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지난 8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을 포함한 400여 소비재에 대한 관세율을 상향 조정한 데 이어, “반도체 관세도 곧 100~300%까지 올릴 수 있다”는 폭탄 선언을 던졌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추산에 따르면 해당 조치가 전면 시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은 2.3%→15.2%로,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최대 폭으로 뛰어오른다.
■ 관세 인상안의 구조적 특징
- 적용 범위의 광범성 – 중국·멕시코뿐 아니라 인도, EU까지 포괄해 총수입액의 65% 이상이 대상이다.
- 차등·누진 구조 – 반도체 300%, 의약품 50%, 소비재 평균 15% 등 산업별로 스프레드를 뒀다.
- 속도전 – ‘90일 유예+점진 인상’이 아닌 즉시 발효 방식을 예고해 기업 대응 시간을 사실상 제거했다.
■ 거시경제 파급 경로
1) 인플레이션 경로
공급 측 물가충격(pass-through)은 대략 1%p당 CPI 0.4~0.6%p 상승 효과가 있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13%p 상승분의 60%가 소비자가격에 전가된다고 가정하면, 추가 CPI 상승률은 약 3.1~4.6%p에 달한다.
구분 | 현재 CPI(7월) | 관세 충격치 | 2026E CPI |
---|---|---|---|
낮은 전가(40%) | 3.2% | ~+2.0% | 5.2% |
기준 전가(60%) | 3.2% | ~+3.7% | 6.9% |
높은 전가(80%) | 3.2% | ~+5.0% | 8.2% |
2) 연준의 통화정책 함수 변화
현재 연방기금선물(FF) 시장은 2025년 말까지 두 차례 25bp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 인상으로 CPI가 목표(2%)의 3배 이상으로 고착화될 경우, 테일러 준칙 상 중립금리 자체가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연준이 2026년 상반기까지 인하를 보류하고, 오히려 2025년 4분기 추가 25bp 긴축에 나설 확률을 35%로 본다.
3) 실질GDP 및 고용
관세는 공급망 비용 → 투자 위축 → 고용 둔화로 이어진다. 국제금융연구소(IIF) 시뮬레이션 기준, 총수입 비용 10% 상승은 실질 GDP –0.8%p를 야기한다. 이를 미국 5년 평균 성장률(2.1%)에 대입하면 2026~2027년 성장률은 1%대 중후반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 산업·기업 실적에 미치는 지속 효과
1) 반도체 · IT 하드웨어
관세율 100~300%가 현실화될 경우, 파운드리·패키징 단계가 해외에 집중된 미 반도체 생태계는 총원가(COGS) +14~27%가 불가피하다. 인텔·AMD·Qualcomm과 같은 설계(팹리스)는 공급망 다변화 비용으로 영업이익률 -300bp 타격이 예상된다. 반면 국내 신설 파운드리(TSMC 애리조나 공장, 삼성 텍사스 공장)는 상대적 수혜가 가능하다.
2) 소비재 · 리테일
타깃·월마트의 재고 중 수입 비중은 각각 47%, 32%다. 15% 관세 전가 시 연간 EPS 희석률은 타깃 -12.3%, 월마트 -7.8%로 추산된다. 오프프라이스 TJX·로스 스토어즈는 공급 초과재고를 할인 매입하기 때문에 마진 방어력이 우수하다.
3) 헬스케어 · 제약
의약품 원제(API) 40% 이상이 인도, 중국산이다. 50% 관세가 매출원가에 녹아들 경우, 제약사 평균 Gross Margin 74%→66%로 내려갈 수 있다. 다만 머크·브리스톨 등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특허 우위로 가격 전가력이 높다.
■ 자본시장 시나리오 분석
시나리오 | S&P 500 2025E PER |
10y 국채 | 달러 인덱스 | 투자 전략 |
---|---|---|---|---|
Base(60%) 관세 15%, 연준 동결 |
17배 | 4.8% | +2% | 방어주·인플레이션 연동채(TIPS) |
Stagflation(25%) 관세 20%↑, 연준 추가 인상 |
15배 | 5.3% | +6% | 원자재, 금, 고배당 유틸리티 |
Re-shoring Boom(15%) 세제 인센티브 병행 |
18.5배 | 4.5% | -1% | 건설·산업재·국내 파운드리 |
■ 공급망 재편 & ‘리쇼어링’ 장기 지도
관세 장벽이 상수화되면 기업은 해외→국내 완전 회귀가 아닌 “중간지대(nearshoring·friend-shoring)”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IDC 분석에 따르면 2024~2028년 미·멕시코 간 제조 FDI 흐름은 연평균 18% 성장이 예상된다. 필자는 반도체·자동차·의약품 3대 핵심 밸류체인에서 멕시코·코스타리카·베트남이 ‘신(新) 허브’로 부상할 것으로 본다.
- 반도체 패키징 – 애리조나·텍사스(선단공정) +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테스트)
- EV 배터리 – 조지아·켄터키(셀) + 캐나다 퀘벡(소재 가공)
- 의약품 – 노스캐롤라이나(바이오 원액) + 푸에르토리코(완제)
■ 정책·금융시장 교차 작용
1) 재정·통화 정책 ‘엇박자’ 리스크
관세수입 증가(추가 세수 연 850억 달러)로 재정이 일시 개선되더라도, 물가 쇼크 → 금리 인상 → 이자비용 증가라는 부메랑이 돌아온다. CBO는 기준금리 1%p 상승 시 10년 누적 이자비용이 1.9조 달러 늘어난다고 추산한다.
2) 무역 파트너의 보복 가능성
EU는 이미 EV·위스키·농산물에 대해 50억 유로 상당의 맞대응 관세 리스트 초안을 마련했다. 과거 2018년 보복 관세의 ‘타깃팅 효과(정치적 중요 주에 집중)’를 감안하면, 미 의회 선거구도가 추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 투자자 행동 지침
① 헤지 포트폴리오 구축
인플레이션 연동채(TIPS) 20% + 금 10% + 단기 국채 Ladder 30% + 배당 성장주 40%를 5:0:3 비율로 리밸런싱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② 공급망 플레이
로지스틱스 REIT·Port Operator·국내 파운드리 건설 장비(AMAT·LAM) 등 ‘CapEx 사이클의 2차 수혜’에 주목하라.
③ 통화·환헤지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지지만, 2027~2028년엔 쌍둥이 적자 확대로 되돌림 가능성이 있다. 3년 이상 투자자는 엔·NOK·원화 분산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
■ 결론: “관세는 稅金이다”
관세 인상은 단기 정치적 레버리지로는 매력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암묵적 증세’라는 사실을 역사적 데이터가 말해준다. 스무트–홀리 법안 이후 5년간 미국 수출은 61% 급감했고, 글로벌 교역은 3분의 1 토막 났다. 2020년대 관세 드라이브가 그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동맹국·기업·통화당국 간 입체적 정책 조율과 기술·인력 인프라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필자는 관세 충격이 통화정책 정상화 지연 → 공급망 재편 → 기업 실적 압박이라는 세 갈래 파급 경로를 통해 최소 5년간 시장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낮출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동시에 국내 제조 르네상스와 친환경 인프라 투자 등 구조적 기회를 열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위험’은 뒤집으면 ‘기회’다.” 다만 그 문장을 완성할 주체는 정책당국이 아니라, 데이터를 읽고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투자자임을 강조하며 글을 맺는다.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 분석이며, 어떠한 투자 손실도 책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