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式 관세 체제의 장기적 파장: IEEPAㆍ관세법 338조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리셋 시나리오

머리말: 왜 ‘관세’가 다시 핵심 변수로 떠올랐나

미국·중국·EU·캐나다·멕시코, 그리고 인도까지——2025년 하반기 세계 교역 질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s)’라는 단일 변수에 의해 재편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레이드’라는 익살맞은 표현까지 돌지만, 실제로는 발표·철회·재협상·입법·사법 리스크가 얽힌 다층(多層) 불확실성 국면이다. 본 칼럼은 최근 CNBC·FT·Reuters·Bloomberg 등이 보도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①관세 정책의 법적 기반과 취약성, ②글로벌 공급망·물가·기업 실적에 미칠 중·장기 충격, ③투자자·기업·정부의 대응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1. 정책·법률 구조: IEEPA와 관세법 338조의 ‘불안한 트윈 엔진’

1-1. IEEPA(1977)의 적용 한계

IEEPA는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법으로, 국가비상사태 선포 시 대통령에게 대외거래 제재 권한을 부여한다. 원래는 자산 동결·금융 제재를 위한 법률이다. 관세 같이 ‘수입 거래당 과세’ 성격의 무기까지 적용해 포괄적 관세율을 부과한 전례는 사실상 없다. 따라서 연방순회항소법원이 IEEPA 관세를 권한 남용으로 판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항목 IEEPA 관세법 338조
제정연도 1977 1930(스무트-홀리 법)
원래 목적 대외 제재·자산 동결 무역 보복 관세
관세 상한 규정 없음(법원 해석 의존) 기존 MFN세율의 최대 50% 추가
법원 판례 관세 직접 적용 전례 부재 1건(1960)·적용 범위 모호

1-2. 관세법 338조(스무트-홀리)의 부활 가능성

만약 IEEPA 관세가 법원에서 무효화되면, 대체 카드로 관세법 338조가 거론된다. 해당 조항은 ‘미국 상품을 차별하는 국가’에 대해 최대 50% 할증 관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①차별 행위 입증 책임 ②WTO 규정과의 충돌 ③무차별 보복 위험 등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 즉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엔진은 두 개 모두 법적 지뢰를 안고 달리는 셈이다.


2. 거시경제·물가 충격: ‘수입 인플레→연준 딜레마’ 3단계 경로

  1. 직접 효과: 25~50% 관세가 곧바로 수입단가를 밀어 올린다.
  2. 파급 효과: 기업은 비용 전가 → 소비자물가 상승. 특히 의류·완구·가구·가전 등 저가 공산품에서 체감물가가 급등한다.
  3. 통화정책 효과: 물가 ‘재가열’은 연준의 금리 인하→재인상 U-턴 시나리오를 자극, 시장 금리·달러 지수·신흥국 자본유출 압력을 키운다.

J.P.모간은 25% 관세 패키지가 1년 차에 CPI +0.7%p, 2년 차에 +1.2%p를 유발할 것으로 추정한다. FED 모형(FR-B/US)으로 시뮬레이션하면, FFR(기준금리)은 추가로 50~75bp 높아져야 물가 목표 복귀가 가능하다. 이때 S&P 500 BPS (기업당 순이익)는 약 6% 하향될 수 있다.


3. 공급망·기업 실적: 3대 허리케인 시나리오

3-1. 허리케인 ‘CAR’ (소비재·자동차·리테일)

  • 완성차: 멕시코·캐나다 공장으로의 역(逆)차별 관세가 부활할 경우, 포드·GM·스텔란티스 EBITDA 마진 -200bp 충격.
  • 의류·신발: CPI 가중치 4.3%지만 실제 체감물가 파급력이 크다. 나이키·루루레몬 FY26 EPS -5~8%.
  • 대형 유통: 타깃·월마트의 ‘에브리데이 로우 프라이스(EDLP)’ 전략이 흔들릴 경우, 트래픽 감소→재고 쓰나미.

3-2. 허리케인 ‘TECH’ (반도체·IT 하드웨어)

엔비디아 H20·AMD MI308 관세 납부분은 순이익률 5~6%p를 잠식. 다만 ①AI 수요 초과②중국 내 대체품 부족으로 단기 매출 영향은 제한적. 그러나 중국이 자국산 GPU·ASIC 자립도 70% 목표를 서두르면 3~5년 후 ‘구조적 디맨드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3-3. 허리케인 ‘CAPEX’ (설비투자·인프라)

자국 내 CAPEX 장려를 명분으로 보조금+관세 콤보가 강화될 가능성. CHIPS법·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수혜 기업은 수주 호조. 반면 예산 한도·적자 우려로 국채 발행 급증 → 장기금리 상승 → 인프라 PF 이자 비용 부담 가중.


4. 지정학·외교 지형: ‘동맹 피로도’와 블록화 가속

EU·캐나다·멕시코·한국·일본은 모두 우크라이나·중국·기후변화 등에서 미국과 공조하지만, 고율 관세로 정책 동조 비용이 치솟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①대중 압박 ‘연합전선’ 내부에 균열 ②공급망 ‘프렌드쇼어링’ 가속 ③중간재 교역 중립국 허브(인도·베트남·멕시코) 급팽창이라는 다층 파급이 나타난다.

*파이퍼 샌들러가 산출한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 50% 이상의 품목 비중(2024)


5. 장기전망: 세 가지 메가트렌드

5-1. ‘균형’에서 ‘양자택일’로: 정책 불확실성 프리미엄 상시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거시정책·규제·무역정책은 상대적 예측 가능성(framework stability)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IEEPA·338조 관세 병행은 법원 리스크·의회 리스크·외교 리스크를 동시에 노출시켜, 시장에 영구적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상시 내재될 가능성이 높다.

5-2. Friend-shoring 2.0: Dual Track Supply Chain

기업들은 미국 내 최종 조립(Assembled in USA) 라인을 구축하되, 핵심 부품은 비동맹국 다변화 전략을 병행할 것이다. 이른바 ‘듀얼 트랙’ 모델이다. 이는 물류·품질·R&D 협업 비용을 폭증시키지만, 지정학 리스크 헤징 수단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5-3. 달러 패권과 신흥국 채무구조 악화

추가 관세→물가→고금리 루트가 고착되면, 달러 강세는 신흥국 외화표시 채무 부담을 가중시킨다. 특히 중남미·사하라 이남 국가들이 탈달러 블록 프로젝트(브릭스 페이·디지털 위안화 결제망)를 가속해 준(準)환율전쟁으로 확장될 위험도 있다.


6. 시장 참여자 행동지침

  • 글로벌 매크로 펀드: 10y UST 수익률 4.0%→4.6% 변동 구간에서 커브 스티프너 포지션 유효.
  • 로케이션 헤지: 미국 수출 비중 10% 미만, 멕시코·베트남·폴란드 생산기지 보유 기업(예: 델타일·레녹스) 선별.
  • 가격 전가 패스-스루 지표: 소비자물가 탄력 >0.7 기업(쿠어스맥주·클로락스) 상대적 방어력.
  • 기술주 리벨런싱: 미중 양쪽 고객 비중 30% 이하, AI 로컬 데이터센터·온프렘 모델 제공업체(스노우플레이크·팔란티어) 주목.

맺음말: ‘관세 리셋 시대’에서 필요한 세 가지 관점

  1. 레짐 셀렉션(Regime Selection): 무역·통화·재정 세 축이 동시에 움직이는 뉴노멀에서, 투자자는 ‘전략적 레짐 전환 포인트’를 포착해야 한다.
  2. 애자일 거버넌스: 기업 이사회는 공급망·조달·定價·브랜드 리스크를 통합 관리하는 태스크포스를 상시화해야 한다.
  3. 정책 감시(Public Policy Surveillance): 법원 판결·의회 법안·대선 포지션·동맹국 성명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리스크 얼리워닝 지표로 활용해야 한다.

트럼프式 관세 체제는 단기 전술이 아닌 장기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공급망 비용, 물가, 금리, 환율, 그리고 주가 밸류에이션까지 모든 투자 변수의 기저 베이스라인을 바꿔 놓는다. ‘TACO 트레이드’라는 낙관적 함정에 빠지지 않고, 법률·경제·지정학 3중 시나리오를 병행 점검하는 것이 2025~2027년 투자 성과의 최대 분기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