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 관세는 끝났는가, 이제 시작인가
2025년 8월, 뉴욕 월스트리트는 다시 ‘TACO 트레이드’에 베팅하고 있다. 시장의 통념은 이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친 협상술(Art of the Deal)로 겁을 주지만 막판에는 항상 물러선다(chicken-out).” 실제 S&P 500 지수는 4월 2일 발표된 전면적 관세 폭탄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했다. 그러나 관세 부과는 실질적으로 이행됐고,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효력에 대한 연방 항소법원 판결, 관세법 338·무역확장법 232라는 ‘대체 무기’까지 거론되며 불확실성은 구조화되고 있다. 필자는 “이번 고관세 체제야말로 향후 10년 미국 경제·자본시장의 메가테마”라고 진단한다.
1. ‘15.2% 평균 관세’ — 숫자로 보는 새 질서
연도 | 평균 관세율(미국) | 주요 조치 |
---|---|---|
2023 | 2.3% | 팬데믹 이후 수준 |
2024 | 13.3% | 관세 1차 인상(EEA·아세안) |
2025* | 15.2% | 철강·반도체 100~300%, ‘15% 기본 관세’ 발표 |
*7월 27일 EU·미 합의 반영치. 자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단 18개월 만에 미국 평균 관세율은 6배 이상 급등했다. 스무트-홀리법이 정점(1930년·평균 59%)이었던 대공황 시절보다는 낮지만, WTO 체제 이후 최고치다. 경기·물가·기업 공급망·투자 심리에 장기 파급효과가 없을 수 없다.
2. IEEPA·관세법 338·무역확장법 232 — 3중 권한 구조
- IEEPA(1977) : ‘국가비상사태’ 선포 시 대통령이 대외거래를 제한할 권한.
- 관세법 338(1930) : 타국의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관세·규제에 보복으로 최대 50% 관세 부과.
- 무역확장법 232(1962) : ‘국가안보 위협’ 발생 시 수입 제한.
7월 연방항소법원은 IEEPA로 관세를 창설할 명시적 권한이 없다는 취지의 심문을 진행했다. 월가는 “IEEPA가 무효화되면 관세 리스크가 해소된다”는 안도론을 폈지만, 실제론 트럼프 행정부가 곧바로 338·232조로 갈아탈 수 있다.
“관세는 사라지지 않는다. 법적 코스튬만 바뀔 뿐.” — 에드 밀스, 레이먼드제임스
3. 거시경제 3대 중장기 충격 시나리오
① 인플레이션·연준 정책 경로
CHIPS 장비 300% 관세, 중국·인도산 제약 관세는 PPI → CPI 전가 경로를 가속한다. 필자는 관세 1%p 상승 시 CPI 0.15%p↑로 추정한다. 이는 연준의 목표 인플레 2%를 장기적으로 2.6% 내외 ‘새 균형’으로 밀어올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높은 인하 기대 + 높은 실제 물가’라는 양극 신호가 금리 변동성을 키울 공산이 크다.
② 환율·국채금리 스프레드
관세는 달러강세 요인(무역적자 축소 기대)과 금리 상승 요인(인플레) 두 축을 동시에 자극한다. 역사적으로 달러지수 DXY 100 → 110 구간에서 S&P 500 이익률은 12개월 후 평균 −3%. 필자는 달러와 10Y T-노트 3.75~4.5% 박스권 동반 상승을 ‘관세 프리미엄 구간’으로 정의한다.
③ 공급망 재편·CAPEX 사이클
2018~2021년 美 기업 CAPEX 증감율을 업종별 관세 민감도와 비교하면, 관세 상위 20 업종>은 3년 누적 −7%, 하위 20 업종은 +14%다. 관세가 장기화되면 ▲멕시코·베트남 ‘차선 공급망’ 과열 ▲미국 내 재투자(reshoring) 가속 ▲단기 협상 타깃 국가(베트남 등) CAPEX 롤러코스터가 반복될 것이다.
4. 섹터·자산별 장기 투자 MAP
1) 미 제조·인프라 플레이
- 전력·전선 & 산업 REIT : 국내 반도체 공장·데이터센터 수요 급증, 전력망 투자 중장기 CAGR 7% 전망.
- 멀티모달 물류(철도 + 트럭링크) : 멕시코·캐나디언 루트 확대, BNSF·CNI·UNP 지속 CAPEX.
2) 관세 취약 플레이(밸류 체인 외부 의존)
- 종합소매·저가 의류 : 베트남·방글라데시 관세 25% 지속 시 마진 압박 — 단, 브랜드 파워(PV H, ROST)는 전가력 여전.
- 태양광 모듈 : 중국산 70% → 멕시코 우회 수출 급증하지만 338조 적용 가능성.
3) 대안 신흥국·친미 공급망
인도 ‘P-LI(생산연계인센티브)’ 수혜 → 타타 이노베이션·JSW Energy 미주 수출 확대. 필자는 “친미+FTA+범미주(AMI) 공급망 ETF”를 모색 중이다.
5. TACO 트레이드의 허상 — 퀀트 데이터로 검증
Bespoke Investment Group은 2018~2024년 관세 헤드라인이 뜬 당일 S&P 500 수익률을 모아 ‘Risk-On Snapback Index’를 구축했다. 초기엔 +0.7% 평균 반등이 관찰됐으나, 2024년 4월 이후 ±0%로 수렴, 변동성만 확대되는 패턴이 뚜렷했다. 이는 시장이 ‘트럼프가 결국 물러설 것’ 신호에 무감각해졌음을 의미한다.
※가상 예시 그래프
즉, 낙관 바이너리 옵션으로 변질된 TACO 트레이드는 통계적 우위가 사라졌고, 헤드라인 발생 빈도 자체가 영업일 3일마다 1회 꼴로 상시화됐기 때문에 ‘뉴스에 매도→대통령 발언에 매수’는 통하지 않는다.
6. 법원 결정 Timeline — 투자 캘린더 필수 체크
날짜 | 이벤트 | 시장 포인트 |
---|---|---|
8/22 | 상원 서한 답변 마감(USTR) | 중국·EU 관세 세부 공개 여부 |
9/15 ~ 10/15 | 연방항소법원 IEEPA 판결 예상 | IEEPA 무효 → 대체 법 적용 여부 주시 |
10/28 FOMC | 연준 2차 인하 가능성 | 인플레이션 vs 관세 충격 균형점 |
7. 장기 투자자 Check List (★ = 중요도)
- ★ 콘센서스 EPS 2026에 관세 2%p EBIT 마진 하향이 반영됐는지 확인.
- ★ 공급망 지도 : 매출 >30% 중국·멕시코 의존 종목은 분기마다 재점검.
- ★ 실질금리 추세 : 관세 인플레가 장기화되면 TIPS 수익률도 동행 상승.
- 미 대선 여론조사 <8% 격차 땐 정책 불확실성 프리미엄 5~7%포인트 가산.
- 장기물 금리차(5s30s) + 달러 DXY > 110 교차 여부 — 리스크오프 시그널.
8. 결론 — ‘고관세 시대’를 전제로 한 전략적 자산배분
트럼프式 관세 패러다임은 “관세는 협상 칩이 아닌 영구 정책 변수”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법원이 IEEPA를 무력화해도, 조·부·모(관세법 338·무역확장법 232·대통령 비상권)에 의존한 관세는 존속한다. 이는 인플레이션 완만 상승·금리 변동성 지속·공급망 지역화·친미권 투자 확산·무역블록 파편화라는 5대 메가트렌드를 고착화한다.
투자자는 ‘관세 종료’를 전제한 숏-볼트레이드보다는, ① 친미 공급망·재편 수혜주 롱, ② 관세 민감 소비재 숏·롱숏 스프레드, ③ 미국 내 인프라/전력 그린 CAPEX 장기 보유 전략처럼 ‘관세 상수化’ 시나리오를 내재해야 한다.
무역정책은 더 이상 변동 요인이 아니라, 새 기본(Baseline)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달리 말해 “TACO(트럼프는 물러난다)가 아니라 BURRITO — ‘Tariffs Burn Risk Into The Outlook’가 새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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