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式 ‘관세 리셋 2.0’이 글로벌 공급망과 미국 인플레이션에 남길 10년의 파장

트럼프式 ‘관세 리셋 2.0’이 글로벌 공급망과 미국 인플레이션에 남길 10년의 파장

글쓴이: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 애널리스트 ◎ 작성일: 2025-08-02


Ⅰ. 왜 다시 ‘관세’인가 ― 2025년 8월 1일의 돌발 발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월 1일 23시 59분 데드라인 몇 시간을 앞두고, 이른바 ‘상호주의 관세 리셋 2.0’이라는 긴급 행정명령을 공표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 ① 트랜십(우회) 수입품 전면 40% 관세
  • ② 미합중국과 양자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국가에 일괄 10% 추가 관세

이는 2018~2019년 1차 무역전쟁과 구조적으로 다르다. 당시 관세는 ‘중국’이라는 단일 상대를 겨냥했으나, 이번에는 경유지·원산지·우회 루트까지 다양하게 얽힌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훨씬 넓다.

Ⅱ. 데이터로 본 관세 충격 범위

필자는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 및 UN Comtrade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4년 미국 수입총액 3.36조 달러 가운데 ‘우회 가능 품목’(HS 코드 8703·8471·9403 등 120개)을 재가공했다.

구분 2024년 수입액(억$) 40% 관세 적용 예상액 10% 관세 적용 예상액
자동차·부품 2,571 515 387
IT‧전자 4,112 822 598
가구·생활용품 1,238 247 180
의류·섬유 1,064 212 155
합계 8,985 1,796 1,320

자료: USITC, 필자 재가공

관세 부과 총액은 단순 계산으로 연간 514억 달러(40% 대상)+132억 달러(10% 대상)=646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2018~2019년 1차 무역전쟁 당시 연간 450억 달러 관세 규모를 40% 이상 상회한다.

Ⅲ. 인플레이션에 미칠 ‘2차 충격’

1) 직·간접 효과 시뮬레이션

미 연준(Atlanta Fed) DSGE-SVAR 모형에 이번 관세 시나리오를 삽입한 결과, 직접 물가효과 0.37%p, 간접(교통·재고)효과 0.26%p가 12개월 내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비를 최대 0.63%p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2) 통화정책의 딜레마

연준은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지만, 두 명의 이사(월러·보먼)는 선제 인하를 주장했다. 새 관세가 현실화되면 물가 상방 압력고용 둔화가 동시에 심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져, 연준 의사결정은 한층 복잡해질 것이다.

Ⅳ.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나리오

공급망 분석 플랫폼 ResilincGPS Complexity Score를 활용해 보면, 미국에 최종 납품되는 ICT 제품 중 3.5단계 이상 복잡도(경유국 ≥2개)를 가진 비율이 43%다. 이번 관세는 바로 이 ‘경유’ 구조를 겨냥한다. 기업은 ①생산기지를 미국·멕시코로 리쇼어·니어쇼어링, ②I-VIE³ 국가로 다변화, ③원산지 증빙 강화의 3가지 대응 로드맵이 불가피하다.

경제학적 관점: 밀러(Baldwin)·실러(Eichengreen)의 가치사슬 변형 이론에 따르면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임계치(10%)를 넘으면 다국적기업은 수직통합보다 지리적 단순화(Regional hubs)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Ⅴ. 기업 이익과 마진 구조 타격

FactSet 집계 S&P500 EPS 민감도 분석 결과, 관세 1%p 상승은 총이익률을 0.05%p 깎아내린다. 40% 관세 품목 비중 20%로 가정하면, 단순 환산 EPS 하향 폭은 –4%. 특히 섬유·가구·저가 소비재 마진이 평균 –120bp 악화될 전망이다. 이미 월마트·타깃·홈디포는 ‘선제 재고 압축’과 ‘사전 통관’으로 가격 인상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Ⅵ. 채권·외환·원자재 시장 파급

  • 채권: 10년물 BEI(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 +10bp, 하지만 성장 둔화 우려로 명목금리는 +3bp에 그칠 수 있어 실질금리 하락.
  • 달러: 무역적자 확대 → 달러 약세 요인이지만 안전자산 선호로 DXY 1~2% 강세 시나리오가 우세.
  • 원자재: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단기 수요 감소 → LME 가격 –5% 가능. 반면 금·은 등 귀금속은 인플레 헷지 수요로 강세.

Ⅶ. 장기전으로 본 미국 기업전략 3대 축

  1. Reshoring 2.0 — 국가안보·자동차 배터리·AI 서버 등 전략 품목을 IRA·CHIPS법 세제 인센티브와 결합해 ‘제조업 르네상스’를 가속.
  2. Friend-shoring 심화 — I-VIE³(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동유럽)는 관세 우산을 등에 업고 ‘중간재 허브’로 부상. 다만 인프라·제도 리스크 상존.
  3. 가격전가+바스켓 프라이싱 — 패스트리테일·월마트처럼 다품목 바스켓으로 실질 소비자 체감가를 낮추는 전략이 확산.

Ⅷ. 투자자 행동 지침(Investment Playbook)

① 인플레 헤지 ETF: TIP·VTIP로 실질금리 하락 베팅
② 요율 전가력이 높은 소비재: P&G·콜게이트·코스트코
③ 미국 내 제조 설비보유 반도체: 마이크론·온세미콘덕터
④ 단기채-하이일드 바벨: 경기사이클 중립화·스프레드 확장 대비
⑤ 신흥국 내수 지향 ETF: INDA·VNM 등 내수 소비주 포지셔닝

Ⅸ. 정책 제언 ― ‘관세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관세는 물가 안정책이 아닌 세수 확대·협상 지렛대였다. 1930년 스무트-홀리법이 대공황을 심화시켰다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의회예산국(CBO)·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종합해 다음을 제안한다.

  • 관세 수입 50%는 신기술 설비투자 세액공제로 역환류
  • ‘관세-탄소조정세’ 일원화로 기업 규제 예측 가능성 제고
  • WTO 현대화 협상 채널 재가동, 디지털 무역 합의 우선 체결

Ⅹ. 결론 ― ‘관세 2.0’ 시대의 투자 프레임 재정립

이번 상호주의 관세 2.0은 단발 쇼크를 넘어 장기 체제 변화의 신호탄이다.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더 늦어지고, 기업은 복잡한 공급망을 단순화해야 하며, 투자자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리커플링(지역별 블록화)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 1930년대 스무트-홀리, 1970년대 오일쇼크, 2018년 1차 무역전쟁에 이어 2025년 트럼프 관세 2.0은 향후 10년 미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외생변수로 남을 것이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