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式 ‘상호관세’가 뒤흔들 글로벌 가치사슬: 美·EU D-데드라인 이후 10년을 내다보다

■ 머리말 – 왜 ‘상호관세 체제’가 장기 변수인가?

2025년 7월 9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전(全)방위 상호관세가 발효된다. 기본세율 10%‧최대 50%—추가로 70%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이번 조치는 일회성 ‘관세 폭탄’이 아니다. 필자가 보기에 이는 1)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2) 글로벌 가치사슬(GVC), 3) 달러 기축질서를 동시에 재편하는 패러다임 체인지의 신호탄이다. 본 칼럼은 데드라인 이후 10년을 가정해 “어떤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이 형성될지”를 집중 분석한다.


1. 7월 9일 시나리오 매트릭스: ‘베어본즈 합의’ vs ‘전면 관세’

시나리오 관세 수준(평균) 미 달러 지수 6M 전망 유럽 제조업 PMI 12M 전망 글로벌 GDP 손실(10년 누적)
① 베어본즈 합의(유예 연장) 10% 고정 -3% -1.0p -1.8조 달러
② 부분 관세(품목별 25%) 18% -1% -2.3p -3.7조 달러
③ 전면 관세(평균 40%·최대 70%) 40% +4% -5.6p -7.9조 달러

시장 컨센서스는 ① 또는 ②이지만, 정치 리스크 프리미엄은 ③ 시나리오를 일정 비율(≈25%)로 가격에 반영 중이다. ‘무역 대공황’이 재현될 경우, 2026~2027년 글로벌 증시는 최대 30%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국면을 통과할 수 있다.


2. 구조적 충격 ① –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프랙처링

월가·도쿄·프랑크푸르트 I/O 모델을 종합하면, 관세 40% 시 유럽 자동차 1대당 미국 내 최종가격은 평균 14% 상승한다. 문제는 ‘대체 공급처 → 베트남·멕시코’ 전략이 병목(bottleneck)·규모 경제 상실을 유발해 비(非)관세 비용까지 밀어 올린다는 점이다.

  • 전자·배터리: EU→美 직수출 급감→멕시코 조립→원산지 규정 복잡→NAFTA·USMCA 재검증 비용↑
  • 의약품·의료기기: GMP 이중 인증, 임상 데이터 현지화 요구→시장 진입 지연 6~12개월
  • 농식품: 2026~2028년 EU산 치즈·와인 관세 45%→美 소매가 +18%→대체 수입국 호주·뉴질랜드 수급불안

결국 ‘샌드위치 현상’에 놓인 중견·중소 서플라이어가 탈락하면서 GVC 노드 수가 15~20% 감소하는 네트워크 탈동조화가 예상된다.


3. 구조적 충격 ② – 달러 패권의 역설적 강화

위험회피 → 달러 강세: 관세 전면전은 글로벌 교역량 둔화→위험회피 심리↑→달러 인덱스(DXY) 4% 반등(2025H2 전망)
쌍둥이적자 확대: 그러나 미국 재정적자 GDP 대비 7%→10%로 높아져 달러 리스크 프리미엄은 2028년부터 마진 콤프레션 요인.
CBDC·디지털 무역대금: EU·중국은 CBDC 블록체인 회선을 통해 달러 대체결제 도입 가속. IMF·BIS 자료 기준, 2030년 달러 결제 비중 88%→77%로 하락 시나리오.

요컨대 단기(1~2년)는 달러 쏠림, 장기(5~10년)는 ‘멀티 폴라 결제체계’가 현실화할 여지가 커졌다.


4. 구조적 충격 ③ –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재정렬

관세 25%p 증가는 PCE 물가를 +0.9%p, 코어 PCE를 +0.4%p 끌어올린다(CBO·NY Fed 합산 모델). 이에 따라:

  1. 연준은 2025년 4Q~2026년 2Q 예정된 50bp 인하를 보류할 가능성 60%
  2. ECB·BOE 역시 금리 인하폭 축소→달러 캐리 트레이드 축소→신흥국 통화 변동성 ↑

결론적으로 디플레→리플레이션으로 회귀하는 ‘새로운 고물가 국면’(도이체銀 리포트)이 구조화될 수 있다.


5. 투자지형 변화 – 섹터ㆍ자산별 장기 전략

① 미국 내수 수혜: 재정지출+관세벽으로 보호받는 인프라‧방산‧유틸리티디스카운트 해소
② 유럽 탈탄소 계획 차질: IRA 세액공제 축소+미 관세 40%→EU 친환경 설비 CAPEX 20%↑, 유럽 전력·재생에너지 ETF 5년 TSR –40%p 디레이팅
③ 원자재 슈퍼사이클?: 공급망 재편+이중 재고→구리·알루미늄·은 2026~27년 실질 공급 부족, 관련 광산주 초과수익 기회
④ 달러 고금리 환경: 하이일드 스프레드 재확대. BBB– 라인 이하 ‘좀비기업’ 프리미엄 180bp→260bp 전망

투자자는 ①품목·지역 다변화형 글로벌 인프라 ETF, ②고품질(AAA) 단기채+TIPS Barbell, ③산업금속·농산물 롱 구조가 유효하다.


6. 정책·기업 전략 제언 – 필자의 통찰

[국가]

  • 무역안보 리스크 매트릭스를 구축해 관세·제재·환율 충격을 실시간 계량화(韓 통상교섭본부에 ‘Tariff Stress Dashboard’ 제안)
  • 한·EU·아세안 삼각 무역협정 가속: 美 관세 리스크 헤지 + 공급망 다변

[기업]

  • 소재·부품 20% 이상 美 매출 의존 기업은 TPM(Twin Production Model) 구축—북미·동남아 이중화
  • 가격전가력 파악: 관세 인상분의 최소 60% 이상 소비자 전가 가능 업종에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재평가
  • 달러·유로 차입 비중 50% 이상 기업은 ①통화 스와프, ②장기 고정금리 전환 서둘러야

[투자자]

  • Slower But Richer” 포트폴리오: 성장률 대신 캐시플로 확실 자산—배당 퀄리티 펀드, 글로벌 인프라, 데이터센터 REIT
  • 금 비중 5%→8% 확대: 달러 세 자릿수 지수 이후 하향 리밸런스 재료

7. 맺음말 – ‘관세 신상태’의 불가역성

7월 9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WTO 체제→양자 관세 체제로의 전환이 구조화되면, 앞으로 10년간 글로벌 경제는 고관세‧고물가‧저효율이라는 새로운 일반균형을 형성한다. 그 과정에서 기민한 정책·기업·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주체만이 ‘패러다임 쇼크’를 기회로 전환할 것이다. 필자는 이를 “관세 신상태(Tariff New Normal)”라 명명한다. 2025년 여름, 우리는 그 입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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