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式 ‘관세 슈퍼사이클’이 온다 — 미국 증시·경제에 드리운 10년짜리 그림자

【칼럼】 이중석의 미국 장기전망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1. 서론 — 다시 고개 든 ‘관세 전쟁’, 왜 장기 변수가 되었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들어 연일 “관세 인상”을 언급하고 있다. 의약품에는 최대 250%,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국에는 세컨더리 관세, 인도·캐나다 등 전통 우방국에도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이미 2025년 8월 기준 미국 평균 관세율은 15.2%로, 2024년 2.3% 대비 일곱 배 치솟았다.
이 글은 트럼프式 관세 정책이 앞으로 10년 이상 미국 주식·경제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를 다룬다. 단기 이벤트 분석이 아니라, ①물가·금리·환율, ②기업 실적·마진, ③글로벌 공급망·패권 경쟁, ④투자 전략에 미칠 구조적 영향을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2. 관세 정책 로드맵 — 무엇이, 얼마나, 언제 적용되는가

품목·국가 현행 평균 관세율 트럼프 제안 시행(예상)
의약품(글로벌) 0~8% 단계적 250% 2026~2027년
러시아 거래국 세컨더리 15%+α 최대 50% 2025년 4분기
인도·캐나다 특정 품목 25~35% “대폭” 35~60% 즉시·30일 내
중국 기존 패널티 25%(철강 등) 유지·확대 상시

관세는 ‘법률 → 조사(Section 232·301) → 대통령 명령 → 연방관보’ 순으로 확정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2020년 철강·알루미늄 때와 달리 이번엔 ‘긴급 국가안보’ 조항을 활용해 의회 동의 없이 발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3. 거시 변수 ① — 인플레이션·연준·달러

3.1 물가 시뮬레이션

  • 미 경제분석국(BEA) 투입산출표 기준, 완제품 의약품 수입 의존도 ≈ 74%
  • 250% 관세 → 수입단가 +61%(탄력 0.4 가정) → 의료 소비자물가지수 +1.3p
  • CPI 헤드라인 +0.35p, PCE +0.28p — Fed 2% 목표 회복 12~18개월 지연

3.2 연준의 선택지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면 2025~2026년 예정된 ‘2단계 완화 사이클’이 늦춰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하향 시나리오에서는 정책금리가 4%대에서 장기간 고착될 가능성이 40%까지 상승했다.

3.3 달러·환율

관세 → 상대국 보복 → 글로벌 교역 축소 → 위험 회피 달러 강세. DXY 지수는 2026년 120p 돌파 가능성이 열려 있다. 수입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달러 강세 + 관세 = 이중 가격 쇼크’라는 악순환에 대비해야 한다.


4. 거시 변수 ② — 기업 실적·밸류에이션

4.1 S&P500 EPS 임팩트

팩트셋 모델로 2026년 EPS를 재추정하면, 관세 기반 원가(전체 COGS의 11%)가 5% 상승할 때 지수 EPS는 –3.8% 감소한다. 거기에 고금리·달러 강세 이자비용(+2%)·환산손실을 더하면 EPS 감소폭은 최대 –6.5%까지 확대될 수 있다.

4.2 섹터별 타격

  • 의료·바이오 : 미국 의약품 수입의 절반이 제네릭·원료로, CMC(화학·공정) 라인 재정비 CAPEX 급증. 마진 –200bp 예상
  • 소매·의류 : 인도·베트남 관세 → Walmart·Target 총마진 –50bp
  • 산업재·자동차 : 원자재 + 부품 다중 관세 → Caterpillar EPS –8% (베어케이스)
  • IT 하드웨어 : 이미 중국 관세 내성 확보, 영향 제한적

결론: 2026~2028년 ‘관세 리플레이션’이 디펜시브 섹터(유틸리티·스테이플) 프리미엄을 재부각할 전망이다.


5. 공급망·패권경쟁 — ‘친트셉션(chindecoupling)’에서 ‘폴리리쇼어링(polyrishoring)’으로

2018년 이후 기업들은 이미 중국 리스크를 낮추는 친데커플링 전략을 추진했다. 관세 전면 재가동은 여기에 복수 생산거점 확보라는 2차 파동을 촉발한다.

5.1 제약 CMC 지도 재편

API shift

  • 인도(Hyderabad·Ahmedabad)의 API 허브 → 멕시코·푸에르토리코·터키로 분산
  • 미 연방식품의약국(FDA) ‘패스트 트랙 CMO’ 제도 신설 가능성
  • CAPEX 2,000억 달러, 2030년까지 미국 내 고급 기술 인력 9만 명 추가 수요

5.2 지정학 장기효과

친트셉션 → 폴리리쇼어링 → 안보 공급망 동맹(IPEF · IPEF Health)… 무역 블록이 더 세분화되고, 제조업 회귀(Reshoring) 지수는 2035년에도 상승 곡선을 유지할 전망이다.


6. 투자 전략 로드맵 — 3단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6.1 단기(2025~2026) : 변동성·인플레 헤지

  • ETF : XLP(필수소비재)·XLU(유틸리티)·TIP(TIPS)
  • 옵션 : S&P 변동성 스프레드(VIX call 1 × 2)
  • 채권 : 0~3년 T-Bill 롤링

6.2 중기(2026~2029) : CAPEX 모멘텀 수혜

  • 인프라/건설 : E&C, 회전기설비, 로봇
  • 리쇼어링 ETF : RESH, FMX(멕시코)
  • 바이오 공정장비 : DANAHER, THERMO FISHER

6.3 장기(2030+) : ‘세금친화·통화안정’ 후보 선정

향후 10년 미국 내 친(親)산업·친리쇼어링 주가 부각된다. 텍사스·노스캐롤라이나 등 기업 유치 주(州)의 지방채·인프라 PPP 프로젝트 접근이 필요하다.


7. 결론 — 관세는 ‘뉴 노멀’이다

트럼프식 관세 공세는 단발 이벤트가 아니라, “달러 패권 + 제조업 리쇼어링 + 정치보호주의”라는 전략 틀 안에서 재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Fed는 물가·고용 간 균형에서 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고, 기업은 다중 관세·환율·공급망 비용을 프로그래밍처럼 내재화해야 한다.

투자자는 “낮은 관세·저금리·글로벌 분업”을 전제로 했던 과거 30년의 투자 공식을 수정해야 한다. 핵심 키워드는 인플레 내성, 공급망 내재화, 정책 옵션가다. ‘관세 슈퍼사이클’이 그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리스크를 정교하게 가격에 반영하는 자만이 장기 복리를 거둘 것이다.


자료 : 블룸버그·골드만삭스·BEA·IEA·미국 통상대표부(UST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