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2025년 6월 말 일련의 무역·물가 관련 뉴스 흐름을 토대로, 향후 최소 1년 이상—나아가 2030년까지—미국 증시와 거시경제에 미칠 구조적 파급효과를 분석한다. 필자는 관세 정책이 다시금 ‘인플레이션 정권’을 소환할지 여부를 중심축으로 삼아, 성장·금리·밸류에이션·섹터 프리미엄 재편까지 종합적으로 조망한다.
1. 관세 복귀의 배경 – 단순 ‘정치 이벤트’가 아닌 구조 전환의 신호
2025년 4월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별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를 전격 발표하며, 대부분의 교역 상대국 수입품에 최대 50%의 관세율을 예고했다. 90일 유예(7월 8일 만료)가 부여됐으나, 6월 27일 대통령 발언 –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 은 마감일 유동성을 강조하며 정책 지속 의지를 드러냈다. 동시에 캐나다가 ‘디지털 서비스세(DST)’를 고수하자 즉각 협상 종료를 선언했고, EU와의 협상도 교착상태다.
따라서 시장이 직면한 질문은 단순히 “7월 8일 관세가 실제로 복귀하느냐”가 아니라 “복귀 이후 얼마나 오래, 어떤 형태로 고착화될 것인가”다. 이 칼럼은 복귀 가능성을 70%로 전제하고, 이후 중장기 시나리오를 탐색한다.
1-1. 과거 사례가 시사하는 장기 지속성
- 2018~2019 ‘미중 1차 관세전쟁’의 경우, 시행 첫 해 무역액은 6% 감소했으나 관세율은 4년 이상 유지되며 공급망 지형을 구조적으로 바꿨다.
- 1930년대 스무트-홀리법 때는 글로벌 교역이 65% 급감, 이후 대공황 심화를 초래했다. 당시에도 정치적 필요(선거)에서 촉발됐다.
즉 한 번 도입된 고율관세는 정권交替 없이 자발적 철폐가 드물다. 2026년 대선을 감안하면 관세 의제는 최소 1~2년, 길게는 4~5년간 정책 리스크로 상존할 가능성이 높다.
2. 관세→기업 가격전가→소비자물가 : 전가 메커니즘과 현재 데이터
경로 | 지금까지 확인된 지표 | 장기 레짐(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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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관세 부과 | 최대 50% (7월 재상향 예정) | 2025~2027 단계적 완화 or 고착, 정치 변수 |
② 수입단가 상승 | 나이키 10억달러 비용 증가 | 의류·완제품 쪽 8~15% 단가 상승 지속 |
③ 기업 가격표 재조정 | ITS 물류 “수백만 SKU 8~15% 인상” | 소매·이커머스 전면 반영, 마진 압박 지속 |
④ CPI 반영 | 5월 PCE 3.2%→ 3.6%(예상) 서프라이즈 | 2025 하반기 4%대 재진입 가능성 55% |
물류기업·협회가 제시한 “6~10% 소매가격 전가” 전망은, Fed가 목표로 삼는 2% 물가 안정 궤적을 위협한다. 유통 업계는 이미 재고 일수(DSI)를 6개월→3개월로 감축해, 원가충격이 곧바로 소비자가격으로 전가되는 속도가 빨라졌다.
“창고 재고 수준이 월 6% 하락” – 물류관리자지수(LMI)
공급망 완충재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따라서 2024~2025년 팬데믹 이후 회복됐던 ‘디스인플레이션 모멘텀’이 관세 인플레이션에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3. 인플레이션 Regime Shift가 가져올 연준(Fed) Policy Path 변화
만약 헤드라인 CPI가 4%대를 재고착한다면, 연준의 기존 ‘25bp 두 차례 인하’ 시나리오는 구조적으로 훼손된다. 관건은 공급발 인플레이션이기에 금리인상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3-1. Taylor Rule 재계산
Fed가 내놓은 Balanced-Approach Taylor Rule을 기준으로, 잠재성장률 1.8%, 균형실업률 4.1%, 기대인플레이션 2.3%를 가정하던 기존 모델을 다음과 같이 보정한다.
- 물가갭: +1.5%p 상향 (2.3→3.8)
- 산출갭: -0.2%p (관세가 성장 둔화 동반)
산식에 대입 시 중립금리 추정치 4.75% → 5.60%로 상승한다. 이는 현 5.25% 기준금리 유지, 혹은 재인상을 정당화한다.
따라서 2025년 내 금리 인하 사이클 재진입 확률은 30% 미만, 반대로 장기 고금리(High-for-Longer) 체제가 재확립될 공산이 크다.
4. GDP·기업이익·밸류에이션 : 2025~2030 시나리오
4-1. 거시성장률(Real GDP)
2025년 1분기 GDP는 이미 –0.5% 역성장을 기록했다. 관세 충격이 전면화될 3분기부터 연간 성장률 컨센서스는 1.7%→1.0%로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
4-2. S&P 500 EPS 트랙
컨센서스(6월 기준) EPS YoY +8%는 매출성장 5% + 마진확대 3%를 내포한다. 관세→코스트 인플레이션으로 영업마진 –1.2%p 하향 시, EPS 성장률은 +8% → +4.5%로 반토막 난다.
4-3. 밸류에이션(12M Forward PER)
- 현재 : 23.3배 (닷컴 peak 24.4배 근접)
- Stagflation 디스카운트 : Risk Premium +100bp ➞ PER 19.5배
EPS 감익 + 멀티플 압축을 합산하면 2026년 목표지수 4,350p(현 5,350p 대비 –18%)가 도출된다. 이는 ‘추세적 약세장’이 아닌 멀티플 정상화 관점이다. 다만 AI/고부가 업종은 프리미엄 유지를 전망한다.
5. 섹터별 득실 – 공급망 재편의 승자와 패자
섹터 | 1년 전망 | 3~5년 구조적 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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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제조 장비) | Neutral → Positive | 리쇼어링 인프라 투자 확대, CAPEX Cycle 재점화 |
소비재(어패럴, 신발) | Negative | 원가 전가 한계, 브랜드 파워 약한 업체 도태 |
기술/플랫폼 | 캐나다 DST·글로벌 DST 추가 부과 리스크 |
단기 변동성↑, 장기 매출성장은 AI 모멘텀으로 버팀 |
에너지·원자재 | 관세 직접영향 적음 |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 가격상승 시그널 동반 |
특히 미국 내 구축되는 ‘친환경+반도체’ 공급망은 산업재·유틸리티 투자 사이클을 지지, 반대로 저마진 의류·가구 등은 리쇼어링 ⇨ 인건비 상승까지 복합 부담을 지게 된다.
6. 글로벌 대응 시나리오 – ‘관세 맞불’과 공급망 다변화 가속
캐나다·EU는 보복관세 카드 외에도 디지털서비스세, 탄소국경조정(CBAM) 등 비관세 장벽을 동원할 수 있다. 이는 미국 Big Tech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해외 매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 캐나다 : 미국 농산물 관세 상향(최대 400%) 경고
- EU : 2026년 CBAM 전면 시행, 美 철강·알루미늄 노출 증가
반면 베트남·멕시코·인도는 중간재 우회 허브로서 ‘관세 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18~2021년 미·중 관세전쟁 당시, 동남아 對美 수출은 연평균 12% 성장했다.
7. 투자 전략 – 인플레 헤지와 밸류에이션 안전마진 확보가 핵심
7-1. 자산배분(Strategic Asset Allocation)
- 주식 50% : 국내 제조 리쇼어링 수혜주(산업재·자동화) 20%, AI·클라우드 15%, 경기방어(헬스케어·필수소비재) 15%
- 채권 30% : TIPS 15%, BBB 등급 단기 IG 10%, 프론티어 국가 국채 5%
- 대안 20% : 금 7%, 원자재 5%, 프라이빗 인프라 8%
7-2. 옵션·헤지
S&P 500 1년 ATM PUT 매도, OTM PUT 5% 매수의 콜라(Zero-Cost), 인플레 재급등 대비 VIX 콜 매수가 유효하다.
8. 리스크 체크리스트(2025~2030)
- ① 美 대선 : 정권 교체 시 관세 완화 or 재협상 가능성
- ② Fed 정책 오류 : 공급충격에 금리 과인상 시 ‘정책 침체’ 리스크
- ③ 지정학 리스크 : 대만해협·중동 불확실성 ⇨ 운임/원자재 급등
- ④ AI 생산성 : 만약 AI가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을 제공하면 관세 인플레 일부 상쇄
9. 결론 – 인플레이션 귀환은 ‘짧은 소음’이 아닌 ‘새로운 질서’
트럼프式 상호관세의 재도입은 단발 이벤트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리세팅을 가속화하고, 미국 경제가 2020년대 후반을 맞이할 중·고인플레이션 체제 확률을 유의미하게 끌어올린다. Fed의 고금리 유지, S&P 500 멀티플 리밸런싱, 산업 구조조정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투자자에게 핵심은 ‘관세→물가→금리→밸류에이션’이라는 전가 구조를 이해하고, 가격결정력·리쇼어링 수혜·인플레 헤지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AI와 친환경 전환이 생산성 향상을 통해 물가 압력을 일부 상쇄할 수 있으나, 정치 주도형 관세 변수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완화 기대에 기댄 레버리지 베팅”을 경계해야 한다.
요컨대, 2025년 여름은 시장이 ‘팬데믹→관세’라는 두 차례의 외부 충격을 소화하며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도기다. 본 칼럼은 2030년까지 “고인플레·고금리·공급망 분절”이 기본 시나리오임을 제시하며, 이에 기반한 장기 전략적 자산배분과 섹터 롱·쇼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독자·투자자들은 앞으로 발표될 관세 세부 내역, Fed 점도표,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가격전가·CAPEX·재고전략의 변화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중석 – 경제·데이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