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 ‘잠깐의 해프닝’이 아니다
2025년 4월 5일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폭탄이 발표된 뒤 4개월, 미 행정부·의회·법원·연준·기업·가계가 뒤엉킨 복합 위기가 장기 구조변수로 굳어지고 있다. 금값은 사상 최고치 연장전, 기술·소비·제조 기업들은 공급망을 다시 짜고, 연준은 인플레 VS 고용 사이에서 진퇴양난이다. 필자는 관세·투자제한·지재권 회수 등 ‘트럼프式 경제안보주의’가 향후 최소 10년 동안 미국 경제지형을 어떻게 재편할지 총체적으로 해부한다.
Ⅰ. 2025년판 ‘관세 슈퍼사이클’ — 규모·범위·법적 지위를 다시 보라
1) 숫자로 보는 현재 (T+120 일)
항목 | 2024 말 | 2025 8월 | 증가폭 |
---|---|---|---|
관세 적용 HS 코드 | 560개 | 2,140개 | +1,580개 |
평균 관세율(加 관세 포함) | 6.2% | 14.8% | +8.6%p |
미국 수입액 중 관세 대상 비중 | 18% | 47% | +29%p |
금 선물가(12월물) | $2,475 | $3,480 | +41% |
자료: USTR, CME, CNBC 재가공
2) ‘IEEPA+관세법’ 더블 록(double lock) 구조
- ① IEEPA(국제긴급경제권법) :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 시 광범위한 경제조치를 단독 발동할 수 있다.
- ② 관세법 §301·§232 : 무역적자·국가안보를 사유로 특정국·품목에 관세 OR 금수 가능.
- Point : 법원이 하나를 무효화해도 다른 법률로 재부과할 수 있는 이중 안전핀이 마련됐다.
3) 왜 2018년과 다른가?
① 적용 품목이 소비재까지 확대돼 구매자·유통업체가 직접 충격을 받는다.
② 하버드 특허 ‘마치-인’처럼 지재권 회수·강제 라이선스까지 연동돼, R&D 센터 위치·특허 관리 구조에 영향을 준다.
③ 관세 + 투자심사(CFIUS) + 연방조달 제한이 ‘패키지’로 움직인다. 글로벌 공급망은 조정이 아닌 재배선(re-wiring) 국면.
Ⅱ. 거시 파급 — 디플레? 스태그플레? 정답은 ‘변동성 고착’
1) 물가 — ‘단·장(短長) 엇박자’ 시나리오
7월 CPI 0.0%와 PPI −3.6%는 시장이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만한 숫자다. 그런데 관세로 수입단가는 오르는데 내수·임금은 꺾이는 이 비대칭 쇼크가 문제다.
- 단기(6개월) : 수입품·부품 가격 급등 → 소매업체 마진 압박 → 최종 판매가 일부 전가 → 헤드라인 CPI 재상승
- 중기(18개월) : 수요 위축·고용 둔화 → 기업 재고 소진 출혈 경쟁 → PPI ↓, 실업률 ↑ → 디스인플레이션
- 장기(5~10년) : 해외 ′프렌드-쇼어링′ 완성 → 생산비 구조 안착 → 새 물가 균형 형성(2.5~3.0%)
2) 연준의 선택 — ‘가짜 비둘기·가짜 매파’ 모두 위험
연준은 9월 인하(시카고 CME 확률 90%대)를 시사했지만, 헤드라인 CPI가 3%대로 되돌아오면 인하 → 재인상 U-턴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 파월 의장이 잭슨홀에서 가장 두려워할 단어는 ‘정책 신뢰성 훼손’이다.
• 2025.09 −25bp (중립 4.00%)
• 2026.01 동결
• 2026.03 +25bp 재상승 가능 (인플레 재반등 ≥ 3.5% 시)
Ⅲ. 섹터·기업 레벨 — 누가 잃고 누가 얻나?
1) 기술 대형주 — 관세 면제+로컬라이제이션 ‘투톱 전략’
기업 | 관세 리스크 관리 | 장기 투자포인트 |
---|---|---|
Apple | 미국 부품 $1,000억 매입 약속으로 관세 면제 딜 | 미 소재 SoC 패키징·AI 데이터센터 투자 → 생태계 독점 강화 |
Nvidia | 中 전용 H20 다운그레이드 칩, 개별 라이선스 체제 | AI Capex 붐 지속, 그러나 수출 규제 → 고마진 유지가 관건 |
Alphabet | TPU 국내 생산 라우팅, 구글 클라우드 인센티브 세액공제 | Gemini → 클라우드 일체형 AI: 고정 수익률 + 락인 효과 |
2) 제조·소재 — ‘친환경+안보’ 더블 프리미엄
- 시멘트/골재 (MLM·VMC) : IIJA·CHIPS 플랜드립(plant drip)로 10년 Backlog. 관세로 수입 시멘트 단가 ↑ → 국내 공급자 가격결정력 ↑
- 리튬·태양광 모듈 (Albmarle, First Solar) : ‘안티 인벌루션’ 정책과 IRA 세액 공제 동시 수혜.
3) 소비 — 트리트노믹스 & 밈 소비
관세발 물가 상승은 대형 내구재 소비를 위축시킨다. 그러나 ‘작은 사치 + 경험 소비’는 고무적이다. 테일러 스위프트 4차 월드 투어 예매액, 팝마트 Labubu 피규어 거래량은 전년대비 +80%.
포트폴리오 함의 : 에스티로더·코스트코 같은 디펜시브 + 경험형 리테일(라이브네이션) → 관세 환경에서도 견조.
Ⅳ. 금(金)·달러·채권 — ‘불안의 가격’이 변수를 숫자로 환산한다
1) 금값 $3,500 시대, 끝인가 시작인가
공급측 : 미국 HTS 코드 7108.13.5500 → 39% 관세 논란이 해소되지 않으면, 스위스·UAE 주괴 미국행 감소.
수요측 : 중앙은행 (특히 中·印) 비달러 준비금 다변화 가속.
→ 장기 밴드 $3,200~$3,900
2) 달러 인덱스 (DXY) : 쌍둥이 적자·관세 → 구조적 변동성 ↑
관세가 수입 감소 = 경상수지 개선 같아 보이지만 수출국의 보복 → 美 수출 ↓ ▶ 쌍방 수요 ↓ ▶ 성장률 ↓ ▶ 재정적자 메우려면 국채 발행 ↑
3) 채권 : 리세션-트레이드와 스태그플레션-트레이드 사이
10년물 금리 4% 언저리에서 “연준이 금리 내리면 듀레이션 롱”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온 자금이 헤드라인 CPI 반등에 다시 트랩(trap)에 갇힐 위험.
Ⅴ. 기업 의사결정 매트릭스 — ‘3D 리-로케이션’(Diversify·Decouple·Digitize)
STEP 1 : Diversify — 한·멕시코·인도를 포함한 ‘친미+중립’ 국가로 CAPEX 분산.
STEP 2 : Decouple — 고관세 품목은 공급·수요 체인을 물리적으로 구분, 북미 전용 SKU 설계.
STEP 3 : Digitize — 생산·물류·세무 데이터를 실시간 추적해 ‘디지털 원산지 증명’으로 관세 리스크 최소화.
→ 이 과정에서 AI Capex는 필수가 된다. 엔비디아·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등 인프라 플레이어의 이익 모멘텀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Ⅵ. 정책·투자전략 로드맵 (2025~2030)
- 2025~2026 : 관세 ‘불확실성 프리미엄’ 반영 → 밸류에이션 상단 압축. 전략 : 퀄리티 성장주 + 현금흐름 가치주 ‘바벨’. 옵션 : 낮은 VIX 구간에서 3~6개월 OTM 콜 스프레드.
- 2027~2028 : 친환경·AI 인프라 CAPEX 본격 집행 → 산업재·소재 Super Cycle. 전략 : 시멘트(MLM·VMC), 리튬(Albemarle), 전력망 장비 (Quanta).
- 2029~2030 : ‘신통상 질서’ 성립 → 관세 일상화, 기업 납세·원가 구조 재고효율 극대화. 전략 : 글로벌 멀티로컬(Multi-local) 브랜드 ETF + 국채 듀레이션 재확대.
Ⅶ. 결론 — 관세는 ‘마이너 헤드라인’이 아닌 거시 드라이브다
단발성 트윗과 법원 청문회가 뉴스를 만들지만, 투자자는 ‘뉴스의 생성 엔진’을 봐야 한다. 트럼프式 관세와 경제안보주의는 ① 가격구조 ② 통화정책 ③ 기업CAPEX ④ 소비 패턴 ⑤ 자산배분 공식을 장기적으로 다시 써버렸다. 이는 2018년 Version 1.0을 넘어선 Version 3.0이다.
따라서 통화 완화 기대만으로 리스크를 단순 해제하기보다는, 변동성 고착 국면에서 ‘퀄리티, 현금흐름, 실물 자산 보호’ 3박자를 맞춘 포지셔닝이 향후 10년 복리수익률을 결정할 것이다. 필자는 이를 ‘New Balanced Triad’라고 명명한다.
— 이중석 / 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