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1. 서론: 2025년 여름, ‘관세 충격’이 다시 돌아왔다
2025년 8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주의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해 미국의 평균 수입관세율을 한자리수(약 2.3%)에서 15% 내외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2018~2019년 1차 무역 분쟁 이후 잠복했던 고율 관세 카드가 사실상 ‘뉴 노멀’로 굳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월가와 실물경제는 다시 한 번 장기 시나리오 수정에 착수했다.
본 칼럼은 이번 관세 체제 전환이 향후 최소 1년 이상—정확히는 2026년 미 중간선거 이후까지—미국의 물가·성장·기업이익·자산가격·연준(Fed) 정책 함수를 어떻게 재편할지 심층적으로 해부한다. 더불어 관세 쇼크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리스크를 현실화할지, 투자자가 취할 포트폴리오 해법은 무엇인지 구체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시한다.
2. 관세 인상 구조: 숫자로 읽는 ‘15%~20% 대(帶)’ 시대
구분 | 2017년 | 2020년 | 2025년(예상) |
---|---|---|---|
평균 MFN 관세율* | 1.6% | 5.3% | 15.0%~18.0% |
중국산 중량가중 평균 | 3.1% | 19.3% | 30%~41% |
대(對)EU·한국·일본 | 1.2% | 4.8% | 10%~15% |
*MFN(Most Favored Nation): 최혜국 대우 기준 관세율
표에서 보듯, 2025년 조치가 완전 발효될 경우 미국의 관세 구조는 1990년대 초반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이는 글로벌 밸류체인이 정교화된 이후 처음 맞는 ‘회귀 현상’이다.
3. 인플레이션 채널: 관세→수입물가→근원 CPI
- 직접 효과: 관세가 붙은 수입품(완제품·중간재)의 세후 도착 원가가 상승해 PPI(생산자물가)에 선행 압력을 가함.
- 간접 효과: 국내 생산업체가 가격 인상 여지를 확보, 비(非)관세 품목·서비스까지 2차 파급이 확산.
- 기대 인플레이션 채널: 2025년 8월 1일 고용 쇼크와 동시 발생→연준에 ‘정책 딜레마’ 부각, 5년·5년 전방 기대인플레이션이 2.65%→2.95%로 급등.
TPP 모델링*에 따르면 평균 관세율 15% 유지 시 2026년 근원 CPI는 베이스라인 대비 +0.7%p 높아진 3.1% 수준에 머문다. 이는 연준 목표(2%)를 지속적으로 웃도는 값이다. (*TPP: Tariff Pass-through & Propagation)
4. 성장 충격: 공급+수요 동반 위축—스태그플레이션 모형
4-1. 공급측
관세는 총요소생산성(TFP)에도 음(-)의 영향을 준다. OECD 연구에 따르면 수입 중간재의 관세율이 10%p 상승하면, 해당 산업의 TFP가 3년 내 평균 1.8% 감소한다. 이 관계를 미국 제조업에 대입하면, 2025~2027년 누적 제조업 부가가치(GVA)가 베이스라인 대비 약 1100억 달러 감소한다.
4-2. 수요측
⬆물가·⬇실질임금→소비 둔화. 뱅크오브아메리카 카드 스와이프 데이터는 2025년 7월 관세 예고 직후 낮은 소득 40% 가계의 실질 소비가 MoM –1.3%로 급락한 것을 포착했다.
4-3.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지표
지표 | 2024년말 | 2025년 7월 | 2026년 전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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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GDP YoY | 2.2% | 1.4% | 0.6% |
근원 CPI YoY | 2.6% | 2.9% | 3.1% |
실업률(U3) | 3.9% | 4.2% | 4.8% |
성장은 둔화, 물가는 고착—스태그플레이션 지수(SI = CPI+실업률)가 2026년 8포인트를 넘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5. 기업 수익성과 밸류에이션: 관세 탄력성 3단 구분
- 고관세 전가·고마진—에너지, 방산, 일부 생활필수품
관세 패스스루(passthrough)율 ≥70%, 2026년 EPS CAGR +8% - 전가 제한·원가 압박—자동차, 가전, 의류·신발, 중저가 리테일
패스스루 30~50%, EPS CAGR –2%~0% - 이중 타격(원가↑+수요↓)—반도체 설비, 가구, 레저용 내구재
패스스루<30%, EPS CAGR –7% 이하
MSCI USA 구성 603개 종목에 패스스루 가중치를 적용해 재계산한 12개월 선행 PER는 20.1배→18.3배로 약 9% 밸류에이션 디레이팅이 불가피하다는 게 필자의 시뮬레이션 결과다.
6. 연준 정책 함수: 50bp ‘점보 인하’ vs. 물가 파 수상주의
7월 고용 쇼크 후 CME FedWatch는 9월 25bp 인하 확률 83%, 50bp는 0%로 반영했지만, 블랙록 릭 리더는 50bp 깜짝 인하를 점쳤다. 여기서 관세발 인플레이션 변수가 얽히면, 연준이 물가 파 수상주의(“inflation vigilance”)를 선택해 늦게, 작게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갈래 시나리오에 따라 장단기 금리·주식 프리미엄, 달러 인덱스 경로가 상이해진다.
7. 자본시장 영향과 전략적 포트폴리오 제안
7-1. 자산군 전망 매트릭스
자산군 | 12M 전망 | 주요 드라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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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주(S&P500) | 약세(–5~ –10%) | 밸류에이션 디레이팅, EPS 하향 |
미국 배당가치주 | 중립~강세 | 방어적 현금흐름, 고관세 전가력 |
원자재(CRB) | 강세(+8~12%) | 공급 차질+달러 약세 |
미 10년 국채 | 채권강세/금리 3.6%↓ | 성장 둔화·완화 기대 |
달러 인덱스(DXY) | 변동성↑, 방향성 중립 | 리스크 오프 vs. 금리 디퍼렌셜 |
7-2. 섹터·테마 전략
- 수혜: 방산·에너지 배당(MLP)·제약 대형주·데이터센터 리츠(수요 견조+달러 약세 헷지)
- 피해: 가전·의류·하드웨어 OEM·반도체 장비
- 중립 혹은 롱/숏 스프레드: 필수소비재(롱) vs. 선택소비재(숏), 미 중소형 가치주(롱) vs. 중화권 OEM(숏)
7-3. 실전 모델 포트폴리오 예시(달러 기준)
자산군 비중 ETF/티커 예시 ------------------------------------------------- 미 배당가치주 25% VYM, SCHD 방산·에너지(MLP) 15% XLE + AMLP (개별: LMT, CVX) 글로벌 헬스케어 10% XLV 미 7~10년 국채 25% IEF 투자등급 회사채 10% LQD 원자재 5% DBC 골드/실버 5% GLDM + SLV 현금 및 T-Bill 5% SGOV
해당 구성은 관세발 인플레이션·성장 둔화 양측 리스크를 균형적으로 헤지하도록 설계했다.
8. 결론: ‘관세 2.0 시대’, 숫자로 대응해야 한다
2025년 여름 재점화된 관세 정책은 단발적 해프닝이 아니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와 금융시장을 동시에 재정렬하는 구조적 이벤트다. 스태그플레이션 트리거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한, 2026년까지 낮은 성장·높은 인플레·높은 변동성 조합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투자자는 과거 1970년대·2018년 무역전쟁 사례를 교훈 삼아 밸류에이션 탄력, 가격 전가력, 현금흐름 안정성이라는 세 가지 렌즈로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감정적 매매 대신 데이터·시나리오 기반 리스크 관리가 필수다.
관세 2.0 시대, 숫자로 대응하는 투자자만이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