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式 고관세 시대의 장기 엔드게임: ‘고관세-고물가-저성장’ 삼각구도를 해부하다

글로벌 통상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8월 1일부로 전면 30% 관세 적용을 예고하면서 ‘관세가 일상화된 세계’가 현실로 다가왔다. BoA, UBS, 캐피털이코노믹스 등 주요 리서치 기관은 ‘효과적 관세율 16%’ 시대가 고착화될 경우 미국 경제가 고관세–고물가–저성장이란 삼각 구도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필자는 장기 전망(최소 2025~2035년)을 중심으로, 통화·재정·기업이익·글로벌 밸류체인·정치 리스크를 종합 진단한다.


1. 관세 충격의 거시경제 메커니즘

BoA는 ‘효과적 관세율(effective tariff rate)’이 5%p 상승할 때마다 ⓐGDP 성장률 –0.3%p, ⓑCPI +0.3%p, ⓒ연방재정수지 +0.5%p 개선(관세 수입 증가)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상승분이 6~7%p에 달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연 1%p 안팎으로 고착화되어 실질임금·설비투자·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경고가 뒤따른다.

시나리오 효과적 관세율 10년 평균 CPI 10년 평균 실질 GDP 재정수지(재정적자/GDP)
Baseline(現 11%) 11% 2.2% 1.8% -6.3%
Trump 30% 관세 16% 2.9% 1.4% -5.8%
Escalation 40% 18% 3.3% 1.1% -5.6%

자료: BoA Global Research, CBO, 필자 재가공

표에서 보듯 재정수지 개선은 일견 긍정적이지만, 장기 채권금리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재정지속성’이 아닌 ‘물가·성장 격차’다. 즉 채권시장은 높은 세입–낮은 성장 구조를 디스카운트(discount)한다.


2. 통화정책: 연준이 직면할 ‘딜레마 함수’

2.1 중립금리 3.625% 시나리오

도이체방크는 관세 충격이 반영될 경우 장기 중립금리(𝑟*)를 기존 2.8%에서 3.625%로 상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구조화되면 연준은 ①물가안정 vs ②경기방어 양측면에서 정책 파괴적(trade-off 악화) 선택을 강요받는다.

  • 경기 둔화 우려 → 금리 인하 필요
  • 관세발 물가 압력 → 금리 인상 필요

이른바 ‘동결(frozen)’ 시나리오다. 실제 보우먼(Bowman) 부의장은 “정치적 압력을 배제한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법 개정을 통한 금리 통제 권한 논의까지 시사했다.

2.2 국채 시장 스프레드 변동성

미 10년물–3개월물 금리차는 2024년 기준 –100bp로 역전 상태다. 관세가 인플레이션 기대를 끌어올리면 10년물 금리가 75~100bp 상승해 ‘테크니컬 리세션 경고’가 사라질 수 있지만, 실질금리는 오히려 더 높은 수준에서 고착된다. 이는 PER(주가·수익률) 압축을 통해 주식 밸류에이션의 상단도 제약한다.


3. 산업별 ‘장기 승자·패자 지도’

제1 섹터: 소비재 – ‘리쇼어링’ 모순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관세가 미국 제조업 고용을 10년간 누적 40만 명 정도 늘리는 데 그칠 것이라고 추산한다. 특히 자동차·의류·전자 등 고노동집약 업종은 로봇 자동화·AI 생산성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해, 역설적으로 고용이 아닌 CAPEX(설비투자) 위주로 리쇼어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제2 섹터: 반도체 – 엔비디아 ‘정치 방패’ 효과
엔비디아는 H20 중국 판매 재개로 ‘절묘한 균형’을 이뤘지만, 최첨단 사양은 여전히 제재 대상이다. 높은 관세가 중국 내 반도체·AI 서버 국산화 인센티브를 자극하면, 장기적으로 미국 설계–동아시아 생산 체제가 흔들릴 리스크가 있다.

제3 섹터: 생활필수품(F&B) – 코카콜라·펩시 가격결정력 시험대
사탕수수 설탕·알루미늄 캔에 대한 관세가 유지될 경우 코카콜라 제로·펩시 프리바이오틱 같은 고부가·건강 콘셉트 제품으로 믹스를 전환하더라도 물가 민감도가 높다. JP모건은 2026년 이후 미국 탄산음료 판매량 CAGR을 기존 1.5%→0.5%로 낮췄다.

승자·패자 요약

카테고리 잠재 승자 잠재 패자 핵심 변수
에너지-정유 엑슨, 셰브론 재생에너지 수입 체인 원유 수출·정제 마진
금융 국내 지역은행 글로벌 IB(수수료 압박) 무역금융·환율 변동
정보기술 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러 하드웨어 OEM 데이터 국지화·관세

4. 글로벌 파급: EU·중국·신흥국의 역전략

4.1 EU – ACI ‘무역 바주카’ 가동 임계점

EU 집행위는 30%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반강제수단(ACI)을 발동해 미국 디지털 서비스·방위 계약·농산물에 맞춤형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ACI는 서비스·공공조달 배제까지 포함하는 다목적 무기여서, 빅테크 매출 3~5% 역풍 가능성이 제기된다.

4.2 중국 – ‘추론용 칩’ 역(逆)공세

화웨이, 핑안보험, 얼리투게더 파트너스 등은 관세 장벽을 우회해 맞춤형 AI 추론 프로세서를 내수·개도국 시장에 공급할 전략을 밝히고 있다. 미국 기업이 고급 트레이닝 칩에서 벌어들인 마진을 추론용 칩에서는 방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4.3 신흥시장 – 이중거래 블록(dual-block) 형성

BRICS+ 그룹은 역동화폐(Local Currency Settlement)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할 전망이다. 미·중·EU가 교차 보복을 주고받는 국면에서 ‘비관세 장벽 없는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투입비 절감의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5. 정책 시뮬레이션: 3단계 로드맵

① 2025~2026년: ‘관세 쇼크’ 적응 구간
– 연준 동결·소폭 인하 시그널, 실질금리 2% 내외
– S&P500 PER 18배 → 16배 압축
– 재정 수요 증가로 국채 10년물 5% 상단 시도

② 2027~2030년: ‘공급망 재배치’ 가속 구간
– 멕시코·중미·인도네시아 FDI(해외직접투자) CAGR 15%
– 미국 제조업 CAPEX GDP 비중 11%→13% 상승
– 그러나 생산성 향상 < 1%p → 실질 성장률 1.3%대 정체

③ 2031~2035년: ‘균열 혹은 재협상’ 전환점
– 재정·물가 압력 한계 → 차기 정부 관세율 하향 협상 카드
– 기술 표준 전쟁(Telecom·AI·EV OS)으로 무대 전환


6. 투자 전략 인사이트

6.1 포트폴리오 전술

  • 인플레이션 헤지: TIPS, 금, 에너지 MLP
  • 고정배당 성장주: 배당귀족 ETF, 고배당 리츠(주거·데이터센터)
  • 리쇼어링 수혜: 북미 산업단지 REIT, 건설·엔지니어링
  • 바벨 전략: 초장기 국채+단기 수익성 높은 현금성 상품(6M T-Bill)

6.2 옵션·파생 활용

관세 협상 결렬→발동→재협상 3단계를 염두에 두고 단기 변동성 매수(Long VIX Call), 중장기 변동성 매도(Short VIX Put)캘린더 스프레드 구사도 고려할 만하다.


7. 결론: ‘고관세-고물가-저성장’ 함정을 피하려면

첫째, 통화·재정·통상정책 간 거버넌스 일체화가 필요하다. 관세로 물가를 자극→연준 긴축→성장 둔화→재정 악화의 반(反)생산적 루프를 끊지 못하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상시 보수적으로 프라이싱 해야 한다.

둘째, 공급망 리쇼어링은 ‘일자리 구호’가 아니라 ‘생산성 혁신’이어야 실질 성장의 선순환을 만든다. 자동화·AI·친환경 설비 투자가 동반되지 않는 리쇼어링은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귀결될 뿐이다.

셋째, 외교적 ‘항구적 관세 경합(perpetual tariff contest)’은 글로벌 규범·표준 전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기업은 디지털·환경·노동 기준 등 비가격 경쟁력을 선제 확보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관세는 단기 압박용 ‘망치’에 불과하다. 자유무역·글로벌 분업 체계가 만든 생산성 불마디(no-gain) 영역을 역주행하면, 부메랑은 결국 자국 소비자·기업·노동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시장·정책-당국·기업 모두가 ‘고관세 시대의 장기 엔드게임’을 냉철히 모니터링해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