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이중석이다. 2025년 8월 7일 0시를 기점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s)’가 전면 발효됐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 상당수가 기준 10%에서 최대 50%까지 인상된 관세를 적용받게 되며, 이는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가장 급격한 보호무역 기조로 평가된다.
Ⅰ. 관세 체제의 골격과 ‘뉴 노멀’
① 대상·시점
• 2025년 8월 7일 0시(미 동부시간)부터 적용
• 철강·알루미늄·완성차·반도체·의약품·소비재 전반을 포함
• ‘동맹국’이라도 미국 내 생산·투자 계획이 명확하지 않으면 10~25% 기본 관세 부과
② 차별 세율
• 브라질·인도 50%
• 스위스 39%, 캐나다 35%, 인도네시아 19%
• EU·영국·한국·일본 15% (예외 협상 타결)
• ‘전가(transshipment) 관세’ 40% 일괄 적용
이번 조치는 사실상 세계무역기구(WTO)의 최혜국 대우 원칙과 충돌한다. 그러나 트럼프 진영은 국가안보조항(무역확장법 232조, 국제비상경제권법 IEEPA 등)을 근거로 “대외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을 명분화했다.
Ⅱ. 5대 장기 변수
1) 인플레이션·연준(연방준비제도) 정책
• 관세 인상은 직·간접적으로 수입물가(PPI) 0.8~1.1%p 추가 상승 유발
• 컨설팅사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12개월 내 CPI(소비자물가) 0.4%p 상향 가능성 제시
• 연준은 9월 FOMC에서 ‘동결’ 유력하지만, 관세발 물가 압력이 확산될 경우 2026년 이후 첫 재인상 시나리오까지 열려 있음
2) 글로벌 공급망 리디자인
보복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차이나+1’ 전략이 ‘America+Allies’로 진화할 공산이 크다. 반도체·배터리·희토류 등 전략 품목에 대해선 미국(본토)·멕시코·캐나다·베트남·인도·폴란드가 대체 거점으로 부상한다.
- 반도체: TSMC·삼성전자·글로벌파운드리 모두 미 서부·남부 대규모 증설 진행
- 배터리: IRA(인플레이션감축법) + 관세 시너지로 전기차 가치사슬 북미 집중
- 의약품: FDA 프리체크 프로그램 가동, API 내재화 촉진
3) 기업 실적·마진 스퀴즈
원가 상승 → 가격 전가 → 수요 둔화라는 고전적 압력이 재연될 공산이 있다. 그러나 브랜드 파워와 현지 생산 비중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섹터 | 단기 수익성 | 장기 수익성 | 주요 대응 |
---|---|---|---|
반도체 | ↓ | ↑ | 미국·동맹국 파운드리 증설 가속 |
자동차 | ↓↓ | → | 멕시코·캐나다 현지화 확대 |
소비재(섬유·주얼리) | ↓↓ | ↓↓ | 캄보디아·방글라데시 우회 생산 |
방위·AI 인프라 | ↑ | ↑↑ | 미 연방·한미일 공동 프로젝트 수혜 |
4) 무역협정·국제기구 지형 변화
• WTO 패널 회부 가능성 → 절차만 2~3년 소요
• 바이든·EU는 ‘소형 다자협정(minilateral)’으로 대응할 전망
•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동맹국 블록화로 재편되어, 전통적 FTA 효과 약화
5) 투자자 포지셔닝·자산배분
2025~2026년 포트폴리오 키워드는 ‘글로벌 디커플링 + 공급망 내재화’이다.
- 미국 내 설비투자 확대 관련 산업재·인프라 ETF 비중 ↑
- 달러 강세·변동성 확대 → 신흥국 통화 헤지 필요
- 리쇼어링(Reshoring) 테마 채권(특수채·그린본드) 관심 ↑
Ⅲ. 1년·3년·5년 시나리오별 전망
① 12개월: 디스럽션 국면
• CPI 0.4%p 상향, 연준 금리 인하 시점 1~2차례 지연
• S&P500 순이익 성장률 8%→5%대로 하향
• 반도체 장비·인프라 건설주는 공급망 투자 기대감으로 상대적 강세
② 36개월: 체질 개선·신(新)무역 지도
• 북미·유럽 내 반도체 캐파 가동률 70% 상회
• 美 제조업 고용 150만 명 순증(BLS 추정)
• 그러나 소비자 물가의 ‘새 균형선’이 형성돼 실질임금 개선은 제한적
③ 60개월: 이중 가치사슬 시대
• ‘미국+동맹’과 ‘중국+글로벌 사우스’ 이원화 고착
• 글로벌 GDP 성장률 0.3~0.5%p 구조적 하락(세계은행 추정)
• 기업은 방위·AI·클라우드·바이오 4대 전략산업 중심의 클러스터 집중
Ⅳ. 투자 전략 제언
★ 포트폴리오 체크리스트
- 밸류체인 리쇼어링 비중이 30% 이상인 종목군: 인프라 EPC, 전력·데이터센터 REIT, 철강·알루미늄 친환경 제련기업
- 친환경·스마트팩토리 국책 보조금 수혜주: HBM·SiC·전력반도체 장비, 고효율 전동기
- 고관세 민감 섬유·주얼리 OEM은 언더웨이트
- 달러 강세에 따른 이머징 캐리 트레이드 리스크 헤지: USD 강세 ETF·통화옵션
★ 경기·정책 모니터링
• 9월 FOMC 점도표(도트 플롯)
• 10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내 ‘분절경제(Fractured Economy)’ 시나리오 보고서
• 2026년 1분기 美·EU 공동산업보조금 협정(가칭)
Ⅴ. 결론
트럼프발 상호주의 관세는 단순한 무역전(戰)을 넘어 거시경제·산업정책·자본시장을 재편하는 ‘초장기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는 ① 인플레이션 재상승, ② 공급망 블록화, ③ 산업 간 양극화라는 3대 구조 변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디지털·친환경·안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춘 ‘선택적 베팅’에 나서야 한다. 이제 관세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새로운 상수를 기반으로, 미국 증시·경제의 게임의 규칙이 다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