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관세가 다시 세계경제의 주인공으로 돌아오다
2025년 7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몇 시간 간격으로 세 가지 강력한 무역 조치를 단행했다. 첫째, 구리 수입품 전량에 대해 50% 일률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둘째, 8월 1일부 ‘상호주의 관세’ 재개 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하며 25% 이상의 기본 관세율 적용을 공언했다. 셋째, 8월 29일부터 800달러 이하 해외직구 면세 제도(디미니미스)를 전면 폐지해 모든 저가 수입 소포에 관세·수입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이른바 ‘관세 빅뱅(Tariff Big Bang)’이다. 본 칼럼은 위 세 가지 조치가 단기 물가·주가 변동을 넘어 향후 최소 1년 이상 미국 경제와 글로벌 밸류체인에 어떠한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것인지 심층 분석한다.
■ 1. 세 가지 관세 조치 개요와 정책 로직
구분 | 발효일 | 대상 | 세율·내용 | 정책 명분 |
---|---|---|---|---|
구리 50% 관세 | 2025-08-01 | 모든 원산지 | 수입 구리·반제품 일률 50% | 국가안보·무역불균형 |
상호주의 관세 | 2025-08-01 | 관세율 15~50% 미만 국가 | 상대국 관세만큼 동등 부과 | 공정무역·제조업 부흥 |
디미니미스 폐지 | 2025-08-29 | 800달러 이하 해외직구 | 무관세 면제 전면 종료 | 불법 수입·산업보호 |
세 조치의 공통 키워드는 ‘재국산화(Reshoring)’와 ‘정치적 가시성(Political Visibility)’이다. 구리는 전기차·데이터센터·AI 서버의 핵심 소재, 상호주의 관세는 러스트벨트 표심 공략, 디미니미스 폐지는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생활용품 가격 조정 카드다.
■ 2. 거시경제 영향: GDP·물가·금리의 3D 매트릭스
2-1) 성장률(GDP) 시나리오
상무부 2분기 발표치(연율 3%)는 수입 급감이 만든 착시효과다. 관세 시행 이후 3분기에는 기계·부품 재고 보충으로 수입이 반등, 실질 GDP 기여도는 –0.7%p로 돌아설 전망이다. 컨설팅사 IHS마킷은 2025년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1%→1.6%로 0.5%p 하향했다.
2-2) 물가(PCE·CPI) 경로
- 구리 50% 관세→건축 배관·전선·전기차 배터리 원가 5~8% 상승
- 디미니미스 폐지→생활용품·의류·완구 소매가격 2~4% 상승
- 상호주의 관세→국가별 공급망 재편 비용이 가중
결과적으로 근원 PCE는 2025년 4분기 2.5%→2.8% 상향이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이 재고개되면 연준의 ‘긴 관망(higher for longer)’이 더 길어질 수 있다.
2-3) 금리·채권시장
10년물 국채금리는 GDP 서프라이즈 직후 4.37%로 뛰었다. 관세로 인한 공급충격·물가 상방 압력은 장기금리 레벨을 4.5% 이상 고착화할 소지가 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기업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2026년 기업 CapEx·주택투자를 제약할 것이다.
■ 3. 산업별 장기 파급: Winners & Losers
3-1) 수혜 섹터
- 북미 구리제련·리사이클 업체: Freeport-McMoRan, Southern Copper, 아리조나 리사이클링 스타트업 등은 내수 시장 가격지지 효과를 누린다.
- 미국 3PL·물류창고 REIT: 해외직구 직송이 위축되며 국내 풀필먼트 수요가 증가, Prologis·Rexford 같은 산업용 물류 리츠의 평균 임대료 단가가 2026년까지 8~10% 상승할 전망이다.
- 대체소재 스타트업: 알루미늄-동 합금, 탄소섬유 전선 등 ‘탈구리’ 경량소재 업체가 조달처 다변화의 대안으로 부상한다.
3-2) 피해 섹터
- 초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무·셰인·알리익스프레스. UBS는 2026E 매출 CAGR을 28%→14%로 반토막 전망.
- 배터리·재생에너지 장비 업계: 구리 원가 비중 20% 이상인 태양광 인버터, 풍력 터빈 케이블업체는 원가율이 2~3%p 상승.
- 주택건설사: 난방·배관용 구리파이프 가격 상승은 단독주택 건축 원가를 평균 1,800달러 증가시켜 ASP를 끌어올린다.
■ 4. 기업 실적 및 밸류에이션 재조정
2025년 2분기 실적 시즌에서 UPS·Wingstop·Stanley Black&Decker·Whirlpool이 관세 비용을 구체적으로 공시했다. 디미니미스 폐지로 Amazon·Walmart 등 리테일 대기업은 글로벌 셀러 수수료 정책을 재조정해야 하며, 이는 GMV 성장률을 단기 끌어내릴 수 있다.
실적 민감도 계산 예시(Whirlpool)
관세 전: COGS 50% 중 원재료 구리·알루미늄 15%
관세 후: 구리 가격 +10% × 7%p = COGS 0.7%p 상승 → 영업이익률 8.9%→8.2% 하락.
■ 5. 통화정책·재정정책 연계 시나리오
연준은 7월 회의에서 두 명의 반대표 속 금리를 동결했다. 관세발(發)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9월 인하 확률은 60%→45%로 떨어졌다. 무디스는 관세로 인한 FY26 연방세수 증가가 연 200억 달러 수준이라고 추정하지만, 경기 둔화로 세입이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 궁극적으로 재정적자 압력이 커져 10년물 금리가 오히려 더 높아질 위험(‘역(逆) 피셔 효과’)도 존재한다.
■ 6. 투자 전략: 1년 이상 관점에서의 포트폴리오 지침
- 경기방어주 + 인플레이션 수혜: 헬스케어(UNH), 필수소비재(PG), 산업용 리츠(PLD).
- 소재 대체 혁신: 구리 리사이클 ETF, 알토스랩스(동합금 내열소재).
- 금리 레벨 업 대비: 듀레이션 3년 이하 IG단기채 ETF + 물가연동채(TIPS) 2029물.
- 해외 자산 헤지: 칠레·페루 국채 숏, 멕시코 페소 롱(미국 생산거점 수혜).
또 다른 전술적 아이디어는 KRE(지역은행 ETF) 롱 & 소형주 Russell2000 숏이다. 중소은행은 금리 상승으로 NIM이 개선되지만 관세 충격은 주로 소비재·기술 소형주 수익성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 7. 정책 리스크 로드맵
2025.08.01 구리·상호주의 관세 발효
2025.08.29 디미니미스 폐지
2025.09~10 EU·칠레 WTO 제소 예상
2025.11 G20 회의: 글로벌 공급망·에너지 가격 논의
2026.02 미국 중간선거: 관세 기조 변동성 고조
■ 결론: ‘관세 2.0’ 시대의 장기 명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빅뱅은 일차적으로 물가와 금리를 끌어올려 성장률을 둔화시키지만, 동시에 제조업재고·국내 인프라 투자·북미 광산업의 부활을 촉진한다. 즉 단기 소비자는 패자, 장기 산업정책은 승자라는 복합 시나리오다. 투자자라면 ‘물가+금리 레짐 전환’을 전제로 자산배분을 재조정해야 한다. 2020년대 후반 미국 경제의 키워드는 관세가 아닌 “관세 이후의 재편(Post-Tariff Reconfiguration)”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