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 ‘관세가 모든 해답’이라는 착시
지난 2024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이라는 거대한 보호무역 패키지를 의회에 제출했다. 그는 “최소 10%의 상호 관세만 부과하면, 제조 일자리는 되돌아오고 재정적자는 줄어들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2025년 여름, 미국 산업계·법조계·거시경제 지표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필자는 ①연방 소송의 향배, ②기업 실적·가격 전가 메커니즘, ③인플레이션과 연준 정책, ④글로벌 공급망과 지정학 리스크, ⑤미국 증시 밸류에이션·자본 흐름이라는 다섯 축을 통해 향후 5년(2025~2029)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1. 관세의 현재 위치 – 법률·정책 구조 맵
정책 근거 | 핵심 내용 | 발동 시기 | 잠재 법적 리스크 |
---|---|---|---|
IEEPA(국제비상경제권법) | ‘비상하고 이례적 위협’ 대응 명목으로 모든 경제조치 가능 | 2024.04 – 상호관세 선포 | 관세 부과 권한 없음(연방법원 1심·2심 판단) |
태프트-하틀리 개정안(제안) | 노동·환경 기준 미충족국 관세 25% 상향 | 의회 미통과 | WTO 협정 위반·연방 상무부 재량 남용 소지 |
청정에너지 조건부 면제 규정 | 재생에너지 부품 수입 시 관세 10%p 감면 | 2025.01 부터 | 국가 간 차별·복잡한 원산지 규정 |
7월 현재 연방순회항소법원·D.C.순회항소법원·제9순회항소법원 세 법원이 병렬 심리 중이며, 2025년 4분기 안에 최소 하나의 사건이 대법원 상고로 직행할 공산이 크다.
2. 법적 도전이 현실화될 경우 – 네 가지 장기 파급
(1) 시장 불확실성 프리미엄 12~15bp 확대
중국·EU·멕시코산 중간재를 대량으로 쓰는 산업(자동차·기계·태양광·가전)이 소송 결과에 따라 분기마다 원가 가이던스를 재조정해야 한다. 크레디츠위스 모델은 BBB급 기업 평균 가산금리가 2026년 상반기 12~15bp 상승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2) 구조적 인플레이션 상방 0.3%p
BoA·UBS는 관세 30%(EU)·25%(중국) 유지 시 핵심 CPI가 2026년까지 연 0.3%p 높아질 것으로 시뮬레이션한다. 이는 연준의 ‘2% 골디락스’ 목표 달성을 상시로 위협할 변수다.
(3) 투자·고용 밸런스 이동
제조 리쇼어링(Reshoring)은 CAPEX 증가로 이어지지만, 총요소생산성(TFP)이 이를 상쇄하지 못하면 실질 임금과 마진이 동시에 압박받는다. 캐피털이코노믹스 시나리오에선 2027년 S&P500 영업이익률이 40bp 축소된다.
(4) 달러·채권 시장 변동성 증폭
관세 불확실성은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달러 수요를 자극하지만, 중장기(>2년)에는 재정적자와 연준의 매파적 장기금리 전망이 겹쳐 달러 실질가치 5% 하락 가능성이 대두된다.
3. 기업 실적·가격 전가의 세 단계
ㆍStage A (2024~2025) – 이익 희생으로 흡수
MP 머티리얼즈·뉴몬트 등 원자재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소비재·산업재 회사는 관세를 EBITDA 마진 30~150bp 축소 방식으로 흡수했다.
ㆍStage B (2025 H2~2026) – 부분 가격 전가·제품 스펙 변동
코나그라·큐리그닥터페퍼는 3~4% 소비자 가격 인상을 시사했다. 변동비(운송·포장)를 줄이거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으로 대응할 여력은 소진 단계다.
ㆍStage C (2026 H2 이후) – 공급망 재배치 + 신규 FTA 촉발
관세가 상시 구조로 굳어질 경우, 기업은 베트남·멕시코·폴란드 등을 경유하는 우회 원산지 증명과 차별적 가격 인상을 병행할 것이다. 이는 글로벌 공정비용을 평균 6~8% 올린다는 게 DHL 리서치 전망이다.
4. 인플레이션·연준 시나리오
표 1│관세 시나리오별 물가·금리 경로(중기)
시나리오 | 2026 말 CPI YoY | 2026 말 FFR 점도표 | ||
---|---|---|---|---|
헤드라인 | Core | 중간값 | 상단 | |
A. 관세 15%+EU 협정 | 2.4% | 2.1% | 3.00% | 3.25% |
B. 관세 30%+보복 환율전쟁 | 3.1% | 2.8% | 3.75% | 4.25% |
C. 대법원 무효판결 | 2.1% | 1.9% | 2.75% | 3.00% |
연준이 ‘상방 위험이 균형적’이라는 표현을 유지하더라도, 시나리오 B 경로에서는 2026년 중 재차 매파적 전환이 불가피하다.
5. 주식 시장–섹터별 승자·패자
- 수혜 후보: 미국 내 CAPEX·리쇼어링 인센티브를 직접 받는 산업·인프라 장비(램리서치, 이튼, 큐마크), 희토류·리튬 광산(MP Materials, 알버말), 사이버보안(팔란티어)
- 피해 후보: 유럽·중국 매출 비중 40% 이상인 명품(LVMH ADR, Kering ADR), 엔진·기계(Caterpillar, Deere), 저가 의류(Gap, H&M)
- 중립 격전지: 메가테크 7개사는 현금 FCF 및 가격결정력 덕분에 상대적 방어가 가능하지만, 서비스 매출의 해외 비중에 따라 주가 민감도가 갈릴 전망이다.
그림 1│관세 30% 유지 시, S&P500·MSCI EU·CSI 300 EPS 갭
(자료: 이중석 자체 추정, Bloomberg 컨센서스, BOA 글로벌 R&I)
6. 투자 전략 – 포트폴리오 ‘3중 헤지’ 체크리스트
- 섹터 바스켓: 리쇼어링·클린테크·사이버보안 ETF(예: XLI, PBW, BUG)를 서브코어로 편입
- 옵션 해지: 3개월 S&P ATM 풋옵션 Δ 0.25 수준으로 레버리지 10% 내 걸어 베가 노출 보강
- 달러·원자재 듀얼 헤지: 달러 인덱스 선물·COMEX 금 선물(롱)을 30:70 비율로 ‘리스크오프 스위치’처럼 운영
특히 프리·애프터마켓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관세 관련 헤드라인이 나오는 주말 뉴스 갭 리스크를 T+0 옵션 프로텍션으로 덮는 방식을 추천한다.
7. 결론 – “So Far So Good” 뒤의 그림자
2024년 하반기 이후 S&P 500은 “실적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라는 낮은 기대치 서프라이즈로 추세 상승을 이어 왔다. 그러나 트럼프式 관세체제가 연방대법원에서 ‘탈선’할 경우, 지금껏 마진 희생으로 눌러 왔던 물가 압력이 한꺼번에 분출될 수 있다. 반대로 관세가 확정·고착화돼도, 가격 전가 → 실질 소비 둔화 → 경기 저속 착륙이라는 시간차 충격이 대기 중이다.
결국 투자자는 법원의 판결 + EU·중국 협상이라는 ‘정치적 코인토스’를 냉정히 인식해야 한다. Hey, you never know
라고 말하며 복권을 사던 1990년대 뉴요커들처럼, 시장은 언제나 희박한 가능성과 과도한 확신 사이에 서 있다. 다만 복권과 다른 점이 있다면—맞히면 배당금이 달콤하지만, 틀릴 경우 잃는 돈은 우리의 노후 자산이라는 사실이다. 필자의 조언은 명확하다. 불확실성에는 가격이 붙는다. 지금은 그 가격이 생각보다 비싼 시점일 수 있다.
— 이중석 (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