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존스(Marc Jones) 기자가 전하는 런던발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열릴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중대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에 대해 기대 수위를 낮추고 있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발행한 달러 표시 국채는 이번 달 초 회담 소식이 전해졌을 때 급등했으나, 현재는 액면가 대비 55센트 수준에서 주춤하고 있다. 이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반영하는 ‘고위험 채권 가격대’로, 정상회담 전 각국 지도자들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면서 추가 상승 동력이 제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경청(listening) 중심의 만남“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회담 결과가 만족스러울 경우 곧바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여하는 후속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회담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심각한 결과(severe consequences)“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각국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security guarantees)에 참여할 가능성을 시사한 점에 긍정적 신호를 읽고 있다. 푸틴 대통령 역시 트럼프의 “진정성 있는 노력(sincere efforts)“을 언급하며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캐서린 엑섬(Kathryn Exum) 그레이머시(Gramercy) 자산운용 신흥국 채권 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 국채 가격이 올해 초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 당시 기록했던 고점에 비해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회담에서 나올 실질적 진전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당사자들의 레드라인이 뚜렷하게 맞서 있어, 의미 있는 합의를 보려면 상당히 높은 허들을 넘어야 한다.” — 캐서린 엑섬
엑섬은 시장이 상징적 휴전(symbolic truce) 정도, 예컨대 장거리 미사일·드론 사용 제한 수준의 합의를 점치고 있을 뿐이라며 “근본적 판세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디스트(Modest)’ 전망… 포지션 축소 움직임
로베코(Robeco) 신흥국 채권 총괄 딜리아나 델체바(Diliana Deltcheva)는 유럽 지도자들이 13일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전화 회의에서 나온 모호하지만 잠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안보 제안을 “제한적 긍정(modest positive)“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금요일 회담에서 실질적 진전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며, 자체 보유하던 우크라이나 국채 비중 확대(overweight) 전략을 최근 중립(neutral)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 용어 설명
‘오버웨이트(overweight)’는 포트폴리오 내 특정 자산 비중을 기준지수 대비 높이는 전략을 뜻한다. 반대로 ‘언더웨이트(underweight)’는 비중을 낮추는 전략이다.
시장조사기관 TS 롬바드(TS Lombard)의 크리스토퍼 그랜빌(Christopher Granville) 지정학 분석가는 이번 회담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국면의 결정적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결과가 어떻게 보이든 정세가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며, 지속적 휴전 또는 전면적 무력 충돌이라는 양극단 시나리오 모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채는 지난해 200억 달러 규모의 구조조정(리스트럭처링)을 거쳤으나, 14일 장중 1센트 상승하며 이번 주 초 기록한 5개월 최고가에 근접했다. 원유·가스 가격 역시 최근 2주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정상회담 이후 ‘평화 프리미엄(peace dividend)’이 형성돼 인도·중국 등 주요 러시아산 원유 구매국에 대한 2차 관세(secondary tariffs) 부과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 용어 설명
‘세컨더리 관세(secondary tariffs)’는 제3국을 대상으로 제재 대상국과의 무역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부과하는 2차 제재 관세를 의미한다.
다수의 투자은행 설문조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국채에 대해 소폭 ‘오버웨이트’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6개월 간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왔다.
엑섬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수차례 입장을 번복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지난 2월,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독재자(dictator)”라고 지칭하고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거칠게 설전을 벌인 사건은 “과도한 낙관론의 경각심을 일깨운 계기”였다고 말했다.
델체바 역시 해당 면담을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traumatising)”이라 표현하며, 인도적 측면뿐 아니라 미국의 정책 방향성에 대한 가정이 크게 흔들렸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젤렌스키가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목격했고, 트럼프의 입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봤다. 이는 투자자들이 그의 발언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다.” — 딜리아나 델체바
델체바는 16일 회담이 예상외의 긍정적 결과를 낳을 경우 포지션 재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기자의 전문적 통찰
우크라이나 국채 가격은 국제 채권시장에서 전쟁 관련 리스크를 측정하는 핵심 지표다. 현재 55센트라는 가격은 투자자들이 ‘부분 손실(partial loss)’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의미다. 회담 직후 일정 수준의 ‘평화 랠리’ 가능성은 열려 있으나, 구조적 휴전 합의가 성사되지 않는 한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또한 원유·가스 가격의 하향 안정은 에너지 수입국에 단기적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및 세컨더리 관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즉, 이번 트럼프–푸틴 회담은 시장 심리를 좌우하는 중요 모멘텀이지만, ‘상징적 제스처’ 이상의 실질적 합의가 나오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관망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