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알루미늄 50% 관세, 의도치 않게 ‘친환경 스크랩 재활용 붐’ 촉발

[워싱턴 D.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루미늄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배경은 미국 내 제련소와 일자리를 되살리겠다는 보호무역 정책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공장보다 고철 야드(scrap yard)에서 더 큰 활기가 나타나고 있다. 수백만 톤에 이르는 알루미늄 스크랩을 재활용하면 경제적 이익과 친환경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상치 못한 녹색 성장’이 진행 중이다.

2025년 7월 24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련 업체 중 하나인 노르스크 하이드로(Norsk Hydro)트론드 올라프 크리스토페르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정부가 알루미늄 자급률을 높이고자 한다면 가장 빠른 방법은 스크랩을 국내에 더 많이 남겨 재활용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크랩 알루미늄을 재활용할 때 드는 에너지는 신규 제련 대비 5% 수준에 불과하다.” — 국제알루미늄협회(IAI)

IAI 자료에 따르면 신주(primary) 알루미늄을 제련할 때보다 전력 소비가 20분의 1로 줄어드는 만큼 탄소 배출을 크게 낮출 수 있다.


① 관세 충격이 불러온 가격 급등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평균 550만 톤의 알루미늄을 수입해야 수요를 충족한다. 하지만 50% 관세가 도입되면서 미드웨스트 프리미엄(U.S. Midwest premium)—국내 현물 가격의 핵심 지표—이 2024년 대비 급등했다. 이로써 일부 국내 제련소는 호황을 누렸지만, PepsiCo·Campbell Soup 같은 다운스트림(가공·소비) 기업에는 비용 폭탄이 전가됐다.

가격 충격‘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제조업체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대체재를 모색하고 있으며, 크리스토페르센 CFO는 “이 압력이 재활용 알루미늄의 경제성을 더욱 부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② 스크랩에는 관세가 없다

알루미늄 신주에는 50% 관세가 적용되지만 스크랩에는 관세가 없다. 이 불균형 덕분에 미 국내 재활용 업체들은 신주 수준의 높은 가격으로 리사이클 금속을 판매할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확보했다.

과거 미국은 연간 200만 톤가량의 스크랩을 해외로 실어 보냈으나, 최근에는 국내 재활용 설비로 물량이 우회되면서 수출 규모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크리스토페르센 CFO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스크랩을 수출하면 수익성이 높다”면서도 “관세 협상 불확실성 탓에 실제 물동량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③ 탄소·전력·CAPEX 모두 절감

노르스크 하이드로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모든 스크랩을 재활용하면 신규 제련소 4곳을 건설한 효과를 얻어 미국의 알루미늄 수입 의존도를 ‘절반’ 정도 낮출 수 있다.

제련소 건설에는 통상 5~6년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지만, 리사이클 공장은 1~2년에 불과하며 투자비가 10% 수준이다. 하이드로는 2023년 11월 미시간 주 캐소폴리스(Cassopolis)에 세 번째 재활용 공장을 완공해 연 30만 톤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또한 생성AI 시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효율이 뛰어난 리사이클 공정은 제조업계에 더욱 매력적이다. BMW·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도 저탄소 알루미늄 공급망을 모색 중이라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 마이클 위드머프란시스코 블랑치는 평가했다.


용어 설명

미드웨스트 프리미엄은 시카고 창고 인도 조건의 알루미늄 현물 가격에 붙는 지역 가산료로, 미국 내 실수요 가격의 기준이 된다. 수요 파괴는 가격 급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을 뜻한다.

④ 정책 시나리오

전문가들은 스크랩 수출 제한 또는 관세 부과 같은 추가 정책이 시행될 경우, 자국 내 원료 확보가 가속화돼 리사이클 붐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행정부가 자원 자립도를 높이려 한다면 재활용이 가장 신속한 해법” — 트론드 올라프 크리스토페르센, 하이드로 CFO

단기적으로는 50% 관세가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와 공급망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알루미늄 산업이 친환경·자급 구조로 전환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