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정상회담 앞두고 국제유가 하락 마감

국제 원유 선물가격이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을 앞두고 약세를 보였다.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15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1.16달러(-1.81%) 내린 배럴당 62.90달러에, 9월물 RBOB(개솔린 블렌딩 성분) 가솔린은 -0.00329달러(-1.56%) 떨어진 갤런당 0.2087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1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ICE 선물시장에서의 거래는 오후에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감됐으며, 회담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러시아가 즉각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는 국가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추가 제재나 관세는 러시아 수출 물량을 더 줄여 세계 원유시장을 타이트하게 만들 것”

이라며 강경 노선을 재확인했다. 반면, 회담에서 일정 부분 성과가 나오면 관세를 유예하거나 기존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도 시사해 정책 변동성이 시장을 흔들었다.


공급 과잉 전망이 가격에 부담

이번 주 초 국제에너지기구(IEA)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잇달아 내놓은 공급 과잉 전망이 약세를 심화했다. IEA는 13일 보고서에서 “2026년 글로벌 잉여 공급이 하루 296만 배럴로 사상 최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IA도 전날 2025년 잉여 공급 전망치를 170만 배럴로 상향했다. EIA는 2026년에는 150만 배럴 규모가 남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미국의 추가 증산이 이어질 경우, 유가가 당분간 상방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장기적으론 미국 생산 감소 가능성

다만 EIA는 같은 보고서에서 2026년 미국 원유 생산량1,328만 배럴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1년 이후 첫 연간 감소다. 셰일(Shale) 기업들이 저유가 환경을 이유로 시추·생산 계획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Baker Hughes 집계 기준 미국 내 가동 원유 시추기(rig) 수는 3.75년 만의 최저치인 410기에 근접해 있다. 셰일오일은 지층의 셰일(혈암)을 수평으로 파쇄해 채굴하는 방식으로, 투자 속도와 비용이 유가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OPEC+ 증산 계획도 부담

8월 2일 OPEC+는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천 배럴의 추가 증산을 승인했다. 이는 2년간 이어온 감산을 뒤집어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을 단계적으로 회복시키려는 구상이다. 다만 7월 실적 기준 OPEC 원유 생산은 2,831만 배럴로 전월 대비 -2만 배럴 감소해, 감산 준수율을 둘러싼 의구심도 상존한다.

부유식 저장량 감소는 호재

시장조사업체 Vortexa에 따르면 8월 8일 주간, 정박 상태로 최소 7일 이상 머무른 부유식 저장 원유는 전주 대비 -5% 감소한 8,052만 배럴로 나타났다. 이는 조만간 수급이 다시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낳았다.


EIA 주간 재고 및 생산 동향

13일 발표된 EIA 주간 원유재고는 2개월 만의 고점인 304만 배럴 증가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재고 수준은 5년 평균 대비 -5.1% 낮았다. 휘발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0.25%, 디스틸레이트(경유·난방유) 재고는 -15.45%나 부족했다. 같은 기간 미국 주간 원유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0.3% 늘어난 1,332.7만 배럴로, 2024년 12월 첫째 주 기록인 1,363.1만 배럴보다는 낮았다.

Baker Hughes가 15일 집계한 바에 따르면 8월 15일 주간 미국 원유 리그 수는 411기로 전주와 동일했으며, 2022년 12월의 최고치 627기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핵심 용어 해설

WTI는 미국 텍사스·오클라호마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원유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국제유가 대표 지표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환경 규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첨가제를 섞기 전 단계의 개솔린 원료를 뜻한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의 연대체다.

※ 기사 작성자인 리치 아스플런드(Rich Asplund)는 본 기사에서 언급된 금융자산에 대해 직접적·간접적 이해관계가 없다고 밝혔다.