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의 마켓 딥다이브 Column
1. 들어가며 — 왜 다시 ‘관세’인가
2025년 7~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해부터 단행했던 상호주의 관세(RT: Reciprocal Tariff)를 사실상 ‘영구 제도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8월 7일부터 적용된 새 관세 체계는 10%에서 최대 50%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전 품목·전 지역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2018~2019년 1차 무역전쟁보다 훨씬 파괴력이 크다. 7월 미국 고용이 단 7만3,000개 증가에 그친 직후 발표됐다는 사실은 경기 둔화 리스크와 물가 상방 압력을 동시에 키우며 월가는 물론, 연준·기업·가계의 10년 플랜을 흔들고 있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① 고율 관세가 실물·금융·정책·심리 채널을 통해 미국 경제와 주식 시장에 미칠 장기 구조적 영향을 짚고, ② 현재까지 공개된 데이터·기업 코멘트·정책 시사점을 종합해 2025~2035년 ‘뉴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끝으로 ③ 투자자·기업·정책 담당자에게 필요한 대응 전략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정리한다.
2. 관세 강도의 현실적 의미 — 숫자로 읽는 충격 파급
2-1. 실효 관세율 3배 상승
워싱턴 싱크탱크 기준 평균 실효 관세율 추정치는 2024년 5.9%→ 2025년 15~18%로 3배에 육박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축적해 온 ‘오픈무역 디스카운트’를 한순간에 지워버리는 조치다.
구분 | 2017 | 2019 1차 무역전쟁 | 2024 | 2025(개정안) |
---|---|---|---|---|
평균 관세율(%) | 3.5 | 8.2 | 5.9 | 15~18 |
해당 수입액(조$) | 2.9 | 2.6 | 3.3 | 3.5 |
*자료: CBP·BLS·BoA 증권 추정
2-2. ‘관세 인플레’ vs. ‘소비 탄력 흡수’
- 버크셔 해서웨이 2분기 보고서: “대부분 또는 전부의 자회사에서 부정적 결과 가능성 상당.”
- 아마존, 월마트: “관세 30%선이면 단기 흡수 가능하나, 40%를 넘기면 소비자 가격 전가 불가피.”
- Fed 시뮬레이션: 관세율 15%p 상승→ 3년 누적 CPI +1.2%p, 실질 GDP –0.8%p.
즉, 관세가 ‘물가 vs. 성장’을 동시에 압박해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를 짙게 한다.
3. 채널별 장기 영향 분석
3-1. 공급망·CAPEX 재편
관세 상시화→ 기업들은 생산지를 멕시코·베트남·인도·미국 내로 다변화한다. 그러나 리쇼어링 CAPEX는 단기 비용을 폭증시켜 마진 희석과 소비자 가격 동반 상승을 초래한다.
• Apple: “중국 외 생산 비중 2025년 15%→ 2030년 35%.”
• Tesla: 멕시코 기가팩토리 CAPEX 150억 $ → 2027년 가동.
3-2. 물가·금리·통화정책
7월 고용 쇼크로 시장은 9월 25bp 인하를 80% 반영하지만, 관세발 인플레이션이 CPI 헤드라인을 2.5→ 3.0%로 재상승시킬 경우 Fed는 ’카나리아-테스트’에 직면한다. 릭 리더(블랙록)의 ‘50bp 점보 인하’ 시나리오는 관세 인플레가 단기에 머문다는 전제가 깨질 경우 무산될 수 있다.
3-3. 기업 실적·밸류에이션
마진 압박 + 수요 둔화 = 2026~2027년 S&P500 EPS 컨센서스 –8%~–12% 재조정 위험. 고밸류 빅테크도 예외 아니다. AWS 성장률이 18%→ 15%로 둔화될 경우, 아마존의 2028년 FCF 모델에 8~10% 디스카운트가 필요하다.
4. 산업별 인패クト 매트릭스
섹터 | 관세 민감도 | 가격 전가력 | 장기 영향 | 주요 종목·지표 |
---|---|---|---|---|
반도체 | ★★★ | 중 | CAPEX 급증·공급망 재편 비용 상승 | NVIDIA, AMD, TSMC Capex Margin |
소비재·리테일 | ★★ | 하 | 마진 압박·PB제품 확대 | Amazon North America EBIT |
데이터센터·AI | ★ | 상 | 수요 견조→ 전력·장비 비용 상승 헤지 필요 | Equinix AFFO 성장률 |
에너지·원자재 | ★★ | 중상 | 유가·정제마진 수혜; 건설비 상승 리스크 | TotalEnergies FCF |
헬스케어 | ★ | 상 | 내수 고령화 수요로 방어 | Health-Care Employment YoY |
5. 시나리오 플래닝 2025-2030
A안 — 관세 인플레 단기·Fed 선제 인하
- 2025 Q4 CPI 3.2%→ 2026 Q2 2.4% 재하락
- 연준 9·12월 합계 50bp 인하, 2026년 중립금리 3%
- S&P500 EPS CAGR 7%, PER 18배 유지
- 10년물 국채 3.5%, 달러 인덱스 96
B안 — 인플레 고착·Stagflation
- CPI 2026 말 3.5% 고착, 임금 + 실업 증가
- Fed 인하 지연→ 실질금리 ↑, 경기 ‑0.5% 침체
- EPS –10%, PER 15배, S&P500 4,200선
- 원자재·배당주 상대적 초과수익
6. 투자·기업·정책 대응 전략
6-1. 포트폴리오
- 바벨 전략: 관세 + 인플레 헤지용 에너지·리츠 30% + 구조적 성장 AI / 인프라 30% + T-Bill / 1-3M T-Bill 40%.
- 옵션 스프레드: 아마존 215/200 풋크레디트 스프레드와 같이 지지선 확인+프리미엄 수취.
- 원자재 ETF(BCI)·단기 TIPS 및 배당 성장주(에퀴닉스, TotalEnergies)로 인플레 방어.
6-2. 기업
- CAPEX 재조정: 중복설비 축소 + 멕시코·동남아 FOB 가격 장기 계약.
- 가격전가 시나리오 3단계(5%·10%·20%) 로드맵 사전 공시로 투자자 소통.
- USD 헤지: 2026년 상반기 달러 약세 전환 예상, 18~24M 선물·옵션 헷지 비중 확대.
6-3. 정책
- 연준: 중립금리 재정의·인플레 타깃 밴드 2±0.5% 유연성 검토.
- 의회: 서플라이체인 세액공제(OBBBA) → 중소 제조업까지 확대, CAPEX 세액공제 sunset 조항 연장 필요.
7. 결론 — ‘다시 쓰는 1930년대’는 막을 수 있다
고율 관세는 단기 가격 탄력성을 넘어 신규 공급망·금융 흐름·통화정책 패러다임을 뒤흔들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① 기업의 민첩한 재편, ② 정책의 선제적 완충, ③ 투자자의 다층 헷지 전략이 결합된다면, 1930년대 대공황式 자해적 보호무역 막장은 피할 수 있다. 주식시장은 데이터를 통해 공포와 기회를 동시에 가격화한다. 필자가 보기에 2025~2026년은 ‘관세 발 인플레 피크’ vs ‘AI·리쇼어링 투자 급증’의 힘겨루기가 정점을 찍는 구간이다.
장기 투자자라면 주가 급락을 무조건 위험으로 보기보다, 밸류에이션·현금흐름·정책 방향 3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을 차분히 매집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위기는 때늦은 공포가 아닌, 과도한 단기적 안도(또는 냉소) 속에서 커졌다. 가치·변동성·정책을 통합적으로 읽어내는 ‘3-Lens’ 접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 경제 칼럼니스트 이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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