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21세기版 스무트–홀리 관세? 2025년 여름, 불씨는 다시 타올랐다
2025년 7월 3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주의(recipient/reciprocal)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월가는 곧바로 패닉에 빠졌다. 다음 날 S&P500, 나스닥100, 다우존스는 1.2~2% 급락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안전자산 선호로 4.20%까지 밀렸다. 일주일 뒤 버크셔 해서웨이는 분기보고서에서 “거의 모든 계열사 실적이 관세 리스크에 노출됐다”고 경고했다. 한편 블랙록의 릭 리더는 “노동시장 냉각과 관세 충격이 겹치면 연준이 9월에 50bp 인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2008·2020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관세=시장 소음’이라는 인식이 퍼졌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글로벌 최소관세 10%·대미 흑자국 15% 가산관세는 이미 발효됐고, 반도체·의약품 추가 관세안도 예고됐다. 실효세율은 15~20%라는 계산이 나온다.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2년 만에 세계 교역량을 66% 급감시킨 선례를 떠올리는 경제학자가 늘고 있다.
■ 1. 관세 충격의 메커니즘: 수입단가 → 소비자물가 → 연준 정책의 ‘세 갈래 파동’
1) 수입단가 전이 속도 — 6개월內 PPI에 반영
- 미 상무부 데이터(1995~2024)를 회귀 분석하면, 관세율 10%p 상승 시 수입물가지수는 평균 5개월 후 4.2%p 상승한다.
- 15% 관세라면 수입단가 파급 효과는 약 6.3%p다. 2024년 연간 수입액 3.2조 달러를 적용하면 단가 상승분 2,000억 달러가 2026년께 소비자에게 전가될 잠재 비용이다.
2) CPI 반영 — ‘디플레 궤도’에서 재상승 위험
연준이 2024~2025년 긴축으로 CPI 헤드라인을 2.4%까지 낮췄지만, 수입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면 2026년 상반기 CPI 3.5% 재돌파 시나리오가 JP모건·골드만삭스의 스트레스 테스트에 포함됐다.
3) 연준의 대응 — 점진적 인하 vs. 데이터 파닉 컷
시나리오 | 고용 추세 | CPI 궤적 | 연준 기준금리(2025.12) | 실질금리 |
---|---|---|---|---|
A: 연착륙 | +10만명/월 | 3.0%→2.8% | 4.25%→3.75% | 1.0% |
B: 스태그플레이션 | +3만명/월 | 3.0%→3.7% | 4.25%→4.50%(동결) | 0.8% |
C: 관세 리세션 | -5만명/월 | 3.0%→3.3% | 4.25%→3.00%(50bp×2) | -0.3% |
자료: 블랙록·BofA·CNBC 컨센서스, 2025.08 추정
C 시나리오처럼 고용이 순감으로 전환되면 연준은 자이언트 컷을 단행할 여지가 크다. 그러나 물가가 재상승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떨어져 ‘2010년대 자산버블’ 재현 위험이 커진다.
■ 2. 기업 실적: 마진 압박 vs. 이익 방어, 누가 승자·패자인가
1) 원가 구조별 타격도
- 수입 원재료 비중 50% 이상 업종 — 의류·가구·가전·태양광 모듈. 2018~2019년 25% 관세 당시 영업이익률 2.8%p 하락 경험.
- 국제 공급망 길이가 긴 IT 하드웨어 — 반도체 패키징·PCB·네트워크 장비. 애플은 2019년 관세 충격을 대부분 협력사에 전가했으나, 이번엔 중국 의존 부품 27%→31%로 되레 늘었다.
- 국내 자원·노동집약형 헬스케어·레저 — 수입 의존도가 낮아 비교적 방어적.
2) 케이스 스터디 : 버크셔·월마트·엔비디아
기업 | 관세 노출도(%) | 1차 대응 | 장기 리스크 |
---|---|---|---|
버크셔 헬스케어(Precision) | 40 | 원자재 선물 헤지 | 의료기 OEM 가격인상 압력 |
월마트 | 30 | PB 확대·공급사 단가 인하 | 저소득층 소비 위축 |
엔비디아 | 25 | 삼성·인도 공정 다변화 | 미·중 기술 쿼터 제한 |
결론적으로 하이퍼스케일러(MS·아마존)는 데이터센터 투자로 CAPEX 확대 국면이어서 관세에 따른 설비 비용 상승에 취약하다. 반면 내수 서비스업·의약품은 방어주로 재평가될 수 있다.
■ 3. 글로벌 공급망 재편: 멕시코·베트남·인도 ‘릴레이 수혜’와 한미 기업의 교차로
1) 멕시코 — 북미 생산기지 최대 수혜
2024년 美 수입 5,800억 달러 중 멕시코 비중은 16.6%로 중국을 제쳤다. USMCA 관세 면제와 일일 12시간 트럭 운송 이점이 크다. 나이키·포드·HP가 현지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으며, 한국 LG이노텍은 2025년 케이스 누적 투자 14억 달러를 승인했다.
2) 베트남·태국 — 전자·섬유 ‘차선책’
베트남은 2018~2023년 대미 수입 증가율 136%를 기록했지만, 전력·부지·노동 숙련도 제약이 있다. 관세 장기화 땐 고부가 가치 전자보단 노동집약적 섬유·신발이 더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3) 인도 — 중·장기 전략적 피벗
애플은 2024년 iPhone 생산량의 14%를 인도에서 제조했다. 관세가 상수화되면 2030년 25%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단, 관료제·인프라 병목·복잡한 주(州) 규제는 여전히 리스크다.
■ 4. 투자자 포트폴리오 시나리오: 주식·채권·원자재·대안자산별 전략
1) 주식 — ‘관세 피해주 vs. 리쇼어링 수혜주’ 듀얼 바스켓
- 피해주 헷지: 글로벌 소싱 의존도 50%↑ & 마진 5%↓ 기업(특히 소비재)에서 포지션 축소.
- 수혜주 확대: 북미 소재 산업단지 REIT·물류 자동화·전력 인프라 EPC.
2) 채권 — Barbell 엔트리: 2년물 미국채 + BBB급 산업채
관세 인플레→연준 인하→수익률곡선 가팔라질 때 단기채 수익+크레딧 스프레드 축소 기대.
3) 원자재 — 구리·알루미늄·농산물 롱, 원유 중립
리쇼어링+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로 산업금속 수요 상승. 단, 관세 경기둔화로 석유 수요 제약.
4) 대안자산 — 달러·골드·비트코인 3중분산
달러 강세→결제통화 역할 유지, 인플레 헤지로 금, 유동성 충격기엔 시스템 외부자산인 BTC가 니치 역할.
■ 결론: ‘관세 뉴노멀’이 기업·연준·투자자에게 주문하는 5대 체크리스트
- 도입 속도 — 한 번 인상된 관세는 되돌리기 어렵다.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옵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
- 공급망 가시성 — BOM(Level –3)까지 취약점을 시뮬레이션하고, ‘China + 1.5’ 전략(멕시코 + 아세안 절반)을 고려하라.
- 통화·물가 시나리오 — 인플레 컨트롤타워로서 연준의 중립금리가 상향 고착될 수 있다.
- 기술·자동화 투자 — 고비용 환경에서는 자본 vs. 노동 체계가 재편된다. CAPEX는 비용이 아닌 생존.
- 정책 리스크 헷지 — 무역조약·선거·지정학이 주가 베타값을 설명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도, 1980년대 볼커 쇼크도, 2000년대 G2 무역전쟁도 결국에는 세계 경제 구조를 바꿨다. 2025년 관세 쇼크가 미·중·멕시코·동남아 사이 공급망 대이동을 촉발하고, 연준·기업·투자자의 의사결정 프레임을 ‘장기 고비용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데이터가 말해 주고 있다.
※ 집필자: 김도현(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 애널리스트) — 본 칼럼은 객관적 데이터와 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특정 종목·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