron Idaho DRAM — 2026E, HBM4 수혜
- GlobalFoundries New York — 무선·전력반도체 틈새 독주
위 5개 팹은 향후 5년간 CAPEX 합계 2,200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며, 장비·소재·인프라 EPC 기업에 장기 파이프라인을 제공한다.
8. 리스크 카드
① 보복 관세: 동맹·경쟁국이 對美 자동차·항공기·농산물에 맞관세를 매길 경우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② 노동·인프라 병목: Fab 건설 붐으로 엔지니어·전력·용수 부족 → 투자 지연.
③ 정치 사이클: 차기 행정부가 정책을 완화하면 기업들의 ‘wait-and-see’ 전략으로 리쇼어링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
9. 결론 — ‘실리콘 러스트벨트’의 탄생과 증시 패러다임 시프트
100% 관세 정책은 일견 보호무역의 극단처럼 보이지만, 미국 자본·기술·노동시장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거대 마그넷 역할을 한다. 공급망의 블록화, 기술패권 경쟁, 녹색·디지털 쌍둥이 전환에 모두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투자자는 단기 인플레·마진 쇼크에 흔들리기보다, 장기 기술 자립 라인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미국 반도체 시가총액이 글로벌 비중 60%→70% 상향되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2030년 이전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 본 칼럼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